생업 끊긴 伊교민들 `엑소더스` 본격화

관광업 직격탄 형편 어려워져
열악한 의료시스템 불안감 가중
한인사회 전세기 이용 인원조사
佛, 외국학생에 적극 귀국 권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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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업 끊긴 伊교민들 `엑소더스` 본격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는 이탈리아 북부 브레시아의 한 병원에 세워진 응급의료시설에서 코로나19 환자들이 병상에 누워 있다.

[브레시아=AP 연합뉴스]

유럽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새로운 거점으로 등장하면서 현지 교민들의 불안감이 극심해지고 있다. 이에 이들 교민들 사이에서 한국으로 일시 귀국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가 3만명에 육박하는 이탈리아에 거주하는 5000명 규모의 한인사회에서 더 심각하게 불안감을 느끼는 분위기다.

이탈리아한인회 등에 따르면 이탈리아 한인사회는 15일(현지시간) 전역에 분포한 교민들을 상대로 전세기 이용 수요 조사에 들어갔다. 17일까지 진행된 조사를 통해 이탈리아 한인들 중 조속한 귀국을 희망하는 대략적인 인원을 파악하게 된다.

이탈리아 로마·밀라노·베네치아와 인천 간 직항노선은 일찌감치 끊긴 상태다. 현재 항공편을 이용해 이탈리아에서 한국으로 가는 방법은 프랑스 파리, 또는 독일 프랑크푸르트를 경유하는 것이다. 파리-인천 노선은 매일 한차례, 프랑크푸르트-인천은 주 5회 운항이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프랑스와 독일 역시 코로나19가 확산일로에 있어 언제 하늘길이 끊길지 예측하기 어렵다.

이탈리아에선 많은 교민이 생업으로 삼는 관광업쪽 일감이 사실상 끊겨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16일 오후 6시(현지시간) 현재 이탈리아의 누적 확진자 수는 2만7980명으로 집계됐다. 전날 대비 3233명(13%↑) 증가한 것으로 사흘 연속 3000명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신규 확진자와 사망자는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준이다.

한인 교민들은 이탈리아의 열악한 의료 사정에 더 큰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 병실과 의료진, 의료장비 등의 부족으로 지병을 가진 일정 나이 이상의 고령자는 치료 우선순위에서 제외되는 최악의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인식이다. 전세기 수요조사는 이러한 현지 상황에 대한 교민들의 공포심을 반영한 것이다.

수도 로마의 경우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하기 시작한 2월 중순부터 사실상 일감이 끊겨 형편이 점점 어려워지는 교민들이 생기고 있다. 현재까지 50여명 정도가 전세기가 마련되면 이용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15일간 이동금지령이 내린 프랑스에서도 교민과 유학생들이 급히 귀국 항공편을 알아보는 등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프랑스의 코로나19 확진자는 16일 오후 6시 현재 5423명(사망자 127명 포함)이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프랑스 정부는 파리국제대학촌의 한국관 거주 학생들을 포함해 국제대학촌 학생 전원에게 귀국이나 귀가를 권고했다. 프랑스 총리실은 이날 파리국제대학촌에 △프랑스 외 외국 학생인 경우 며칠 내로 본국 귀국 권고 △프랑스 내에 거주하는 가족이 있을 경우 오는 18일까지 복귀 권고 등의 내용을 담은 공문을 발송했다.이에 따라 한국 유학생과 외국인 학생 등 230여명이 거주하는 한국관에도 비상이 걸렸다. 한국관을 운영하는 주프랑스한국교육원은 입주 학생들을 상대로 귀국계획 조사에 나섰다.

파리국제대학촌은 파리 일대에서 유학하는 외국인 유학생과 프랑스 지방 유학생을 위해 조성된 집단 기숙사다. 세계 각국 정부와 민간단체가 지은 각 국가관에 8000여명의 학생이 거주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파리국제대학촌의 인구밀도가 높고, 입주자 중 혹시 있을지 모를 무증상 전파자를 우려해 귀국을 적극 권장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 교민은 "코로나19 대처로 외국에서 주목받는 한국과 달리 프랑스는 그동안 별다른 대비를 하지 않고 있다가 갑자기 휴교령과 상점·음식점 영업금지령을 내리는 등 뒤늦게 고강도 대책을 쏟아내고 있는데, 그다지 신뢰감이 들지 않는다"면서 "어서 한국에 돌아가고 싶을 뿐"이라고 말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의 실시간 집계에 따르면 17일(한국시간) 오전 기준 유럽의 코로나19 확진자는 6만6000명을 넘어섰고, 사망자도 2800여명에 달했다.

EU 집행위원회는 외국인의 EU 여행을 30일간 금지하는 방안을 17일 열리는 EU 정상회의에 제안키로 했다. EU 회원국들이 단합된 대응을 위한 조치로 해석되지만 속속들이 국경을 통제하는 움직임을 막기는 어려워 보인다.

김광태기자 kt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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