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올해 한국 수출 전망에 먹구름이 끼었다. 최대 수출국인 중국과의 교역 회복 시점과 주요 국가들의 한국발(發) 입국제한 조치, 유가 하락 등이 향후 수출 반등에 영향을 미칠 변수로 꼽힌다.
우선 우리나라 수출의 4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과의 무역이 언제 회복되느냐가 관건이다. 17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이달 1~10일 우리나라의 대(對)중국 하루 평균 수출은 지난달 같은 기간보다 20.8% 늘었다. 중국의 코로나19 확산세가 어느 정도 진정 국면에 들어섰다고 볼 수 있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8.2% 줄어든 것이어서 아직 낙관하기는 이르다.
한국 수출은 중국 경기 흐름과 맞닿아 있다. 중국산 부품을 많이 쓰는 국내 기업의 생산활동 특성상 중국 경기가 멈추면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고, 수요 위축으로 직접적인 수출 타격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코로나19로 인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하락할 경우 대중 수출 증가율은 최대 0.8%포인트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 11일(현지시간) 코로나19에 대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하면서 늘고 있는 각국의 입국제한 조치도 변수다. 이날 오전 9시 기준 한국발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국가·지역은 총 150곳에 달한다.
한국발 입국제한 조치로 실제 수출 마케팅이나 해외 영업에 차질을 빚고 있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부산상공회의소가 중국·일본·베트남과 교역하거나 현지 사업장을 두고 있는 지역 제조기업 50곳의 피해 여부를 조사한 결과, 해외 사업장에 엔지니어를 파견하지 못해 공장 가동이 지연되거나 수출입 교역에 애로를 겪고 있는 기업이 가장 많았다. 입국제한으로 국내 영업사원을 현지에 보낼 수 없어 해외 출장을 전면 중단한 기업도 속출하고 있다. 정부가 최근 각국에 요청한 대로 '코로나19 무증상 건강확인서'를 소지한 기업인의 입국이 허용될 경우 제한적이나마 기업들의 수출길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유가 하락도 우리 수출에 불리한 영향을 줄 수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석유 수요가 급격하게 줄고 있고, OPEC 회원국과 러시아 등 10개 주요 산유국의 연합체인 OPEC+의 추가 감산 합의 실패로 저유가 현상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유가가 급락하면 대외변수에 취약한 신흥국의 경기가 나빠져 한국 수출이 타격을 입게 된다. 베트남·러시아·브라질 등 10대 신흥국이 우리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기준 23%다. 은진기자 jineun@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