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현장] 남몰래 긴장하는 저축은행

김현동 정경부 금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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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현장] 남몰래 긴장하는 저축은행
김현동 정경부 금융팀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금융회사의 소기업·소상공인 지원이 한창이다. 은행은 지역 신용보증재단에 출연한 재원을 바탕으로 특별자금을 지원하고, 건물주가 아닌 소상공인에게는 임대료를 감면해주는 착한 임대료 운동을 벌이고 있다. 신규 자금지원 외에 기존 자금에 대한 만기연장과 원금상환 유예 등도 2조원 이상 이뤄졌다.

은행만이 아니다. 보험사도 신규 자금지원을 비롯해 원금상환 유예에 나서고 있다. 카드사는 금리·연체료 할인, 결제대금 청구 유예 등으로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음식점업, 소매업, 도매업, 여행·레저업 등을 돕고 있다.

이런 가운데 남몰래 긴장하는 곳이 있다. 바로 대표 서민금융회사로 자처하는 저축은행이다. 저축은행은 2017년부터 개인사업자 대출을 크게 늘렸다. 개인사업자 중에서도 부동산·임대업, 도·소매업, 음식·숙박업 등 경기민감 업종이 주된 대출 대상이었다. 이들 업종은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고 있다. 사회적 왕래가 줄면서 손님이 끊어져 휴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휴업이 아닌 폐업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저축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 증가는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에 따른 풍선효과의 산물이다. 신 총부채상환비율(DTI)을 도입해서 은행의 가계대출을 막자 가계대출 수요가 저축은행 개인사업자 대출로 빠르게 옮겨갔다. 2017년 약 10.4조원이던 저축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은 2018년 13.7조원으로 늘었다. 저축은행 전체 기업대출의 40%가 개인사업자 대출이었다. 지난해 들어 대출 증가 속도가 줄어들긴 했지만, 대출금 규모가 13.2조원이나 되고 저축은행 기업대출의 37%(2019년 9월말 기준)가 개인사업자 대출이다. 개인사업자 대출 가운데 68%(2019년 6월말 기준)가 경기민감업종이다.

저축은행 전체적으로는 지난해부터 개인사업자 대출이 줄고 있다. 하지만 일부 대형 저축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은 계속 늘고 있다. 개인사업자 대출규모가 2조원에 육박하는 OK저축은행은 지난해 9월까지 약 3260억원의 개인사업자 대출을 늘렸다. OK저축은행은 개인사업자 대출이 기업대출의 68%를 차지할 정도로 개인사업자 대출에 집중하고 있다. 자산규모 1위 저축은행 SBI저축은행도 개인사업자 대출이 기업대출의 41%나 된다. 페퍼저축은행은 개인사업자 대출 비중이 75%에 이른다. 이 저축은행은 지난해 개인사업자 대출을 1300억원 이상 늘렸다. 애큐온저축은행과 웰컴저축은행도 개인사업자 대출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OK·SBI·페퍼·한국투자·애큐온·웰컴저축은행 등 7개 저축은행이 저축은행 전체 개인사업자 대출의 46%를 차지하고 있다.

물론 현 시점에서 저축은행의 기업대출 자산건전성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다. OK저축은행의 여신건전성은 양호하고 연체율은 하향추세다. SBI저축은행이나 페퍼저축은행, 웰컴저축은행 역시 마찬가지다. 애큐온저축은행의 경우 상대적으로 고정이하 여신비율이 높고 대손충당금 적립비율이 낮지만 우려할 정도는 아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 2월말 기준으로도 저축은행의 대출 연체율에 부실 징후는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머지않아 종식될 것"이라던 종전 전망과 달리 코로나19는 이달 들어 광범위하고 예측불가능할 정도로 확산되고 있다. 이런 식으로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 그 영향이 가장 먼저 나타날 곳은 저축은행이 취급한 개인사업자 대출이다. 소기업·소상공인의 어려움은 저축은행의 연체율 지표에 곧바로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저축은행의 경영상태를 상시 감시하는 금융감독 당국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당국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렇지만 2월과 달리 3월부터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된 터라 어떤 식으로 연체율 등에서 신호가 나타날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저축은행의 운명이 그야말로 소기업·소상공인의 생존과 연결되어 있는 셈이다. 저축은행이 코로나19 사태에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이유다. 지금이야말로 관계형 금융회사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보여줄 때다.

김현동 정경부 금융팀장 citizen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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