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脫원전 정책은 불법… 휴지통에 독자개발 기술 던져버린 격"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에게 고견을 듣는다]

벌써부터 전문인력 확보·부품 조달 어려워, 원전수출? 정말 꿈같은 얘기에 불과
전기요금 인상 현실화되면 국민이 느낄 것, 이에 대한 책임 정부가 영원히 져야
文정부 과학기술에 무관심… 과기정책 새 논의 없이 탈원전에 묻혀 지나가 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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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脫원전 정책은 불법… 휴지통에 독자개발 기술 던져버린 격"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에게 고견을 듣는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문진탄소문화원장

박동욱기자 fufus@


[]에게 고견을 듣는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문진탄소문화원장



이덕환 교수는 탈원전의 가장 큰 이유로 드는 원전의 '안전성'이 탈원전으로 인해 위협받고 있다고 경고했다. 원전의 안전 운영을 위한 전문기술인력이 떠나고 있고, 신규 인력 배출이 중단됐다. 부품 생태계도 붕괴됐다고 했다. 이 교수는 정부의 실책을 견제하는 역할이 언론과 전문가 집단 이상으로 국민에 있다고 했다. 이 교수는 "정부의 과학기술정책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위해서는 국민들이 최소한의 과학적 소양이 필요하다" 주문했다.


대담 = 이규화 논설실장



-코로나19 이상으로 국민들 일상에 영향을 미치는 게 탈원전정책입니다.

"코로나19는 좀 어렵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잠잠해질 겁니다. 이게 바이러스와의 전쟁의 특징입니다. 희망을 가질 수 있고 좀 피해를 덜 보도록 하는 수준에서 진전이 될 텐데, 탈원전은, 이것은 정말 심각합니다. 두 가지 측면에서 그런데요. 하나는 우리가 지난 70년 동안 거의 유일하게 우리 스스로 개발한 기술입니다. 우리가 개발한 기술이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독자적으로 노력해 개발한 가장 대표적인 게 원자력이고요, 원자력은 우리의 에너지 공급을 가능하게 해줬고 그걸 기반으로 우리나라 경제성장, 국민생활 향상이 가능해졌습니다. 한국 원전은 좀 독특한 측면을 가지고 있는 것이 남의 도움을 거의 안 받았습니다. 정말 자력으로 70년 동안 노력을 했고 엄청나게 성공한, 그래서 지금 그야말로 세계에서 최고 가는 기술이라고 자부할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갔습니다. 이건 정말 5000년 한민족 역사에서 처음 있는 일입니다. 이렇게 애써 키운 기술을 그냥 휴지통에 내던져버렸지요. 이에 대한 책임은 이 정부가 영원히 져야 합니다. 이건 굉장한 실수였고 굉장한 정책적 실패입니다. 두 번째로 심각한 문제는, 정부가 솔직하지 못했어요. 국민을 계속해서 속이고 있습니다. 한전이 공기업이기도 하면서 뉴욕 증시에 상장돼 있는 민간기업이기도 합니다. 이중적 지위를 갖고 있는 기업인데, 이 기업에다 무한정의 재정적인 책임을 떠안기면서 솔직하게 국민에게 알려주지 않고 있습니다."

-문제가 국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제적인 문제일 수 있겠네요.

"며칠 전에 나왔듯이 작년(2018년 회계연도)에 이어서 올해(2019년)도 한전이 1조 3000억이 넘는 어마어마한 적자를 냈습니다. 그렇다고 한전을 해체시킬 수는 없습니다. 그러면 우리 생활이 불가능해집니다. 한전을 되살릴 수 있는 방법은 전기요금 인상밖에 없습니다. 4월 총선이 끝나면 곧바로 전기요금 인상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한전은 일반 공기업과 상황이 다릅니다. 이미 작년 뉴욕증시에서 왜 그렇게 적자를 내느냐 해명을 하라는 요구가 들어왔고요, 한전의 국제적 신용평가가 계속 내려가고 있습니다. 이것은 무시무시한 얘기예요. 한전이 순전히 국내에서만 활동을 하느냐, 원전 한수원은 1년에 핵원료 몇 억 달러 정도 사오면 끝입니다. 그건 크게 문제가 안 되는데, 한전은 석탄, 석유, LNG 사와야지요, 다 해외의존형 기업입니다. 그런데 한전에 신용도가 떨어지면 석탄, LNG 등 원료 구입비가 올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한전이 해외에 투자를 해놓은 게 있어요. 해외차입금이 굉장히 많은데 이자율도 올라갑니다. 견딜 수가 없는 상황이 되는 거고, 결국은 국민들의 주머니를 털어서 채워줄 수밖에 없는 거예요. 정부가 탈원전을 시작하면서 '에너지전환정책'이라는 포장을 해서 국민들을 속이고 있어요."

-감사원이 국회가 요구한 월성1호기에 대한 원자력안전위의 폐기 결정에 대한 감사결과 보고 기한(2월 29일)을 넘겼는데요, 법을 어긴 것은 아닌가요.

"지금 현안으로 불거진 게, 재작년 6월 한수원 이사회가 월성1호기 경제성 평가에서 운영중지가 유리하다는 이상한 결정을 해가지고 작년 가을 국회에서 문제가 됐습니다. 그래서 국회가 본회의결을 거쳐서 감사원에 감사를 요구를 했는데, 감사원장이 일이 복잡하다는 이유로 감사결과 공개를 않고 있어요. 국회법에 따라서 최대 5개월 이내에 반드시 감사결과를 내놔야 합니다. 더 이상의 연장은 못합니다. 원래는 3개월이고 불가피한 경우에 2개월을 연장할 수 있어요. 그 최대 연장 기한이 지난 달 말 2월 29일이었습니다. 그 이상은 법에 없어요. 불법이지요. 감사원장이 법을 안 지키면 탄핵한다고 헌법에 써 있습니다. 지금 감사원장은 탄핵감입니다."

-정부는 원전 수출을 하겠다고 합니다.

"이제 원전 수출은 끝났습니다. 수출을 한다고 풍선을 계속 띄우는데 실제로는 아무것도 안 하고 있어요. 전 세계 사람들이 두 눈을 뜨고 보고 있는데요. 지금 UAE 바라카 원전이 원료를 장전하고 있어요. 한수원은 역할이 하나도 없습니다. 우리가 지은 발전소인데 우리가 아무 일도 못하는 겁니다. 껍데기만 지어준 거고 아직 돈도 다 못 받았어요. 잘못하면 돈 하나도 못 받을 상황이예요. UAE에서 '너희는 탈원전하는 국가인데 나가라'라고 하면 전혀 섭섭하다고 할 수 없는 것이 원전을 가동을 하려면 유지관리에 필요한 부품이 조달돼야 하거든요. 그런데 우리나라 부품산업이 무너지고 있어요. 이미 무너졌어요. UAE 사람들이 바보가 아닌 이상 우리나라 한수원에다 유지보수를 맡길 수가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다른 나라에서 우리 원전을 사준다고요? 세상을 너무 가볍게 보는 겁니다. 말이 안 되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정부는 실제 탈원전은 60년 후에나 일어난다고 하고 있거든요.

"국민 기만입니다. 지금 당장 걱정해야 합니다. 정말 심각한 문제가 원전을 가동할 전문인력을 과연 앞으로 계속 확보할 수 있느냐 하는 거예요. 이제 문 닫을 원전에 평생을 바치겠다고 하는 젊은이들이 있겠습니까, 없지요. 전문인력 확보에 문제가 생기고 있는 겁니다. 이미 한수원의 원전파트인력은 상당수가 빠져나간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더 심각한 것은 부품조달이 안 됩니다. 지금 정말 걱정해야 하는 것은 25기인가 24인가의 원전 안전 가동을 걱정해야 합니다. 지금 우리 사회가 걱정해야 하는 것은 저 원전이 제대로 돌아가고 있느냐, 제대로 돌아갈 수 있느냐를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겁니다. 후쿠시마같이 지진해일이 일어나가지고 어떻게 된다는 것이 아니고, 우리 내부의 분열, 내부의 황당한 정책으로 인해 원전의 안전 가동을 걱정해야 하는 겁니다. 원전수출요? 꿈같은 얘기입니다."

-그런 약점이 있는데도 탈원전을 위해 태양광을 밀어붙이고 있는 거라고 봐야겠지요?

"태양광은 미래의 기술입니다. 아직 개발 단계에 있고 완성이 안 된 기술이에요. 원자력은 현재의 기술입니다. 안전성도 검증이 됐고 효율성도 검증이 됐어요. 무엇보다도 지금 우리 사회에서 절박한 게 온실가스인데요, 원자력이 온실가스를 매우 적게 배출합니다."

-온실가스 감축에 태양광발전이 큰 기여를 하나요?

"우리도 어쩔 수 없이 세계기후환경회의에 가입했잖아요. 파리협약에 서명할 수밖에 없었어요. 미국은 미국이기 때문에 탈퇴가 가능합니다. 우리나라는 탈퇴가 불가능합니다. 탈퇴한다면 교역이 끊어집니다. 지금 100여개 나라가 우리나라 사람 입국을 제한하고 있는데, 만약 우리가 파리기후협약에서 탈퇴하게 되면,그보다 훨씬 많은 나라가 '너희와 교역 안 한다'고 할 겁니다. 기후환경회의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전혀 없어요. 그런데 우리가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배출 전망치(BAU) 대비 37% 감축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어요. 이제 9년 밖에 안 남았는데 온실가스 배출이 오히려 더 늘어나고 있습니다. 문제는 원전 기술을 버리는 것보다 훨씬 더 현실적인 문제가 되고 있는 거예요. 원전을 태양광으로 바꾸겠다고 하지만, 실은 태양광 옆에 LNG발전소를 지어갖고 살고 있는 겁니다. LNG발전은 온실가스를 무지무지하게 발생시킵니다. 미세먼지는 적게 나온다고 하는데, 초미세먼지는 더 많이 나옵니다. 미세먼지를 가지고 초미세먼지를 덥고 있고 온실가스 문제를 덥고 있는 거예요. LNG발전이 청정 발전이 아닙니다."

-태양광발전 옆에 왜 꼭 LNG발전소를 지어야 하나요.

"태양광은 LNG발전 없으면 가동이 불가능합니다. 간헐성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는 태양광 가동시간이 채 3시간이 안 됩니다. 나머지 21시간을 뭔가가 백업을 해줘야 합니다. 그게 LNG입니다. 태양광발전이 증가하니까 LNG발전에 의한 온실가스 배출이 급증을 한 겁니다. 올해 한전 적자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온실가스배출권 구매비용입니다. 그게 가장 큰 비용항목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일반 국민이 인지하지 못하는 탈원전 피해가 막대하군요.

"환경 환경 그러면서 사실은 70년 동안 가꿔놓은 숲을 망가뜨리고 국제적으로 약속한 온실가스배출량 목표를 지키지 못하고, 그래서 환경을 오히려 망치는 이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어요. 우리 사회가 기술에 대한 인식이 턱없이 부족하고 정말 합리적인 생각이 없는 거지요. 탈원전을 지지하는 환경주의자들이 자꾸 이런 얘기를 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볼 때 신재생이 얼마나 빨리 늘어나고 있고 원전의 비중은 줄어들고 있다고 하는데, 참 답답해요. 이 사람들이 주로 들고 나오고 있는 게 통계거든요. 요즘 정치계에서 통계를 어떻게 악용하는가 하는 것은 많이 보잖아요. 여론조사니 출구조사니 하는 것들이 하나도 안 맞는 것들을 가지고, 심지어는 통계청이 만들어내는 경제 관련 통계들도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아니에요. 그런데 환경생태주의를 표방하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통계는 아주 근원적인 포인트를 놓치고 있어요. 시험을 보면 평균점을 받은 학생은 없습니다. 평균은 가상의 숫자지요. 마찬가지로 세계적인 신재생의 평균을 사용하는 나라도 없습니다. 그건 그냥 평균일 뿐이에요. 우리가 따라가야 할 게 아닙니다. 스위스 스웨덴이나 핀란드는 수력자원이 너무너무 풍부해가지고 거의 대부분의 전기를 거기서 충당을 합니다. 거기는 신재생 비율이 엄청나게 높지요. 그것까지 포함해서 우리에게 요구하는 겁니다. 우리는 수력자원이 거의 없습니다. 그런 엉터리 통계가 설득력을 발휘하는 게 정말 안타까운 겁니다. '이건 아니다'라고 얘기를 해주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없는 거지요.

-탈원전은 되돌릴 수는 없는 건가요. 미래통합당으로 통합되기 전 자유한국당이 총선 공약 1호나 2호로 탈원전을 내놓겠다고 했는데요.

"이제 총선이 끝나고 전기요금 논란이 불거지면 탈원전은 더 이상 탄력을 못 받을 겁니다. 문제가 몇 가지 있습니다. 지난 3년 동안 추진됐던 탈원전은 사실은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불법이었습니다. 국회에서 입법을 거친 정책이 단 한 건도 없습니다. 원자력기본법이 그대로 살아있고요. 녹색성장기본법이 그대로 살아있고. 에너지법, 전기사업법 등이 원전중심 체제로 고스란히 남아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추진을 한 겁니다."

-대다수 국민들은 그런 법적인 배경에 대해서는 모르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취임 직후 바로 했던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도 국회입법을 거친 게 아니라 총리 훈령으로 시작을 했어요. 총리 훈령에는 '이 공론화위원회는 신고리 5·6호기의 공사를 중단시켜 놓은 것을 재개할 건가 여부를 판단한다'고 돼있어요. 신고리 공사중단 여부만 판단하도록 명문화돼 있습니다. 그런데 이 정부가 뭐라고 하냐면, 거기서 탈원전 정책을 권고해줬다는 겁니다. 그게 탈원전의 유일한 명분입니다. 거기 대법관 출신의 위원장이 훈령에 명시돼 있는 의제를 벗어난 결론을 정부에 제시를 한 겁니다. 그 대법관 출신도 분명히 책임을 져야 할 겁니다. 총리 훈령 갖고 그렇게 할 수 있는지도 의문인데, 총리훈령에 벗어난 의제에 대해서 자의적인 해석을 곁들여가지고 권고를 했어요. 본인은 자의적이라고 생각 안 할 수 있겠지만요."

-탈원전 배경에 대해서는 알수록 충격적입니다.

"탈원전은 법치주의 관점에서도 굉장히 큰 문제이기 때문에 아마 국민들이 전기요금 인상이 현실화되면 '아 이게 뭔가 잘못됐구나' 하는 분명히 느낄 겁니다. 현실적으로 우리 사회가 탈원전을 수용할 수 있는 재정적 여건, 사회적인 여건, 기술적인 여건이 안 됩니다."

-탈원전 폐기의 희망이 보입니다.

"지난 3년 동안 우리가 입었던 피해, 부작용이 어마어마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과연 제 자리로 돌아갈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그 정도로 많은 문제가 있었고,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정말 심각한 상황입니다."

-온실가스 말씀 하셨는데, 지금 인류가 봉착한 문제 중 가장 심각한 것으로 기후변화를 꼽히는데요.

"과학은 국경이 없다는 말이 아주 유명해졌지요. 과학지식은 국경이 없습니다. 과학지식은 인류공용의 자산입니다. 그런데 과학지식을 기반으로 하는 사회정책에는 분명히 색깔이 있습니다. 진보도 있고 보수도 있고 뭐 계층간 갈등도 있고 모든 게 다 있습니다. 과학기술정책이 아니고요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정책이지요. 기후변화도 그렇고 2008년 광우병, 그 전 GMO(유전자변형농산물식품), 이런 문제들이 우리를 매우 당혹스럽게 했잖아요. GMO나 광우병이나 기후변화나 이게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한 사회문제입니다. 그래서 색깔이 있습니다. 그 부분을 간과하면 안 되는 거지요. 다 사실은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하고 치열한 국제경쟁, 진영논리가 깔려 있는 문제들입니다. 그래서 기후변화에 깔려 있는 정치적인 색깔에 대한 인식을 못하면, 기후변화에 대한 논의가 굉장히 이상하게 들립니다. 과학원리주의적인 주장으로 보이기도 하고 환경원론주의자들이 주장하는 것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이것은 과학이 약간 들어가 있는 진영간 싸움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기후변화협약에서 탈퇴하겠다고 하는 것도 그런 맥락입니다. 유럽을 중심으로 하는 전통적인 패권국가들의 입장이 있고요, 미국을 비롯한 신진패권국가의 입장이 있습니다. 아프리카나 인도 중국 이런 국가집단의 입장이 전혀 다릅니다. 그런 입장들이 충돌을 한 겁니다. 그 부분을 이해를 못 하면 기후변화를 정확히 이해를 못하게 되는데요, 간단히 말씀드리면 기후변화는 과학적인 측면보다는 정치 사회 경제 국제적인 문제가 더 큽니다."

-현명한 포지셔닝을 어떻게 해야 합니까.

"국제적인 대세를 따라가야 하는데, 이것을 100% 과학적인 문제인 것으로 접근을 하면 안 돼요. 우리 언론에서 나오는 얘기도 그것을 놓치고 있습니다. 사회 문제에 더 방점이 찍혀있어야 합니다. 사실 따지고 들어가면 기후가 따뜻해지면 어느 정도 우리한테는 득입니다. 솔직히 생각해보면, 겨울이 줄어들고 날씨가 따뜻해지잖아요. 제주도에서 바나나가 자라고요 전라남도에서 파인애플이 자라는 게 뭐가 나쁩니까. 그리고 포항 앞바다에 2톤 짜리 가오리가 나와요. 우린 좀 큰 물고기 먹으면 안 되나요? 맨날 꽁치 멸치만 먹어야 하나요.(웃음) 아열대성 어족은 덩치가 무지막지하게 크거든요. 그런데 단순히 그것만 가지고 얘기할 게 아니고 우리가 어렸을 때는 대구 이북지방에서는 사과가 자라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철원산 사과가 유명하잖아요. 철원이 온도차가 커서 사과 맛이 좋다고 광고를 합니다. 긍정적인 면도 있는 겁니다. 나무가 잘 자라고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축에 큰 도움이 됩니다.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점을 현명하게 이해해야 합니다. 이런 부분을 우리가 잘 몰라요. 정부와 환경론자들이 겁만 주지 일반인들이 일상 속에서 체감을 하는데 도움을 못 주고 있습니다."

-더욱이 기후변화와 관련한 규제가 계속 생겨나고 있습니다.

"일반 국민들이 잘 모르고 당국이 기후변화에 추종적인 입장을 갖고 있으니까 불필요한 규제가 자꾸 생기는 겁니다. 기후변화 하면 곧 규제로 인식되고 있어요. 그러면 더 거부감이 생기거든요. 이런 것들이 과학커뮤니케이션에서 해줘야 하는 일이고 정부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일인데, 기후변화가 거대한 변화이고 일반인이 체감하기 어려운 이슈이긴 하지만, 절대로 일반인하고 괴리된 게 아니거든요. 이해도가 필요한 겁니다. 그 이해라는 것은 부정적이라만 하는 게 아니라 긍정적인 면도 충분하게 알려주면서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이렇게 바뀌고 있다. 그러니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이 빠져있어요. 지금 기후변화와 관련한 것을 전부 공장에서 무얼 하면 되고 정부가 무얼 하면 되고 하는 것만 있어요. 내가 할 일은 없어요. 그런데 정작 기후변화로 고통을 받게 되는 것은 나 개인이거든요. 개인이 적응하기 위한 노력을 구체적으로 알려줘야 합니다."

-개인이 체감하는 기후변화의 비근한 예가 주변에도 많이 있지 않습니까.

"예를 들어서 감염병은 더 심해질 것이고 그에 대한 대비를 해야 것을 설득력 있게 알려주고 개인도 알아야 합니다. 부정적이고 규제에 입각한 말만 하니까 개인들은 '에이 누군가가 하겠지'하며 관심을 안 기울이는 겁니다."

-작년 기초과학연구원(IBS)의 연구비와 해외출장에 관련해 말이 많았습니다. 기초과학연구원은 말 그대로 가장 근원적 과학연구를 하는 곳인데, 정부가 그런 방향으로 잘 가고 있습니까.

"자꾸 정부 비판적인 말을 하게 되는데요, 이번 정부의 독특한 특징 중의 하나가 과학기술에 대한 무관심입니다. 철저하게 무관심합니다. 우선 인사정책에서 그랬습니다. 과학기술인들을 장관을 시키고 청와대에 데려오고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과학자들이 다 잘 할 수는 없으니까. 최소한도 과학정책을 담당하는 장관이나 차관이나 또는 청와대에 있는 인사들이 적어도 과학기술을 이해는 할 수 있어야지요. 그리고 과학연구의 현장을 파악은 하고 있어야지요. 그런데 지금까지는 안 그랬습니다. 인사에서 정부의 과학기술에 대한 관심의 정도가 극명하게 드러났고요, 그 다음에 참 안타깝게도 그동안 이 정부가 활용했던 인사들이 사실은 단순히 과학기술을 이해 못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과학기술계에 대해서 적대감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이었어요. 지난 30년을 돌아보면 계속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과학기술정책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가 제기가 되고 소란스러웠습니다. 그런데 이번 정부는 그 논란이 전혀 없었어요. 출연연은 어떻게 하겠다, 대학을 어떻게 하겠다는 얘기가 전혀 없었습니다. 그냥 스무스하게 탈원전 속에 모든 게 다 묻혀서 지나갔습니다."

-일반 국민들은 눈치도 못 채는 일이 과학기술계에서 그동안 일어났었군요.

"현장에서는 지금 어떤 이야기가 나오고 있냐면, 과학기술계에 대한 굉장히 수준 낮은 뭐라고 할까요, 감시감독이 진행이 되어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IBS의 연구비 유용, 대학교수들의 비윤리적인 문제들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왔지요. 우선 여러 가지 얘기가 가능한데, 우선 과학기술계의 책임에 대해 먼저 말씀을 드릴게요. 과학기술계가 썩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윤리적으로 썩은 집단은 절대 아닙니다. 오히려 조국사태로 드러난 법학교수들의 난맥상 등과 비교하면 전염성이나 윤리성 측면에서 월등히 깨끗합니다. 그런데 만족스러우냐? 그렇지는 않습니다. 그 치부에 대해서 사람이 많다보니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는 거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는데, 저는 과학기술계는 그런 변명이 통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부끄러운 부분이 있었던 데에 대해서는 아마 모든 과학기술인들이 부끄러워하고 고치겠다고 결심을 하고 있을 거라고 봅니다. 그러니까 과학기술계가 윤리적으로 타락했다고 하는 지적은 옳지 않습니다."

-제도적 허점 때문에 생긴 오해일 수도 있겠네요.

"그런 측면이 있습니다. 문제의 원인은 어디에 있었냐면 과학기술인들이 정책적인 면에 밝지가 않습니다. 연구비 배분 관리에 문제가 있더라도 그것을 고치려고 하는 노력보다는 안에서 해결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제 더 이상은 안 된다는 것을 과학자들도 이제 분명히 인식을 했을 겁니다. 이제 문제가 있는 제도를 뜯어고쳐야지 그 제도는 그냥 두고 현장에서 어떻게 해본다는 시도는 이제 안 통한다는 사실이 확실해졌으니까 그 부분에서 이제 더 많은 노력을 해야지요.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과학기술자들 모두가 윤리적이고 유능한 건 아닙니다. 그래서 생긴 문제들이 지난 몇 년 동안 쏟아져 나왔고 현장에 비해서 훨씬 증폭이 됐다는 면이 있어요. 그 부분이 아쉬운 겁니다. 그 원인이 아까 말씀드렸던 것처럼 이 정부가 과학기술에 관심이 없고 오히려 과학기술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 게 아닌가 봐요. 탈원전도 그렇고. 그럼에도 과학기술계는 자정 노력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과학기술인들이 잘못된 제도에 대해 목소리를 내야 하고 잘못된 제도로 생긴 문제를 현장에서 해결하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기초과학에 대한 연구도 없었고 그것을 촉진할 투자도 않는다는 한탄이라고 할까요 그런 자기비판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우여곡절 끝에 기초과학연구원이 들어섰고 많은 기대를 받고 있는데요.

"기초과학을 연구하니까, 노벨상을 목표로 기초과학을 연구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연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자율권을 줘야 한다는 논리는 전혀 설득력이 없습니다. 나는 기초과학을 하니까 건드리지 말라고 하는 게 철밥통과 뭐가 다른가요? 과학자는 사회적 자원을 사용합니다. 자율권을 주장하기 전에 자발적으로 규제와 감독을 받겠다는 태도 역시 필요합니다. 규제와 감독을 자청해야 합니다. IBS가 현대과학의 모든 기초과학 영역을 다 할 순 없습니다. 제일 먼저 해야 할 게 어떤 집중 부분에 집중하겠다고 밝혀야 합니다. 물리학이다, 화학이다, 이런 게 아니라 현대과학이 풀고 싶어 하는 어떤 문제에 집중하겠다는 지향점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이것을 하기 위해 이런 지원이 필요한데 한 번 지켜봐달라고 해야 합니다. 자율성은 사회가 신뢰하는 집단에 주어지는 겁니다. 요구하는집단에 주는 게 아니에요. IBS가 자율성이 필요하다는 얘기는 할 필요가 없는 겁니다. 본인들이 열심히 하고 잘 하고 있으면 아무도 건드릴 필요를 느끼지 않습니다. 기초과학원은 설립과정에서의 본연의 목적에서 왜곡된 면들이 아직도 상당한 그림자로 남아 있습니다. 또 대한민국 과학기술계의 일원이 돼야지 몸은 대한민국에 있고 돈은 대한민국 세금을 쓰면서 본인들은 천국에 있는 것처럼 착각하고 있는 게 아닌가 의심을 갖게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아쉬운 겁니다."

-기초과학 투자는 앞으로 더 늘려가야 하나요.

"기초과학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본격화된 게 MB 때(이명박 정부)부터인데, 저는 시각을 좀 다르게 봐야. 우리나라가 그동안 모방형 과학기술을 했다 하잖아요. 그래서 어땠다는 건지 저는 잘 모르겠어요. 마치 듣고 있다 보면, 모방형 연구는 개나 소나 할 수 있는 건데, 뭐가 그게 자랑할 거리냐 하는 뉘앙스가 느껴져요. 아니지요. 역사가 가르쳐주는 것은 모방형 기술에 성공한 나라도 대한민국 밖에 없어요. 일본을 자꾸 얘기하는데, 일본은 모방형이 아닙니다. 일본은 현대과학기술이 출발할 때 같은 출발선상에서 뛰었던 나라입니다. 19세기부터입니다. 그냥 시작한 것도 아닙니다. 세균학의 아버지가 독일의 코흐라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세균학의 아버지가 또 한 명 있습니다. 일본의 기타사토라는 사람이 코흐의 제자인데, 1회 노벨상을 받은 사람이 에밀 피셔라는 학자와 동급생이에요. 에밀 피셔가 1회 노벨상을 받았고 기타사토를 못 받았어요. 그래서 일본 사람들은 자기네가1901년 1회 노벨상 받았어야 했는데, 못 받았다고 아쉬워 합니다. 그 뿐만이 아닙니다. 원자론, 원자가 원자핵과 전자로 돼있고 전가가 핵 주위를 돌고 있다는 얘기를 처음 한 사람도 영국의 러드퍼드가 아니고 일본의 물리학자입니다. 일본을 실체를 바로 알 필요가 있습니다. 얘기가 옆으로 샜는데, 남의 기술을 흉내내서 연구해 기술개발에 성공한 나라가 많지 않습니다."

-그럴 수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이었잖습니까? 지난 70년이.

"그럴 수밖에 없었지요. 그렇게 해서 어마어마한 아까도 말씀했지만 2차 대전 이후에 유일하게 성공한 나라가 된 겁니다. 자부심이 필요합니다. 모방연구를 한 것이 부끄러운 게 아니고 모방연구를 통해서 엄청난 성공을 거둔 정말 대단한 성과를 이뤘다는 것을 자랑해야 합니다. 그럼, 우리가 계속 그런 방향으로 가도 되느냐 하면, 이젠 그렇지 않다는 겁니다. 그래서 나온 것이 기초과학입니다. 언론에서 흔히 노벨상을 타기 위해 받아야 한다, 또 미래의 기술개발 능력을 축적하기 위해서 기초과학 역량을 길러야 한다고 하는데, 저는 그 두 가지가 다 틀렸다고 봐요."

-일반 국민들도 대동소이 다 그렇게 알고 있는데요.

"두 가지 측면에서 틀렸습니다. 첫째, 노벨상을 못 받은 것에 대해 언론이 매우 아쉬워하고 부정적으로 보도를 하는데, 저는 디지털타임스에도 썼고 어려 매체에도 썼지만, '왜 그걸 부러워하냐, 우리(과학기술인)는 한 번도 부러워한 적이 없다' 그럽니다. 우리는 돈 버는 일에 관심을 두었고 돈 버는 일에 올인을 해서 엄청난 성과를 거뒀다고 말합니다. 예를 들어서 우리는 월드컵4강에 올라가는 것이 꿈이었어요. 올라갔잖아요. 그런데 갑자기 돌아서서 우리는 왜 트랙경기는 못하느냐 묻는 꼴이에요. 노벨상은 전혀 다른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있던 거고 우리는 일편단심 경제개발에 관심을 기울였고 거기에 올인 하기 위해 보방형 과학기술에 매진한 겁니다. 그래서 대단한 성공을 거둔 거고요. 이제 좀 살게 되니까 생각을 바꿔야 되는 것이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쓰는 것도 중요하다는 인식이 필요하게 된 겁니다. 기초과학은 '돈을 쓰기 위해서 필요한 투자'입니다. 미래 기술개발은 결국 모방형의 변형입니다."

-그럼 그 돈을 어디에 써야 하나요?

"기초과학은 돈을 쓰기 위한 노력입니다. 그런데 그냥 낭비를 하는 게 아니라, 인류의 지식증진을 위해 쓰는 겁니다. 아주 간단한 건데요, 우리는 지금까지 졸부를 꿈꿔왔고 졸부가 됐어요. 졸부가 돼서 보니까 옆에는 대대손손 최부자집이 있는 겁니다. 베풀 줄 알고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진짜가 부자가 있는 거예요. 우리가 기초과학을 하는 것은 수준 낮은 졸부에서 인류의 미래를 위한 배려를 할 수 있는 진짜 부자, 최부자집이 되기 위해서 기초과학을 해야 하는 겁니다. 노벨상은 그러다보면 받게 되는 겁니다. 노벨상은 최부자들의 리그입니다. 그런 면에서 우리 과학자들도 기초과학이 장기 프로젝트라는 생각을 바꿔야 합니다. "

-어떤 것이 기초과학인가요.

"기초과학은 한 마디로 '쓸 데 없는 연구'입니다. 아무데도 쓸 데 없는데, 그냥 알고 싶어서 하는 연구입니다. 그럼 왜 하느냐, 뭐 솔직히 말해서 돈이 남아서 하는 겁니다. 일종의 철학입니다. 그런 일을 하면 품위있는 사람이 되는 것처럼. 품위 있다는 게 뭡니까. 아무데도 쓸 데 없는 것을 밤새워 고민하고 그런데도 들어보니까 뭔가 가슴이 와닿는 부분이 있는 것이 아닙니까. 그러니까 기초과학은 도대체 세상이 무엇으로 돼 있는 거냐, 도대체 생명이라는 게 무어냐, 이런 질문을 하는 게 기초과학입니다. 세상은 무엇이고 생명은 무엇으로 돼 있느냐는 거예요. 그런데 이런 걸 연구해갖고 돈 버느냐? 못 법니다. 이런 성격 때문에 기초과학을 하려면 전 국민이 동의를 해야 합니다. 우리 후손들이 정말 자랑스러워 할 지식, 학자를 배출하는, 학문을 하는데 투자를 하는데 동의를 하느냐 하는 문제입니다. 미국에서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의회에서 미국 과학자들이 입자가속기를 정부에 만들어 달라고 했어요. 돈이 얼마나 드냐고 물으니 수백 억 달러가 든다고 했어요. 그러니까 어떤 상원의원이 과학자들에게 물어봤습니다. '도대체 그거 어디에다 쓰냐, 국방에 도움이 되느냐, 경제에 도움이 되느냐' 그랬더니 과학자가 뭐라고 대답을 했냐면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했습니다.(웃음) 국방에 쓸 데 전혀 없고, 국가경제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한 겁니다. 상원의원이 그런데 왜 할려고 하느냐 다시 물었어요. 그랬더니 이 사람 대답이 또 걸작입니다. '우리 후손들한테 우리도 그런 일을 했었다는 역사를 남겨주기 위해서다' 그걸로 얘기가 끝난 겁니다. 이처럼 우리도 이제 기초과학을 국민들한테 제대로 인식시켜야 합니다. 이를 테면 '세상이 무엇으로 되어있고, 생명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과학적 생명과 세계관을 만드는 게 기초과학입니다. 여기에는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고 대부분은 실패로 끝납니다. 그것을 국민이 수용해줘야 해요." -끝으로 교수님, 과학기술이 매우 중요한데요, 지금 교육 전반에 혼돈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지금 과학교육이 없어졌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을 마치면 더 이상 과학교육이 없고요, 그 다음에 2, 3학년이 되면 과학교육은 없어지고 과학자 양성 교육이 남아있습니다. 1학년 때까지는 과학을 배우긴 배운다고 하는데, 그나마 부실하고 2학년 이후부터는 과학교육이 아니라 과학자 양성교육으로 전환이 됩니다. 지금은 제도적으로 문과 이과가 없는데, 수능에는 A형 B형, 가형 나형으로 문과 이과가 있어요. 참 웃기는 제도예요. 학교에는 문과 이과가 없어야 한다고 돼있는데, 수능에는 살아남아 있는 겁니다. 이게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는데, 이게 우선 너무 부실하다는 겁니다.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 과학교육도 사실은 과학교육이 아니라 '과학용어사전 해독교육'입니다. 그러니까 과학 개념을 단편적으로 이해시키는 교육이 전부입니다. 힘은 무엇이고 에너지는 무엇이고 이런 것만 잔뜩 배워요. 그런데 학교 안과 밖에서 힘과 에너지는 다릅니다. 학교에서는 에너지는 중력장 이런 것을 들어 복잡하게 설명하지만, 교문 밖으로 딱 나오면 에너지는 무엇입니까. 전기하고 석유하고 석탄이 에너지예요. 대체 학생 입장에서는 전기가 물체를 들어올리는 거하고 무슨 상관이 있어요? 학교 안과 밖이 전혀 맥이 안 닿습니다. 학교 안에서는 생물은 동물, 식물, 미생물 이렇게 있다고 배웁니다. 그런데 밖에 나오면 생물은 동물이지요. 동물을 죽이면 생명을 죽인다고 해요. 식물은 생명이 아니에요. 학교에서는 식물도 생명이라고 해요. 우리 아이들은 초등학교부터 학교 안 교실과 학교 밖 교실이 연결이 안 되는 교육을 받고 있는 겁니다."

-그 괴리를 어떻게 메울 수 있나요.

"그래서 학교에서 배우는 과학은 시험 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지 생활하기 위해서는 전혀 쓸모가 없다는 것을 학생들에게 뼛속까지 인식시켜 버리는 겁니다. 돼지를 죽이면 살생이고 배추를 뽑아먹으면 그것은 살생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겁니다. 이런 비유를 할 수 있을 거예요. 음악선생님은 피아노 치는 것을 안 가르칩니다. 바이올린 연주하는 것도 안 가르칩니다. 작곡법도 안 가르쳐요. 음악에서 쓰는 전문용어도 잘 안 가르쳐줘요. 그럼 무얼 하느냐, 음악을 즐기는 법을 가르쳐줍니다. 그걸 배운 학생들 중에 음악과에 가서 작곡가가되고 연주자가 되는 거거든요. 과학은 보십시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과학의 개념들을 배워요. 과학을 하는데 필요한 교육을 받아요. 음악선생님처럼 과학을 즐기는 데 필요한 교육은 하나도 없어요. 웃기는거죠. 우리나라의 과학교육은 '아주 부실한 과확자양성교육'이에요. 그래서 과학자들도 기하학을 왜 안 가르치느냐, 또 물리를 안 가르치느냐, 화학을 안 가르치느냐 싸우고 있는 겁니다. 거기엔 과학자들의 이기주의, 과학교육학자들의 이기주의가 뒤범벅이 돼있어요. 21세기를 살아가는 학생들에 대한 고민은 전혀 안 해요. 21세기는 과학기술의 시대이고 이 시대를 살아가려면 과학기술에 대한 무언가를 배워가지고 나와야 하는데,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은 안 해요. 과학교육학자들은 학교에서 시수 중에서 과학이 차지하는 시수가 얼마인가 생각해 이것도 배워야 한다고 하고 저것도 배워야 한다고 주장하는 겁니다. 참 안타까운 거지요. 학생들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과학 시수를 늘려서 자기 제자들이 교사로 취직할 수 있도록 과학시수를 늘려달라고 해요."

-바람직한 과학교육은 어떤 건가요.

"과학적 세계관을 갖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과학을 통해서 보면 세상이 어떻게 보이는가. 아까 얘기했던 기초과학이 지향하는 것처럼 과학이 인류한테 무얼 해줬는가. 우리가 다른 동물과 전혀 다르게 살고 있는데, 이게 과학기술의 힘이잖아요. 해가 뜨고 해가 지는 이유를 알고 있는 생물은 사람 밖에 없어요. 지구가 자전을 하고 있다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사실로부터 '우리가 알 수 있는 것, 무얼 알 수 있는가' 묻는 것이 더 중요한 겁니다. 우리가 밤하늘을 보면서 저별 은 네별이고 이별은 내별이라고 노래를 하는데, 그것도 중요하지요. 그것은 문학적 별입니다. 21세기를 살아가야 하는 학생들한테 필요한 것은 별을 보면 우주의 역사를 읽어낼 수 있다는 이해와 정보입니다. 별이 그냥 반짝반짝 하는 게 아니라 저 별빛을 망원경으로 분석하면 저 별이 우리로부터 멀어져가고 있고 그 속도가 점점 빨라져가고 있는데, 그것을 뒤로 되돌려 보니까 138억 년 전에 우주가 탄생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게 중요한 겁니다. 블랙홀을 이해해야 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고 블랙홀이 존재한다는 게 무슨 의미인가를 이해하는 게 중요한 겁니다. 내가 물리학자가 될 필요는 없는 겁니다. 블랙홀이 무엇인가는 물리학자한테 맡기고, 물리학자가 되지 않을 사람들한테는 '블랙홀이 있다는데 도대체 그게 있으면 어쩐다는 얘기야'라는 질문을 하고 이해하게 하면 되는 겁니다. 거기엔 우주의 중력에 관한 것, 상대성 이론에 대한 것, 이런 모든 이야기를 담고 있거든요. 그 부분을 이해하면 되는 거예요."

-'과학적 교양'이 필요하다는 말씀인가요.

"학생들한테 개념을 가르쳐야 하는 게 아니라 과학의 의미, 과학의 가치, 이런 것을 가르쳐야 합니다. 그런데 과학대중화라고 하면서 '과학은 쉽고 재밌는 거야' 그러거든요. 쉽고 재밌는 것은 놀이예요. 저는 그 말에 아주 경기를 하거든요. 과학은 제가 해봤는데, 결코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필요한 거라는 거지요. 어렵고 재미없지만 그래도 관심을 갖고 들여다봐야지, 안 그러면 별이 왜 빛나는지도, 왜 밤이 찾아오는 지도 모르고, 왜 태풍과 지진이 일어나는 지도 모르고, 바이러스가 오면 하늘의 저주라고 착각하게 되는 겁니다. 21세기 과학기술시대에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해서 필수 지식이라는 생각을 가져야 합니다. 과학자 양성은 과학자들이 알아서 해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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