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차현정 기자]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공포로 글로벌 증시가 연일 출렁이고 있는 가운데, 국내 증권사들이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을 쏟아내고 있어 주목된다. 이미 세계 증시가 떨어질 만큼 떨어져 추가 손실 우려가 크지 않다는 판단이지만 국제 유가 등 글로벌 금융상품의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공격적인 투자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11일 예탁결제원의 증권정보포털(세이브로)에 따르면 지난 달 ELS는 원화와 외화를 합쳐 총 6조9562억원(1435건) 어치가 발행됐다. 이는 코로나발 공포심리가 터지기 이전인 지난 1월(6조7608억원, 1317건) 대비 되레 증가한 규모다. 국제유가 급락까지 덮친 '더블쇼크'에 글로벌 증시가 폭락한 이달에도 ELS는 1조원 넘게 발행됐다.
문제는 ELS가 기초자산으로 삼는 주요국 지수가 최근 큰 폭으로 떨어진 데다 여전히 한치 앞을 알 수 없다는 점이다. 국내 ELS의 기초자산으로 쓰이는 지수는 지난해 기준 유로스톡스50(EURO STOXX 50), 미국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500(S&P500),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 일본의 닛케이225(NIKKEI 225) 등의 순이다. 특히 유로스톡스는 지난해 말 3000선에서 밀려난 후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올해만 20.9% 하락해 지난 9일(현지시간) 2959.07에 장을 마쳤다. 팬데믹 우려가 번지며 사흘 만에 13.5% 급락했다.
미국 뉴욕증시의 S&P500 지수 역시 연초 이후 15%, 최근 3거래일 12.3% 하락했다. 닛케이225도 최근 3거래일간 6.85% 하락했다.
이에 따라 일부 ELS의 경우 원금손실 구간(녹인 배리어)에 진입한 상황이다.
특히 작년 8월, 9월 ELS에 가입한 투자자들은 발을 동동 구르게 됐다. 지난달 말부터 첫 번째 조기상환 평가 기간을 맞이하게 되면서다.
ELS는 각국 주가지수나 특정 종목 주가 등 기초자산이 일정 기간 미리 정한 조건 내에서 움직일 경우 이자를 지급하는 파생금융상품이다. 기초자산의 종류와 수, 조기 상환 조건은 상품마다 다르다. 만기는 보통 3년이지만, 만기 전 6개월 단위로 조건을 달성하면 원리금을 받을 수 있는 조기 상환 기회가 부여된다. 반대로 기준 이하로 하회할 경우 만기 때까지 수익을 담보할 수 없다. 예를 들어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의 손실 기준선이 50%라면 H지수가 가입 당시보다 절반 아래로 떨어질 경우 원금 손실이 발생한다.
증권사들은 그러나 주요국 지수가 급락한 지금이 오히려 투자 적기란 판단에 ELS 발행을 늘리고 있다. 변동성이 커진 만큼 저점투자 매력도 그만큼 커졌단 얘기다. 아직까지 국내외 지수들이 고점 대비 15~20% 정도 하락했고 녹인이 설정된 ELS가 대부분 40~50%로 설정된 만큼 위험 존에 접어들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증권가의 ELS 출시도 줄을 잇는다. 키움증권은 이날 손실기준선 50%짜리 ELS 5종을 출시했다. 미래에셋대우도 오는 13일까지 조기상환형 ELS 7종 판매에 돌입했다. ELS 신규고객 확보를 위한 마케팅도 한창이다. 삼성증권과 신한금융투자는 이달 초부터 온라인 ELS 신규고객을 대상으로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일각에서는 증권가의 낙관과 달리 경계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향방을 예측하는데 번번이 실패해 온 국내 증권사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수가 추가 낙폭을 키우더라도 설마 50%까지 빠질 리 있겠냐고 낙관하는 생각은 지나치게 안일한 생각이라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해외에서 코로나19가 계속해서 확산 추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추가적인 대규모 주가하락이 발생할 위험성을 배제하긴 어렵다"며 "이미 주가가 많이 하락했다고 해서 성급히 ELS 투자 확대를 결정하기 보다 신중하게 불확실성을 고려하는 자세가 우선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차현정기자 hjcha@dt.co.kr
코로나19 팬데믹 공포로 글로벌금융시장이 연일 급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사진은 11일 오전 명동 하나은행 딜링룸 모습.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