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근 문화평론가
![[하재근의 족집게로 문화집기] 코로나로 드러난 우리사회 민낯](http://contents.dt.co.kr/images/202003/2020031102102269660003[1].jpg "[하재근의 족집게로 문화집기] 코로나로 드러난 우리사회 민낯")
부산의 첫 확진자는 병원에서 자가격리 지침을 받은 직후 밖으로 나와 대형마트를 방문하고 가족과 함께 식당에서 외식했다. 대전의 첫 확진자도 자가격리 상태에서 상점과 우체국을 찾았다. 대구시 달서구청의 공무원인 40대 남성은 확진 판정 이후에 주민센터를 방문했다. 조사에 불응하는 사례도 있었다. 전북에선 확진자의 여자친구가 검사를 거부하다가 당국의 설득 끝에야 검사에 응했다. 경북의 한 확진자는 자신을 병원으로 이송하는 보건소 직원의 얼굴에 침을 뱉었다.
종교단체의 문제도 심각하다. 사태를 결정적으로 악화시킨 신천지 측은 신도, 교육생 등 접촉자 명단을 신속하게 내놓지 않고, 공개한 시설목록마저 신빙성을 의심받으면서 우리 공동체를 위험에 빠뜨렸다. 신천지 신도들이 정체를 숨기고 사회활동에 임하다 뒤늦게 확진된 사례가 잇따랐고, 조사에 협조하지 않는 사례들도 많았다. 한 신도는 전화를 받지 않아 경찰이 이틀 잠복 끝에 찾아내 검사를 받게 했다. 결과는 양성이었다. 서울의 방문지 4곳 중에 3곳을 숨긴 확진자 신도도 있었다.
집단감염이 나타난 천주교 성지순례단의 한 순례자는 떠나기 전 SNS에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주위에서들 못 가게 하지만 우리는 포기할 수 없어요~~~'라고 올렸다는 것이 알려져 빈축을 샀다. 울산의 60대 여성 확진자는 증상이 나타나 코로나19 검사를 받았고 함께 지냈던 딸이 확진 판정을 받았는데도, 교회 예배에 참여했다. 광주에서도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모자가 함께 예배에 참석했고, 예배 직후에 양성 판정을 받았다.
감염자가 폭발적으로 늘어가면서 정부가 종교행사 같은 대중집회의 자제를 요청했는데도 일부 개신교 교회들이 예배를 강행해 논란을 빚었다.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는 집회 자제 요청에도 집회를 강행하더니, 비난이 거세지자 나중엔 집회를 실내 예배로 대체해 또다시 비난을 자초했다. 오산시의 한 50대 확진자도 예배 자제 요청을 무시하고 예배 참여를 강행했다가 감염됐다.코로나19 사태를 장난 소재로 활용한 이들도 있었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20대 남성이 전라도 광주까지 찾아가 '대구 신천지 행사에 다녀왔다', '중국인과도 접촉했다'고 주장하며 대형서점에서 쓰러져 방역당국이 조사에 나섰는데 결국 허위 주장으로 밝혀졌다. 일종의 '쇼'를 했다는 의심을 받았다. 이 청년 때문에 한때 대형서점이 폐쇄됐다.
코로나19 관련 허위 글을 수차례 올린 고등학생도 적발됐는데 '재미 삼아 올렸다. 다른 사람들이 반응을 해줘 흥미를 느꼈다'라고 했다. 한 종합병원에서 감염자가 나왔다는 소문을 퍼뜨린 여성들도 있었다. 이러면 지역사회에 큰 불안이 초래된다. 감염자의 이동경로를 허위로 꾸며 여러 백화점과 마트들, 헬스장, 식당, 주점들을 한꺼번에 어려움에 빠지게 한 사례도 나왔다. 특히 유튜버들의 허위방송이 이어져 혼란을 초래했다.
감염병 대위기로 폭리를 취하려는 사람들도 나타났다. 마스크 사재기다. 코로나3법 통과로 정부가 공적마스크 유통을 발표하자 인터넷 중고매장에 갑자기 마스크 대량 판매자들이 나타났다. 그동안 쌓아놓고만 있다가 정부 개입으로 가격 하락 조짐이 보이자 물량을 방출한 것이다. 공적마스크 유통 이후엔 판매처를 돌면서 수집 장씩 사재기하는 시민들이 마스크 대란을 가중시켰다.
이렇게 수많은 무책임 사례들이 나타났지만 처벌은 미비하다. 예를 들어 마스크 사재기가 적발된 한 상인에게 당국은 마스크를 유통시키도록 지도하면서 불구속 입건했다. 마스크 몰수와 구속이 아니었다. 검사 불응, 허위 진술, 격리 위반 등에 대해서도 처벌이 크지 않다. 허위 방송 유튜버는 구속이 불발되자 정부를 조롱하는 듯한 영상을 다시 올렸다. 강력한 처벌과 시민의식 강화로 이런 행위의 재발을 막아야 한다. 일부 종교단체처럼 방역당국의 요청을 무시하는 사례에 대해서도 제재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국가가 이런 일탈에 무력하면 위기는 또다시 나타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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