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제시한 추가경정예산(추경)이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가운데 벌써부터 2차 추경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2차 추경 쟁점은 올해 6월 임시국회에서 이뤄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10일 정부부처와 경제계에 따르면 정부가 올해 하반기 2차 추경안에 나설 것이란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점점 늘어나면서 우리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파급력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불을 짚인 인물은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다. 박 회장은 지난 9일 서울 세종대로 상의회관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현재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추경 규모를 40조원까지 확대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코로나19로 침체된 경제의 방향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추경안을 편성하는 기획재정부도 추경 확대나 2차 추경 가능성에 직접적으로 부인하지 않았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2차 추경을 검토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말할 수 없다"고 했다.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 것이다. 이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발언과 맥을 같이 한다. 앞서 홍 부총리는 지난 2일 추경안을 설명하는 브리핑에서 "이번 대책(추경)으로 끝나지 않고 코로나19 사태가 한국에 미치는 영향을 추가적으로 더 지켜본 뒤 이 이상이 필요할 경우 추가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거나 종식 이후에도 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계속될 경우 2차 추경 등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경제전문가들도 정부가 2차 추경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높다고 점쳤다. 정민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코로나19 사태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로 점점 퍼지는 상황"이라며 "세계 경제가 위축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정 연구위원은 "이렇게 되면 내수뿐만 아니라 수출기업도 타격이 불가피하다"면서 "현재 정부가 편성한 재정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2차 추경 카드를 꺼낼 확률이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위축이 예상보다 더 심각한 수준에 이를 것"이라며 "올해 6월 임시국회를 목표로 2차 추경안이 나올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전망했다. 추경이 올해 1분기 편성된 것도 2차 추경 가능성을 높였다. 코로나19 여파가 상반기를 지나 하반기까지 이어진다면 이른바 1차 추경 약발도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홍남기 부총리와 박용만 회장의 면담 재개 여부도 주목된다. 홍 부총리와 당초 지난 9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에서 박 회장을 포함한 기업인들과 면담을 가질 예정이었다. 그러나 마스크 생산 및 현장방문 일정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홍 회장이 부득이하게 이날 면담 일정을 취소했다. 경제계에선 박 회장이 추경 확대 및 2차 추경안을 정부에 공식 건의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홍 부총리가 이에 대해 어떤 답변을 내놓을지 주목하고 있다. 이와 관련 기재부 측은 "박 회장과의 면담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했다.
한편 정부가 지금까지 2차 추경을 시행한 전례는 1990년, 1991년, 1998년, 1999년, 2001년, 2003년 등 지금까지 여섯 차례 뿐이다. 1990~1991년엔 석유파동 사태가 터졌고, 1998년엔 외환위기, 2001년엔 미국 9·11테러, 2003년에는 경기침체와 태풍 '매미' 여파 때문이었다. 만약 이번에 2차 추경 카드를 꺼내게 된다면 역대 7번째라는 오명을 남기게 된다. 성승제기자 bank@dt.co.kr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추경예산 편성 당정협의'에 첨석,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자료:기획재정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