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학길 칼럼] 대재앙의 경제학

표학길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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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3-09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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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학길 칼럼] 대재앙의 경제학
표학길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공포가 확산되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실물경제가 크게 타격을 받고 있다. 한은은 지난 2월 27일자 '경제전망보고서'를 통해 올해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작년 11월 전망치 2.3%에서 2.1%로 하향조정한다고 발표했다. 한은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성장률이 2.2%에서 2.0%로, 1분기 성장률은 작년 1분기 성장률(-0.4%)보다 낮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각각 예상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한국경제의 올해 성장률을 2.1%에서 1.9%로, 모건스탠리는 0.8%에서 1.8%로, 노무라증권은 코로나19 사태가 최악으로 치달을 경우 0.5%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경제학에서 '코로나19 충격'과 같은 재앙의 경제적 의미를 분석한 학자로 하버드 케네디스쿨의 제크하우저 (Zeckhauser) 교수를 들 수 있다. 그는 1996년에 발표한 '대재앙의 경제학'(The Economics of Catastrophes)에서 1995년의 일본 한신대지진과 AIDS 확산을 예로 들면서 대재앙은 자연과 인간행위의 결합을 통해 생산되는 경제적 사건으로 간주했다. 그리고 이러한 대재앙이 파급되는 과정과 비합리적인 방법으로 이에 대응하는 과정을 분석했다. 또한 대부분의 경우 부적절한 인센티브 때문에 인간의 행위는 대재앙의 폐해를 악화시키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코로나19 사태'에서 종교적 이유로, 또는 직장으로부터의 해고가 무서워 자가격리나 바이러스 검사를 기피하는 사태를 예상할 수 있는 것이다.

제크하우저 교수가 '대재앙의 경제학'이란 논문을 쓰게 된 계기가 되었던 사건은 1995년의 일본 한신대지진이다. 6000명 이상이 사망하였고, 2만5000명 이상이 다쳤으며 재산상의 피해도 300억 달러에 달한 것으로 추계된다. 간접적 피해규모를 합치면 전체 피해규모는 훨씬 큰 것이다. 제크하우저 교수는 이러한 대재앙적 지진도 물론 처음에는 자연재해로 시작되었지만 부적절한 건물을 몰려지어 놓은 탓에 피해가 대규모로 확산되는 '인간재해'로 귀결된 것으로 보았다.

2011년 3월 11일 14시46분 일본 도호쿠지방에서 발생한 일본 관측사상 최대인 리히터 규모 9.0의 동일본대지진은 2011년 12월까지의 사망자와 실종자수가 2만여명, 피난주민이 33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동일본대지진은 한신대지진보다 훨씬 큰 규모의 지진이었다. 이 역시 자연재해, 즉 대규모의 쓰나미를 예상 못한 도시설계와 원전설계 등 인간재해의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일본이 최근 겪은 두 차례의 대지진은 피해가 일본 국내에 국한되었으며 피해수습, 복구비용도 전부 일본 국민이 부담했다. 우리가 겪고있는 '코로나19'의 피해도 결국 우리 국민이 감당할 수 밖에 없다.

제크하우저 교수가 대재앙의 예로 든 AIDS 바이러스도 물론 자연이 창조한 것이지만 이것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데는 부적절한 성관계에 기인하는 인간재해의 산물인 것이다. AIDS 관련 질병에 의한 전 세계 사망자 수는 2018년 77만명에 도달했다고 한다. AIDS라는 대재앙은 일본이 경험한 두 차례의 대지진보다 훨씬 더 인간재해적인 성격이 강하고 대재앙의 파급과정이 보다 장기적이고 국제적이다.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코로나바이러스 재앙'도 국제적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는 점에서는 AIDS 바이러스와 유사하다. 그러나 AIDS 바이러스가부적절한 성관계를 갖는 특정다수에게 전파되는 것과 달리 '코로나 바이러스'는 접촉에 의한 불특정 다수에게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 국내는 물론 국외에서도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유일한 해결책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이 주도하는 방역대책을 믿고 '사회적 신뢰'(social trust)를 회복하는 것이다. 정부에서 제안하고 있는 추가경정예산도 확진자에 대한 치료는 물론 방역과 치료에 임하는 의료기관과 의료종사자들에게 집중시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확률을 낮출 수 있다는 사회적 확신과 연대감, 그리고 감염확진이 되더라도 회복할 수 있다는 의료적 확신을 확산시키는 방법 밖에 없다. '대재앙의 경제학'은 인재에 의한 2차 피해의 확산이 가장 큰 피해를 낳을 수 있다는 교훈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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