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차현정 기자] 에스오일이 10일 1%대 금리로 6800억원 상당의 회사채 발행에 나선다. 태영건설은 13일 700억원대 회사채 발행을 통해 자금조달을 이어간다. KB국민은행도 19일 2%대 금리로 3000억원 규모의 10년물 회사채를 발행한다. 앞서 SK가스는 6일 1%대 금리로 2500억원 상당의 회사채를 발행했으며 5일에는 한국타이어가 각각 1.38%(1500억원), 1.48%(1500억원) 총 3000억원 상당의 이표채 발행을 통해 자금 조달에 나섰다.
기업의 회사채 발행 열기가 뜨겁다. 지난달에도 국내 기업이 발행한 회사채는 총 12조3000억원어치에 달한다. 한 달 전보다 80% 이상 늘었다. 코로나19 확산 속 경기둔화 우려가 커지며 안전자산 선호로 채권에 돈이 몰리면서 발행금리가 1%대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채권값이 오르면 금리는 떨어진다. 싼값에 자금을 조달해 경기둔화를 대비한 '실탄'을 쌓아두려는 기업까지 회사채 발행에 가세하며 발행액은 더 늘어나고 있다.
9일 금융투자협회가 발표한 '2월 장외채권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회사채 발행은 12조3060억원으로 전달보다 5조5000억원 늘었다. 코로나19 확산에 금리가 하락하고 기업의 선제적 장기 자금 수요가 증가하면서 회사채 발행도 늘었다고 금투협은 설명했다.
기업이 잇따라 회사채 발행에 나선 건 싼 금리 때문이다. 실제 2월 말 기준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연 1.104%로 전월 말보다 19.9bp(1bp=0.01%포인트) 내렸다. 같은 기간 1년물(-15.1bp), 5년물(-20.7bp), 10년물(-22.5bp), 20년물(-20.4bp), 30년물(-18.4bp), 50년물(-18.2bp) 등 전 구간에서 금리가 급락했다.
3년 만기 AA-등급 회사채 금리의 경우 3월 들어 평균 1.6%대에 안착했다. 지난해 말 1.9%대였던 금리가 30bp가량 떨어졌다. 대기업이 은행에서 3%가 넘는 금리로 대출하는 것보다 회사채로 자금을 조달하는 게 남는 장사인 셈이다.
코로나 공포에 금리가 급락세를 거듭하고 있다는 점은 기업의 회사채 발행 유인을 높일 요인이다. 이날 오전 3년물 국고채 금리는 사상 처음으로 0%대까지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금리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어 회사채 발행에 유리한 조건이 형성된 만큼 신용도가 높은 기업이라면 굳이 은행대출을 이용할 유인이 낮아보인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코로나19로 인해 기업의 매출저하, 영업이익 저하가 예상되고 있어 유동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우량기업이라면 만기가 긴 자금을 낮은 금리에 조달하기에 최적의 상황"이라고 말했다.
추가 금리 하락이 예상되는 만큼 투자 측면에서도 매력은 커졌다는 분석이다. 황 연구위원은 "당분간 시장금리가 하향곡선을 그릴 가능성이 높아보이고 이미 시장금리가 낮아졌지만 더 떨어질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며 "채권값 상승이 예상되는 만큼 회사채 투자매력도 높다"고 했다.
반면 금리 급락으로 회사채 투자매력도가 커졌지만 아직 투자 비중을 확대시키기에는 이르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장단기 스프레드 수준이 아직 높은 수준으로 코로나19 감염자수 확산과 4월 회사채 정기평정 시즌 또한 회사채 투심에 부정적"이라며 "사태 여파에 주의를 기울여야 할 필요성이 있고 빠르게 시장을 대응한다면 회사채보다는 유동성 좋은 국채가 더 나은 투자대상일 수 있다"고 했다.
시장은 다음 달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김민정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글로벌 통화정책 공조 강화로 글로벌 금리가 하락하고 있으며 4월 이전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며 "금리 등락이 반복되고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미선 부국증권 연구원은 "미국 중앙은행(Fed)이 금리를 내리면서 국내 통화정책 여력이 확대됐고 한국은행도 4월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에서 금리인하를 결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관건은 금리인하 횟수"라며 "한 차례 금리인하로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하방위험을 방어하기엔 역부족이기 때문에 최소 두 차례의 금리인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