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發 기업 애로 들어보니
정부 지원대책 현장 반영 못해
생산현장은 마스크 없어 스톱
정상가동하기 사실상 어려워
금융지원절차 복잡, 오래 걸려
대구 등 긴급자금 지원요청 속출
특별연장근로 인가 조치 요구도
정부 지원대책 현장 반영 못해
생산현장은 마스크 없어 스톱
정상가동하기 사실상 어려워
금융지원절차 복잡, 오래 걸려
대구 등 긴급자금 지원요청 속출
특별연장근로 인가 조치 요구도
7일 광주 남구 빛고을전남대병원에서 대구에서 온 코로나19 확진자가 구급차에서 내리는 딸의 손을 잡아주고 있다.
연합뉴스
[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대한상공회의소 '코로나19 대책반'이 취합한 기업 애로사항을 보면 지역과 산업 별로 생산과 매출 모두 극심한 타격을 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기업들은 정부에 생산현장에서 쓸 수 있는 마스크를 별도 배정해주고, 생산차질을 만회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특별연장근로를 인가해주는 등의 신속하고 실질적인 조치를 해줄 것을 요구했다.
8일 대한상의 코로나19 대책반이 전국 73개 지역상의, 서울의 25개 구별 상공회, 업종별 협회를 중심으로 기업현장의 피해와 애로사항을 접수한 바에 따르면 제조업체 비중이 높은 인천·경기, 부산·울산·경남, 대구·경북은 해외로부터 원부자재 조달 등과 관련된 애로가 많았다. 내수·관광 관련 업종 비중이 전국 평균보다 높은 강원과 제주의 경우 관광분야 애로가 다수 접수됐다.
업종별로는 서비스업종인 전시산업과 항공운수업은 전시회 개최와 항공이용객이 90% 가까이 줄어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부활동 자제와 계속된 개학 연기에 따라 소매·유통업, 학원 등 업종의 타격도 컸다.
감염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지역인 대구상의 관계자는 "대구 지역의 중국거래 기업 중 47%가 '긴급경영안정자금'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며 "정부지원이 늘었다고 하지만 대출한도 초과, 대상업종 제한, 기업신용도 문제 등으로 신규대출이나 만기연장이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구에선 산업계 몫의 마스크를 배정받아 공급해 달라는 업계 요청이 많다"며 "마스크를 구하기 힘든 상황은 이해되지만 기업에 마스크·세정제 등 방역용품 공급이 이뤄져야 정상가동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요청했다.
서비스 업종이 몰려 있는 서울지역은 항공, 여행, 교육 등 업계에서 큰 폭의 매출 감소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중국노선 여객기 탑승률 감소로 운항이 축소됐고, 일부 국가의 입국이 제한돼 하늘길이 막히면서 항공화물 운송까지 영향을 받고 있다. 실제로 한국항공협회에 따르면 국내 8개 항공사는 중국여객의 급감으로 중국노선 여객수가 77% 감소했고, 그 여파로 중국노선을 71% 축소했다. 국내 항공업계의 올 2∼6월 국제선 매출 타격은 3조7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부산·울산·경남지역은 원자재 수급지연과 가동인력 감소 등에 따른 생산차질을 빚는 기업이 늘고 있다며 건건이 인가해 주는 방식이 아닌 선제적인 특별연장근로 인가를 요청했다. 방역강화로 외근과 출장, 외부인 출입 등이 제한돼 대기오염물질을 제때 측정하기가 어려워 측정 의무 유예가 절실한 기업도 있었다고 전했다.
실제로 울산의 한 석유화학업체는 대기오염물질을 2주에 1회 주기로 측정할 의무가 있는데, 검역 강화로 재택근무가 많고 외부인 출입을 제한해 측정대행업체에 위탁하기도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하소연했다. 이를 고려해 코로나19 기간 동안 측정 의무를 유예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인천·경기지역은 중국으로부터의 원자재 수급이 원활하지 못해 생산에 차질을 빚거나, 수출 애로를 호소하는 기업들이 많았다. 경기도에 공장이 있는 한 반도체 장비업체 관계자는 "주문생산 방식이라 설계와 사양을 파악하기 위해 현지 출장이 필수"라며 "1년에 300일 가량을 중국에 상주해야 하는데 출장길이 막혀 이미 매출이 15% 이상 감소했고, 자금도 돌지 않아 30~40개 협력사까지 어려움에 처했다"고 말했다.
관광산업 비중이 큰 제주·강원의 경우 다른 지역에 비해 관광 관련 애로를 호소하는 기업들이 많았다. 이에 따라 불안심리 차단과 소비정상화를 위한 캠페인을 건의해 왔다.
이와 관련, 제주상의는 도내 호텔과 관광지, 골프장 매출이 50% 감소했고, 호텔 예약률은 예년의 20% 수준에 그쳤다. 관광객 감소로 음식점 매출도 80% 급감했다.
강원도에 있는 리조트 등 레저·테마파크의 경우 3월 들어 계약이 70% 가량 취소됐고, 이에 따라 매출도 30%로 급감했다. 이로 인해 올해 인력 충원을 전면 중단하고 근무시간 단축 등의 조치를 취했다.
기업들은 코로나19로 촉발된 위기가 경제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는 만큼 이 같은 상황이 장기화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호소했다. 경북에 있는 한 전자업체 관계자는 "회사 내 코로나 확진자 발생으로 다수 근로자까지 격리조치했다"며 "전문성이 요구되는 업무라 임시직 대체가 어려워 정규시간내 소화가 어렵다"고 말했다. 아울러 초·중·고교 개학 연기로 가족돌봄휴가 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특별연장근로 인가를 확대해줘야 한다고 요청했다.
정부가 지원 대책을 내놓았지만 이를 받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고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부산에서 학교에 식자재를 납품하는 한 업체는 긴급경영자원 지원을 문의했지만, 매출이 없으면 기업활동이 없다는 정부 기준에 따라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하소연했다. 서울의 한 렌터카 업체도 특성상 제1금융권 이용이 어려운데, 금융지원 정책이 제1금융권에 국한에 지원을 받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 교육기자재·서비스 제공업체도 고정비 부담 급증과 가맹점 소속 교사의 소득 감소 등의 연쇄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한상의 자문위원인 신관호 고려대 교수는 "기업은 총체적 위기에 빠져 한시가 급한데 지원절차가 복잡하고 심사기준이 예전과 같다면 체감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지역·업종별 대책 외 자금지원, 세제감면, 각종 조사·부담금 납부 이연 등 모든 기업에 공통적으로 해당하는 부담경감조치는 한 번에 묶어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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