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화 칼럼] 한국의료의 `본때`를 보여주자

이규화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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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화 칼럼] 한국의료의 `본때`를 보여주자
이규화 논설실장
대한민국 국민이 세계로부터 왕따 당하고 있다. 한국인 입국을 제한하는 국가 수가 늘어나는 것을 보며 국민들은 불쾌하고 불편하다. 코로나사태 직전 한국인이 무비자 입국할 수 있는 '여권파워'는 세계 200여개국 가운데 최고였다. 한때 공동1위였다가 3위를 유지하고 있었다. 여행계획을 취소할 수밖에 없는 사람도 있겠고 비즈니스 출장을 못 가게 돼 심각한 손해를 입는 이도 있을 것이다. 이 난국을 돌파하자면 도리 없이 코로나19와 싸움에서 빨리 승리의 깃발을 꽂는 일밖에 없다.

우리는 2015년 메르스 때 퇴치 완료 상황판을 기억한다. 한국인 입국을 막았던 나라들에 달콤한 복수를 할 때를 상상하며 국민 각자가 바이러스와 싸움에서 전의(戰意)를 불태워야 한다. 승리의 역군이 바로 '한국의료'다. 지금 한국은 외국 언론 보도처럼 '개인의 자유와 인권을 존중하는 법치국가에서 대규모 전염병과 싸워 이길 수 있는지 가늠자'가 되고 있다. 한국은 확진자와 사망자 통계를 믿을 수 없는 중국, 검사를 회피하고 있는 일본과 다르다. 초기 방역에 실패한 정부는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한 가지 잘 하고 있는 일은 확진자를 샅샅이 뒤지고 있는 점이다. 고지식할 정도로 우리는 검사에 적극적이다. 정보의 투명성도 높이 살만하다. 이 같은 적극적 검사와 정보 투명성을 외국 언론들은 의미있게 보도하고 있다.

한국의 확진자 폭증은 검사능력과 효율성 때문이라고 외국 언론은 평가한다. 감염 방지와 시간절감을 위해 '드라이브 스루' 검체 채취를 고안한 것을 BBC는 기발한 착상이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검사시간을 6시간으로 단축한 유전자 증폭 검사법을 개발한 것도 대단한데 국군의학연구소는 20분으로 단축하는 검사법까지 개발해 식약처에 승인요청을 했다. 전염병과 싸움에서도 한국인 핏속의 '빨리빨리 DNA'가 빛을 발하고 있다. 반면, 일본은 정부가 고의로 확진자 수를 늘리지 않기 위해 검사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 야당 의원은 '총리는 무엇을 지키려 하는가,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고 있는가'라며 아베 신조 총리가 온통 올림픽 지키기에 정신이 쏠려 있는 건 아닌지 지적했다.

바이러스와 전쟁에서 정치인들은 사태의 본질을 외면하는 게 아니라 아예 못 본다. 그들의 머릿속에는 국민의 생명보다 온통 표가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걸 바로잡는 이들이 바로 전문가들이다. 의사와 감염학자, 세균학자, 방역전문가 등 직업적 자긍심을 가진 이들이 휩쓸리지 않을 때 바이러스와 전쟁에서 치명적 실족을 하지 않는다. 대한의사협회는 1월부터 줄기차게 정부에 중국발 외국인 입국 제한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부는 들은 척도 안했다. 그럴 듯한 핑계는 얼마든지 들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국민의 생명보다 더 중한 것은 없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중국발 외국인 입국제한 확대에 대한 질문에 "위험지역 입국자 규모를 줄이면 안전하다는 게 방역의 기본 원칙"이라고 했다. 그의 소신이 정치에 눌린 정황이다. 추미애 법무부장관은 신천지교회에 대한 강제수사를 지시했는데, 전문가들로 구성된 질병관리본부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반대했다. 강압적 조치를 할 경우 신도들이 음성적으로 숨게 되면 방역에 부정적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는 점 때문이다.

정치권은 방역전문가들과 의학전문가들에게 키를 맡기고 훈수를 그만둬야 한다. 한국의료인의 수준과 한국의료시스템은 세계 최강이다. 2019년 글로벌 건강안전 인덱스에 따르면 한국은 팬데믹(전염병 대유행)에 대해 잘 준비된 상위 10개 국가 중 하나다. 한국 의사는 최고의 인재집단이다. 중국은 물론 이탈리아 일본보다도 월등히 낮은 코로나19 치명률(0.6%)이 이를 말해준다. 추락한 국민의 자존심을 우리 의료진들이 회복시켜 줄 것임을 믿어의심치 않는다. 국민과 정부는 그들을 힘껏 응원하고 지원하면 된다. 이제 한국의료의 본때를 보여주자.

이규화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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