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수 칼럼] 病魔 이기려면 사회면역력도 강해야 한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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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3-02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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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수 칼럼] 病魔 이기려면 사회면역력도 강해야 한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인간을 약하게 만들고, 불행하게 만드는 것들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중에서도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공통적으로 손꼽히는 것의 하나가 병마(病魔)다. 인간의 생존을 위협하는 병마는 개인의 삶을 파괴할 뿐만 아니라, 심각한 감염병은 인류의 존속조차 위협한다. 주목해야 할 점은 병마에 대한 공포가 커질수록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대응이 어려워지고, 불안과 불신 속에 사회 기능이 마비될 경우에는 병마가 더욱 강력한 힘을 얻게 된다는 것이다. 14세기 유럽을 휩쓸었던 흑사병의 경우도 죽음에 대한 공포로 무작정 피신하던 사람들에 의해 오히려 질병이 더 빠른 속도로 전파되었다는 점은 오늘날에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최근 국내외의 코로나19에 대한 대응을 이와 비교할 수는 없다. 14세기와는 달리 의학의 발전으로 질병의 원인에 대해서도, 이에 대한 대응방법에 대해서도 훨씬 정확하게 알려져 있으며, 효율적인 방역을 위한 국가 시스템과 사회적 메커니즘도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우리 정부의 미숙한 대응과 일부 정치인들의 부적절한 발언은 코로나19의 급속한 확산과 맞물려 심각한 불안과 공포를 야기하고 있다. 초기에 전문가들의 조언을 무시하고 중국인 입국금지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안이하게 대응하면서 2차 감염을 통제하지 못하게 된 것이나, 대구 봉쇄와 같은 터무니없는 주장으로 불안감을 키운 것에 대해서는 정부·여당도 확실하게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하지만 현시점에서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할 것은 코로나19의 극복이다. 정부의 탓만 할 것이 아니라 모든 국민들이 합심해서 일단 병마와 싸워 이겨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 국민들의 시민의식이 중요하다. 나만 병에 걸리지 않는다면, 혹은 내가 이미 병에 감염되어 생사가 위태로우니, 다른 사람들이야 어떻게 되든지 알 바 없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내가 온전하게 치료되기 위해서라도 다른 사람들에게 감염되지 않도록 해야 하며, 사회 전체가 건강해야 나도 건강해질 수 있다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

급속한 감염 확대로 인한 불안감이 증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에게, 방역 당국에 모든 책임을 떠넘기면서 나는 마스크 쓰고, 장갑 끼고 생활하는 것만으로 병마를 극복할 수는 없다. 병마와 싸우기 위해서는 개인의 면역력 뿐만 아니라, 사회의 면역력도 강해져야 한다. 그런데, 마스크 대란은 접어 두더라도, 생필품 사재기 등의 불안심리는 우리 사회의 면역력을 약하게 만들 뿐이다.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은 나 홀로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함께 극복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회복된 후라도 다른 환자들에 의해 재감염될 수도 있다. 환자들을 격리시키는 것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무증상 보균자들을 포함한 우리 모두의 보건위생이 철저해져야 한다. 서로를 배려하되, 원칙과 기준을 준수해야 한다. 증상이 없더라도 나부터도 잠재적 보균자일 수 있다는 전제 하에서 행동해야 한다. 그렇게 서로의 건강을 지켜줄 수 있을 때 사회가 건강해지고 개인도 건강해진다.

거대한 제방이 개미구멍으로 무너질 수 있듯이, 불과 몇 사람의 일탈행동으로 감염병의 걷잡을 수 없는 확산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두렵다고 대응을 포기할 것인가? 국민 모두가 협력하여 댐을 철저하게 지킬 때 제방을 무너뜨릴 수 있는 개미구멍도 조기 발견할 수 있고, 그 피해도 최소화할 수 있다. 정부는 이러한 시민의식의 고양과 국민들의 협력을 위한 촉매제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정부가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고 과신해서도 안 되지만, 정부에 대한 불신과 불만으로 정부의 역할을 축소시키는 것도 합리적이지 않다. 국가 시스템의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활용이 우선돼야 한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국민들의 정부에 대한 불신을 거두어내기 위한 적극적 노력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선거에 미치는 영향이나 대중국 외교 등과 같은 요인들보다 국민들의 건강과 생명이 최우선적 가치라는 점을 정부가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그 바탕 위에서 정부의 효율적 방역활동과 국민들의 노력이 결합될 때 코로나19의 끝이 눈앞에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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