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스트에서 동영상 시대로… 개인 맞춤형 AI, 권좌를 노린다

초고속 인터넷 상용화 21년… 콘텐츠가 패권 바꿔
인터넷·컴퓨터에서 독립한 '포노 사피엔스'도 등장
구글 등 인터넷업체 '콘텐츠 수급'에 사활 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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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스트에서 동영상 시대로… 개인 맞춤형 AI, 권좌를 노린다


경제종합일간지 재창간 1년ㆍ창간 20년

차세대 인터넷 패권


2020년 1월 1일 0시 0분. EBS의 유튜브 크리에이터(동영상을 생산해 업로드하는 창작자) '펭수'가 제야의 종을 울리기 위해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보신각에 섰다. 미국 메이저리그 토론토 블루제이스 역사상 투수로는 최대금액인 4년간 8000만 달러로 계약을 마치고 금의환향한 류현진 선수와 함께였다. 유튜브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펭수에 쏟아지는 러브콜은 동영상 시대의 단면을 보여준다.

#초고속 인터넷 상용화 21년…기술이 콘텐츠를, 콘텐츠가 패권을 바꿨다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인 인터넷 시대가 열린 것은 1999년 SK브로드밴드와 KT가 ADSL(비대칭형 디지털 가입자망) 서비스를 상용화하면서다. 통신사들은 구리 전화선을 통해 음성통화와 데이터 통신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ADSL 서비스를 시작하며 쓰는 만큼 내는 종량제가 아닌 3만원 수준의 정액 요금제로 운영했다. 요금 부담을 낮춰 인터넷 접근의 문턱을 낮췄다는 평가다.

ADSL의 전송속도는 최대 8Mbps 수준이었다. 1Mpbs란 1MB(메가바이트)의 데이터를 8초에 다운로드받을 수 있는 속도로, 8Mbps 속도의 인터넷 환경에서는 1초에 1MB의 데이터를 받을 수 있다. 최대 속도가 8Mbps라는 점을 감안하면 5MB 웹툰을 한 편 로딩하기 위해 최소 5초의 시간을 기다려야하는 셈이다. 따라서 당시에는 텍스트 위주의 콘텐츠가 인터넷 세상의 주류였다. 국내 최초 무료 웹메일 '한메일'과 커뮤니티 '카페'를 앞세운 다음은 인터넷 개막 초기 텍스트 전성시대에 승기를 잡았다.네이버가 다음에 역전한 것은 2004년이 돼서다. 그 사이 ADSL 기술이 정비됐고, ADSL보다 3배 빠른 속도를 자랑하는 VDSL도 이미 상용화된 상태. 텍스트와 더불어 사진 콘텐츠의 소비량이 늘어나며 2000년 국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시초인 '싸이월드'가 등장하며 미니홈피 붐이 일기도 했다.

네이버에 인터넷 포털사이트 패권을 쥐어준 일등공신은 UGC(User Generated Content·이용자 제작 콘텐츠)다. 2002년 '지식iN', 2003년 '블로그' 등을 오픈한 네이버는 이 플랫폼들을 통해 이용자들이 직접 생산한 콘텐츠를 차곡차곡 모았고, 이 콘텐츠들은 네이버 검색 결과 품질을 대폭 높여줬다. 그 결과 랭키닷컴의 시간당 방문자 수 조사에서 1위를 지켜오던 다음은 2004년 3월경 네이버에 1위를 내주게 됐다.

#포노 사피엔스의 등장…컴퓨터에서 독립한 인터넷

국내 인터넷 업계의 가장 큰 변곡점이 된 해는 2009년이다. 당시 KT는 국내 최초로 애플의 스마트폰 아이폰3G와 아이폰3Gs을 시장에 내놓으며 스마트폰의 상용화를 이끌었다. 아이폰 열풍에 삼성전자·LG전자 등 휴대폰 제조사들이 너도나도 스마트폰을 선보였고 스마트폰의 확산은 데이터 통신의 시대를 열었다. 컴퓨터로 접근 가능했던 인터넷이 이용자들의 손 안으로 들어오게 된 것.

스마트폰 열풍에 국내 이동통신사들은 4세대 이동통신(4G) 서비스인 롱텀에볼루션(LTE)을 구축하기 위해 네트워크 망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를 집행했다. 스마트폰을 통해 보다 더 원활하게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도록 길을 닦기 위해서다. 국내에서 2011년 상용화된 LTE가 당시 낼 수 있었던 최대 속도는 75Mbps. 최고 속도가 14.4Mbps에 불과했던 3G에 비해 5배 이상 빨라진 속도였다. 3G 네트워크상에서 동영상을 스트리밍할 경우 끊김이 있었다면, LTE 상용화 이후에는 언제 어디서나 동영상 재생이 가능해졌다.

이어 2014년 국내 이통사들이 제공 LTE 데이터를 소진할 경우 일정 속도 이하로 제한되지만 무제한으로 데이터 통신을 할 수 있는 LTE 무제한 요금제를 출시했고, 2018년에는 가족 공유까지 가능한 LTE 완전 무제한 요금제를 선보였다. LTE 요금제 부담이 낮아지는만큼 동영상 시장의 발전도 빨라졌다. 인터넷 시대가 개막한 후 국산 실시간 생중계 플랫폼 아프리카TV, 구글이 운영하는 글로벌 비디오 플랫폼 유튜브 등이 한켠에서 세를 넓히고 있었지만 동영상이 인터넷의 주류로 떠오른 것은 2017~2018년 경이다. 유튜브의 시장 장악으로 인한 '네이버 위기론'이 떠오른 것도 이 즈음이다.

실제 네이버의 창업주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는 2017년 10월 실시된 국정감사에서 검색 및 광고에 대한 질의에 구글도 겪고 있는 문제로 네이버만 비판받는 것이 부당하다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 이어 구글이 국내에 세금도 내지 않고 고용도 충분히 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듬해인 2018년 2월 한성숙 네이버 대표도 유튜브에 대한 위기감을 드러냈다. '네이버 커넥트 2018' 행사장에 참석한 한 대표는 유튜브의 성장세와 관련한 질문에 "동영상 서비스에 대해 고민이 많다"며 "위기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유튜브는 이미 한국 동영상 시장은 물론 인터넷 생태계까지 잠식한 상태다. 와이즈앱이 지난해 12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기준 한국인이 사용하는 동영상 앱 서비스 현황을 분석한 결과, 유튜브의 월간 이용자는 3368만 명으로 가장 많은 사람이 이용했다. 이용자들이 앱에 머무른 총 체류시간은 같은 기간 489억 분에 달했다. '유튜브 천하'는 우리나라만의 일은 아니다.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은 지난해 처음으로 유튜브의 실적을 공개했는데, 유튜브가 지난 한 해 동안 광고로 벌어들인 금액은 151억5000만 달러로 나타났다. 우리 돈으로 치면 18조 원이다. 국내 대표 인터넷기업인 네이버의 지난해 전체 매출은 6조5934억 원, 카카오의 지난해 전체 매출은 3조898억 원이다.

#인터넷社 '콘텐츠 수급'에 열 올리는 이유

순다 피차이 구글 CEO는 지난 2016년 주주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앞으로 컴퓨터는 일상에 도움을 주는 인공지능(AI)으로 대체될 것"이라며 "모바일 퍼스트에서 AI 퍼스트인 세상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은 AI와 데이터가 인터넷 경제를 주도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미 각종 전자제품, 서비스에 AI가 스며들어 'AI 퍼스트' 시대가 가시화된 상황이다.

인터넷 미디어 생태계에서도 역시 AI는 새로운 시대를 열 교두보 역할을 할 전망이다. 새로운 콘텐츠 포맷의 콘텐츠가 등장한다기보다는 AI를 활용한 개인맞춤형 콘텐츠 소비가 생활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미 음원 플랫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각종 플랫폼에 AI를 활용한 콘텐츠 추천이 활발하다. 아직 기술의 초창기 단계여서 완벽한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지만 향후 AI가 개인의 취향을 완벽하게 분석, 맞춤형 콘텐츠를 끊임없이 추천해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개인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하려면 플랫폼내 갖춰진 콘텐츠가 방대해야한다. 이에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인터넷업체들은 신사업·기술개발에도 손을 뻗치며 콘텐츠 사업도 소홀히 하지 않고 있다. 네이버는 웹툰으로 세계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선언했고, 카카오의 대표 콘텐츠 플랫폼 '카카오페이지'는 상장을 앞두고 있는 효자 자회사다. 또한 네이버는 영상콘텐츠를 제작하는 '스튜디오N'을 손자회사로 두고 있고, 카카오에는 콘텐츠를 전담하는 자회사 카카오M이 있다. 카카오M 산하에는 연예기획사와 영상 제작 스튜디오들이 포진해있다.

김위수기자 withsu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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