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섭 칼럼] 코로나 방역 골든타임 이미 놓쳤다

최경섭 ICT과학부장

  • 프린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최경섭 칼럼] 코로나 방역 골든타임 이미 놓쳤다
최경섭 ICT과학부장
초호화 유람선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COVID-19) 감염의 온상지로 추락한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승객 2666명, 승무원 1045명, 총 3711명을 태운 유람선이 일본 요코하마항에 입항한 것은 지난 3일. 이 유람선은 지난 15일 탑승객 중에 첫 확진자가 확진된 이후 22일 기준으로 유람선 탑승객 중에 전체 확진자가 800여명에 육박하고 사망자도 3명이나 나왔다. 일본 정부가 유람선이 코로나19 감염자들의 온상인 사실을 확인하고도, 확진자와 비확진자를 사실상 선실내에 한묶음으로 방치하면서 죽음의 유람선이 된 것이다.

국제사회의 비난이 확산되자 일본 정부가 뒤늦게 승객 중 발열·기침의 증세가 없고 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판정을 받은 사람을 중심으로 하선에 나섰지만, 상황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특히 미국, 호주, 한국 등 세계 주요 국가에서 자국인들을 구출하기 위해 전세기까지 띄우면서 큰 원성을 샀다. 이미 본국으로 이송된 탑승객 중에 추가 확진자들이 나오고, 사망자가 이어지면서 일본 정부는 코로나19 감염자를 전 세계로 확산시킨 주범으로 낙인찍히게 됐다.

일본은 전 세계적으로 재난재해 및 방역방재 부문에서 선진국으로 평가받아왔다. 의료기술 수준도 미국과 유럽 등에 견줄만큼 최고수준이다. 그러나 확진자들에 대한 초동 부실검사와 치료 지연으로 일본은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불신임 국가'로 전락하게 된 것이다.

일본 정부의 크나큰 실정은 자칫 인간의 생명과 직결되는 엄중한 사안을, 올림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로 정무적으로 평가절하한 데서 비롯됐다. 일본 정부는 선실내 감염확산 사태가 심각한 상황임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오는 7월 자국내에서 열리는 도쿄 올림픽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을 우려해 사태해결에 미온적이었다. 이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은 아베 정권에 대한 불신임을 넘어 올림픽 개최지 이전, 올림픽 폐지 움직임으로까지 치달을 분위기다.

일본 정부를 탓할 상황이 아니다. 당장, 우리도 코로나19 확진자가 지역사회로 급속도로 전파되면서 확진자 수가 중국, 일본에 이어 세계 3위라는 오명을 떠안게 됐다. 일본의 유람선 확진자를 제외하면 코로나19 발병 진원지인 중국에 이어 사실상 세계 2위인 셈이다.

우리나라는 지역사회 감염이 현실화되면서, 중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로부터 감염원 차단을 위한 1차 방어선이 뚫린 상황이다. 해외를 방문하지도 않은 확진자들을 중심으로 2차, 3차 감염이 속출하고 있다. 특히 대구·경북 등 특정 지역을 넘어서 전국적으로 환자들이 속출하면서 '대유행' 징조도 커지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정부의 초기 대응이 국민들이 우려스러워 할 정도로 훨씬 더 신속하고 과감했어야 한다고 개탄스러워 하고 있다. 실제 의료계와 일부 정치권에서는 이미 한달여 전부터 중국인 입국 차단, 동남아·일본 등 감염국 방문자에 대한 강도 높은 검역강화 등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정작 정부가 이같은 조치에 나서기 시작한 것은 확진자가 눈에 띄게 늘어나기 시작한 이달 중순 이후 부터였다. 그나마 의료계가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중국인 입국 차단은 외교적 마찰 가능성 때문에 후베이성 방문자로 제한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또한 의료계가 2주 전부터 전염병 위기경보 단계를 최상위 단계로 상향해야 한다는 주장도 대구·경북 지역에 지역사회 감염이 최고조에 달한 23일에야 단행했다. 정부는 지역사회 확산이 아직까지는 대구·경북 등 특정 지역, 특정 종교집단을 중심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이유로 최상위 등급 전환에 반대해왔다.

의료계는 늦었지만, 정부가 지금에라도 할 수 있는 조치를 좀 더 과감하고 신속하게 결단하고 실행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일본이 올림픽 때문에 초호화 유람선을 죽음의 '전염병선'으로 몰고 간 것처럼, 혹시 우리 정부도 중국과의 외교적 관계 때문에, 혹은 코앞에 닥친 선거 때문에 국민의 생명이 걸린 '골든타임'을 놓고 저울질 중인 것은 아닌지 우려스러울 뿐이다.

최경섭 ICT과학부장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