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기부금 사용 투명성확보 화급하다

권오용 (재)한국가이드스타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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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2-20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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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기부금 사용 투명성확보 화급하다
권오용 (재)한국가이드스타 상임이사


최근 호주 산불 피해 야생동물을 위해 기부하여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국내외 스타와 기업들이 많다.

우리나라 굴지의 기업 삼성전자는 산불로 큰 피해를 입은 호주 지역사회를 지원하기 위해 100만 호주달러(한화 약 8억원)을 기부했다. 할리우드 배우인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호주의 산불 진화를 돕기 위해 300만 달러(한화 약 35억원)을 기부한다고 했다. 그는 자신이 후원하는 환경재단인 '어스 얼라이언스'가 만든 산불펀드를 통해 호주 지역의 단체들과 협력해 구호활동도 펼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러한 세계적인 기부 이슈 속에서 한국의 기부문화 또한 지속적으로 발전해 왔다. 2019년 12월 국세청에서 발표한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기부금은 약 13.9조원, 그 전해 대비 약 1조원 증가했다. 2016년 국정농단 사태에 이어 2018년 새희망씨앗, 어금니아빠 사건 등으로 '기부포비아'라 할 정도로 위축됐던 기부환경을 감안하면 예상외의 증가였다.

그런데 영국자선지원재단(Charities Aid Foundation;CAF)에서 2019년 10월 발표한 세계기부지수(2009년~2018년 집계수치, 세계기부지수는 자선 행동의 세 가지 형태를 측정한다. 개인이 지난 한 달 동안 현금을 기부한 적 있는지, 자원 봉사를 한 적 있는지, 낯선 사람을 도와준 적 있는지 여부다. 이 세 가지 측정값을 집계하여 각 국가의 전체 등급을 산출한다)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128개국 중 57위를 차지했다. 지난 10년간 가장 관대한 나라는 미국이었으며, 미얀마, 뉴질랜드가 그 뒤를 이었다. 가장 관대하지 않는 나라는 중국이었으며, 이어 그리스와 예맨이 하위권을 차지했다.

그렇다면 경제선진국들이 기부도 잘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한국가이드스타의 세계기부지수 분석 자료에 따르면 OECD회원국 중 GDP 순위가 가장 높은 경제선진국 미국이 세계기부지수도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OECD회원 36개국 중 세계기부지수 순위가 높은 나라는 뉴질랜드(3위), 호주(4위), 아일랜드(5위), 캐나다(6위) 순이었으며, 우리나라는 57위로 중간에 위치했다. 또한 GDP순위 4위인 독일은 기부지수순위 18위, GDP순위 5위인 영국은 기부지수순위 7위, GDP순위 11위인 캐나다는 기부지수순위 6위, GDP순위 13위인 호주는 기부지수순위에서 4위를 차지해 GDP순위 10위권 내외의 경제선진국들 중 절반은 경제와 기부가 정그래프를 보였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반그래프를 보이는 국가도 있었다. 경제규모가 커도 기부지수는 한참 낮은 나라가 대표적으로 일본이었다. 한국은행 자료(2018년)에 따르면 일본은 GDP 4조9709억1555만 달러로 세계경제규모 3위였으나, 기부지수는 한참 아래인 126개국 중 107위에 머물렀다. GDP순위 6위인 프랑스가 기부지수순위는 66위, GDP순위 8위인 이탈리아 또한 기부지수 순위는 54위에 그쳤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GDP순으로 10번째에 위치한 점을 고려하면 기부지수 57위는 국가 경제규모와 비교해 기부에 참여하는 수준은 떨어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무엇 때문에 이런 격차가 발생할까.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이 기부를 하지 않는 이유는 '기부금 사용처가 투명하지 않아서'라는 응답이 60.7%로 1위였다. 기부를 한 사람 조차도 61.7%가 제대로 썼는지 알 수 없다고 답했다. 결국 내가 내는 기부금의 쓰임새를 투명하게 알 수 있다면 국력에 걸맞은 만큼의 기부순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경제지수와 기부지수의 격차해소는 방법의 문제이지 불가능한 과제는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기부문화의 투명성 확보는 조세정의의 실현과도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기부금이 14조원 가량인데 법인·소득세율 15%를 기준으로 계산해 보면 약 2.1조원의 세금을 거두지 않고 민간에 유보시킨 것과 같은 효과다. 국가가 더 거둘 수 있는 세금을 공익목적에 사용한다는 이유로 징수하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기부문화의 투명성은 반드시 확보되어야 한다. 그것이 세금을 정상적으로 납부한 납세자를 위한 조세정의에 부합한다. 정부는 비영리 투명성을 둘러싼 우리 사회의 달라진 분위기를 반영하듯 지난 2018년 공익법인회계기준을 제정하였으며, 이에 따라 공익법인과 관련된 제도들도 변화를 맞이했다. 공익법인에 새롭게 적용될 투명성 강화를 위한 세법 개정안을 확정했다.

앞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기업과 부자들은 더 늘어날 것이다. 이들이 더 쉽게 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제도와 환경이 뒷받침 돼야 하는 것은 물론 기부자들의 기부에 대한 인식도 변화해야 한다.

한국가이드스타가 제공하는 공익법인 평가정보는 개인 기부자들 뿐 아니라 기업들의 사회공헌 활동에도 크게 도움이 될 수 있다. 기부 인식 변화를 통해 기부 후진국에서 벗어나 기부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는 원년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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