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조사해봐야, 지자체와 협의"
당국, 실질적 대책마련 미온적
지역감염 관련 강력한 지침없어
현장의료진 적극적 대응 어려워
병·의원 폐쇄 손실보상도 못해
당국, 실질적 대책마련 미온적
지역감염 관련 강력한 지침없어
현장의료진 적극적 대응 어려워
병·의원 폐쇄 손실보상도 못해
연합뉴스
역학적 연관관계가 없는 31번째 확진자가 다시 11명의 추가 확진자를 양산하는 '슈퍼전파자' 로 부상하고 있지만,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과 관련한 방역강화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사실상 해외 방문자를 중심으로 한 1차 방역망이 뚫려 지역사회 전파가 현실화하는 상황에서 지역사회 내 감염확산을 최소화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19일 중앙방역대책본부는 31번 환자가 슈퍼 전파자 역할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국민 불안을 덜어줄 실질적인 대책 마련에는 미온적이다.
이날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은 "현재까지 31번째 환자를 포함해 11명이 (31번 환자가 다니는) 교회와 관련된 전파였기 때문에 슈퍼전파 사건은 있었다고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 본부장은 "그런데 그게 누가 감염원이었고 어떤 감염경로를 통해 확산했는지에 대해선 조사가 진행 중"이라며 "그런 광범위한 노출의 범위와 어떤 환자가 지표환자였고, 누가 노출을 시작을 했는지에 대해선 조사를 좀 더 진행해야 말씀 드릴 수 있다"고 말했다.
슈퍼전파가 이미 일어난 상황인 만큼, 지역사회 감염 차단을 위해 방역대책의 전면 수정이 요구되고 있지만 정부 당국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실제 이날 브리핑에선 집단발병 사례에 대한 조치를 어떻게 할 것인지 구체적인 내용이 발표되지 못했다. 정부로부터 들을 수 있는 얘기는 지자체와 협의해 결정하겠다는 원론적인 얘기 뿐이었다.
정 본부장은 집단 감염자 발병과 관련한 강화된 관리지침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현재 유행이 발생한 교회에 대해 예배를 중지시키고 조사를 하고 있다"며 "오늘과 내일의 조사 결과를 보고, 그 부분을 얼마나 확대할지 대구시와 협의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지역사회 발병 가능성이 굳어지는 가운데 일선 현장에서 의료진의 적극적인 대응이 어렵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는 증상이 뚜렷하지 않을 때 감염이 가능한 만큼, 현장 의사의 유연한 판단이 중요하다. 하지만 개정지침에는 현장에서 의사 판단 시 검진이 '가능'하다는 식으로 다분히 모호하게 표현돼 있다. 의료계에선 '가능' 대신 '필수'라는 표현을 쓰는 등 좀 더 강력한 지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정 본부장은 "경증 전염력이 있을 때 이것을 빨리 발견하는 데 어느 정도 어려움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또 이분들이 무작정 진료, 의료기관을 갔을 때 의료기관에 노출되는 것을 방지하려면 호흡기, 발열 환자들이 안심하고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외래진료에 대한 경로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확진환자 동선으로 파악된 병원·의원 폐쇄에 따른 손실보상 체계도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정부는 '심각' 단계로 위기단계를 격상하는 데에도 여전히 신중론을 펴고 있다. 당장 '심각' 단계로 격상하는 것이 어렵다면 그 중간 단계로 입국제한지역 확대 등 감염원 차단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추가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에 대해 정 본부장은 "입국금지에 대해 방역하는 입장에선 누구라도 고위험군이 덜 들어오는 게 좋은 것은 당연하지만 다른 부분들을 고려해 정부 차원에서 입장을 정리한 바가 있다"면서 "현재 중국의 통계를 보면 후베이성 이외의 지역에선 환자가 감소하는 추세여서 이를 감안해 계속 논의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 본부장은 지역사회 감염 방역에 구멍이 뚫렸다는 평가에 대해 "전국적으로 감염 위험이 확산하는 단계는 아니다"면서도 "다만 집단발병 사례가 발생했기에 이 부분을 집중 조사해 조치하겠다"고 강조했다.
국내 코로나19 첫 확진자 발생 이후 한 달이 된 상황에서 역학적인 연결고리를 찾을 수 없는 환자들이 나오면서 변곡점을 맞은 상태다. 정부도 현 상황을 '두 번째 충격이 오는 과도기'(박능후 복지부 장관, 18일 복지위), '다시 한번 방역 고삐를 죄어야 하는 상황'(정세균, 19일,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이라며 바짝 긴장하고 있다.
정부는 국내 지역사회 감염사례에 대한 적극적인 확인과 조치를 위해 코로나19 대응지침을 개정해(6판) 20일부터 적용할 예정이다. 6판 지침은 △중국 방문자(홍콩·마카오 포함)에 대해 적극 검사하도록 안내하고 △'의사소견에 따라서 입원이 필요한 원인불명 폐렴인 자'에 대한 규정 △'조사대상 유증상자' 개념 추가를 통한 조사대상 확대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김수연기자 newsnew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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