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이게 나라냐"

류동길 숭실대 명예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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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2-18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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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이게 나라냐"
류동길 숭실대 명예교수·경제학
경제와 민생은 비바람 치는 들판에 아무런 장비 없이 내던져있다. 외교와 안보도 흔들린다. 정치판 돌아가는 모양새에 절망을 느낀다. 우리가 겪고 있는 혼란과 어려움은 근본적으로 잘못된 국가경영 탓이다.

모든 나랏일은 얽히고 설켜 있고 서로 이해관계가 달라 의견이 갈라지게 마련이다. 그런 걸 조정하며 최선의 방법을 찾는 게 국가경영이다. 이율곡은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전에 "나라가 나라가 아닙니다"라는 상소문을 썼다. 당시 조선은 제대로 된 나라가 아니었다. 임진왜란을 겪으면서 류성룡이 쓴 상소문은 이렇다. "비록 명나라 군이 있다 해도 그 명군이 우리를 어찌 구할 수 있겠나이까."

중국에 대한 우리의 저자세는 먼 역사이야기가 아니다. 우리의 행태를 보라. 북한의 핵 공격을 방어하려는 사드체계 배치에 중국이 반발하자 사드 추가배치 불가·미국의 미사일 방어체제 참여 불가 등 중국에 '3불'(不) 약속을 해주었다. 동맹국 미국을 배신하고 우리의 안보주권을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었다.

국방과 안보를 남의 일처럼 여기고 스스로 나라를 지키겠다고 하지 않는 나라를 지켜주는 동맹은 없다. 문 대통령은 2017년 12월 베이징(北京)대학을 방문했을 때 "중국은 높은 산봉우리이며 대한민국은 작은 나라"라고 했다. 주권 국가 사이의 평등관계를 높은 산봉우리와 작은 나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코로나19가 발생하자 중국 후베이(湖北)성에서 오는 외국인 입국 금지와 중국 여행제한 조치에 대해 싱하이밍(邢海明) 중국대사는 사실상 반대하는 입장을 나타내며 우리의 정책을 간섭했다. 그런데도 정부·여당은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해리스 미국 대사가 우리 정부의 대북 유화조치에 미국과 협의해야 한다고 하자, "조선총독이냐"고 모욕적인 말을 하던 모습과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일자리 참사는 현재 진행형이다. 지난 1월 취업자가 전년대비 56만8000명 증가했다고 했다. 그러나 그중 60대 이상이 90%에 이르고 가장 일할 40대는 오히려 8만4000명이나 감소했다. 이런 걸 두고 고용증가라고 했다. 고용은 노동개혁과 민간투자 증가를 통해 창출하는 것이지 단순한 통계숫자놀이가 아니다.

정치는 언제 제 길을 찾을 것인가. 어제는 항상 부당했고 오늘은 언제나 정당하고 내일은 다시 오늘이 부정되는 나라를 만들고 있는 게 우리의 정치다. 과거와 싸워 이기려고 적폐청산을 외치면서 새로운 적폐를 만들고 있다면 이런 어처구니없는 모순과 역사의 후퇴가 어디 있는가. 울산시장 부정선거 개입의 내막이야 밝혀질 터이지만 피의자로 검찰에 출석한 전임 대통령 비서실장은 "검찰이 좀 더 반듯하고 단정했으면 한다"고 했다.

조국사태와 관련된 청와대 비서관은 검찰을 향해 '공수처 수사 대상'이라고 협박하고 '검찰권을 남용한 기소 쿠데타'라고 주장한다. 참으로 겁 없고 당당한(?) 주장이다. 끼리끼리 봐주고 감싸는 정치, 제 편의 거짓말은 감싸고 상대편의 진실은 거짓이라 우기는 정치는 끝내야한다.

정치판의 거짓말과 말 바꾸기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똑같은 사안을 두고 야당일 때와 여당일 때 말이 정반대로 달라진다. 달라진 까닭을 설명하지도 않는다. 그렇다면 아무데서나 막말하고 뒤집고 하는 시정잡배와 무엇이 다르겠는가. 최근 민주당은 '민주당만 빼고'라는 신문의 칼럼필자와 언론사를 고발했다가 취하하는 촌극을 벌였다. 야당일 때 표현의 자유를 말하던 자들의 민낯이 바로 이렇다.

링컨은 이런 말을 했다. "모든 국민을 잠시 속일 수 있고, 일부 국민을 늘 속일 수 있어도, 모든 국민을 늘 속일 수 없다." 그러나 정부가 언론을 통제하는 상황에서는 시민이 진실을 알지 못하도록 막는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역사와 국가에 책임지는 게 정치다. 정책실패를 남 탓, 또는 외부상황 변화 탓으로 돌리고 잘못된 정책을 밀고 나가면 어찌 되는가. 진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기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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