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서 칼럼] 코로나19가 당긴 방아쇠

박영서 논설위원

  • 프린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박영서 칼럼] 코로나19가 당긴 방아쇠
박영서 논설위원
'코로나19'가 당긴 방아쇠칼 마르크스는 헤겔의 말을 인용해 이렇게 말했다. "역사는 두 번 반복된다. 한 번은 비극으로, 다른 한 번은 희극으로."

2002~2003년의 사스 (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위기가 비극이었다면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는 비극적이다 못해 희극적이다.

코로나19 진원지인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에선 일가족 4명이 변변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잇따라 숨진 '비극'이 일어났다. 매년 3월초 열리는 중국의 연중 최대 정치 이벤트인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인민정치협상회의)는 연기될 것이라 한다. 중국은 문화대혁명 이후인 1978년부터 매년 양회를 개최해왔다. 따라서 양회 연기는 수십 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신중국 역사상 전무후무한 '블랙코미디'다.

중국 정부는 18년 전의 사스 사태에서 배웠을 교훈을 이번에도 살리지 못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중국 내 사망자 수는 이미 사스 사망자 수를 넘어섰다. 정부가 발 빠르게 나섰다면 이같은 상황은 오지 않았을 것이다. 이를 보면 극명하게 드러난 게 하나 있다. 중국의 공중위생 시스템이 18년 전과 비교해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는 점이다. 물론 사스가 중국 본토와 홍콩을 타격한 뒤 중국 정부는 비슷한 위기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각종 대책을 강구해 왔다. 다만 이런 대책은 기본적으로 하드웨어를 개선하는 쪽에 초점이 맞춰졌다. 예를 들어 질병 관리·예방과 관련된 예산을 늘리고 전문가를 육성하거나 법·제도를 정비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중국 체제의 가장 취약한 부분, 즉 소프트웨어는 별 발전이 없었다. 전국에 최신의 연구 의료 시설이 속속 들어섰을지는 몰라도, 공중 보건·위생 긴급사태에 대응하는 시스템은 상대적으로 뒤쳐졌다. 그 결과는 우리가 지금 보는 그대로다.

사스에서 배운 교훈이 있다면, 그것은 예방이 중요하다는 점일 것이다. 사스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살아있는 야생동물을 즉석에서 도살해 파는 비위생적 시장에서 바이러스가 발생해 사람에게 전염된 것으로 보인다. 이를 막으려면 무엇보다 먼저 식품 취급 위생기준을 마련해 업자들이 이를 철저히 지키도록 해야 한다. 당국이 수시로 검사를 실시하고 위법행위를 엄격히 단속해야 하는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중국의 관료들은 이런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의 식품 안전성을 지키고 대기오염에 대처하는 등 국민을 위한 일상적 업무를 수행하는 능력은 놀랄 만큼 낮은 편이다. 반면 각종 보도나 콘텐츠를 검열하고 반체제 인사들을 탄압하는 등 권력을 유지하는 직무에서는 놀랄 만큼 유능하다. 게다가 중국 관료들은 국민의 감시 아래 놓여있지도 않고 국민들에게 설명할 책임도 지지 않는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간 격차가 큰 이유는 단순하다. 어떤 상황이 되든 현 체제를 유지하는 것에 정책의 초점이 맞춰져있기 때문이다. 국민 안전보다는 당의 미엔즈(面子·체면)를 지키고 권력을 유지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 목적을 위해서 모든 자원을 쏟아 붓는다. 이러니 공공위생에 별 진전이 없는 것이다.

코로나19는 중국에는 가장 중요한 명절인 춘제((春節·중국의 설) 기간에 본격화됐다. 정작 공격은 미국이란 외부가 아니라 신종 바이러스라는 내부에서 왔다. 시진핑(習近平) 정권은 사력을 다해 사태를 수습하고 있다. 그렇다고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도 시 주석이 직면할 것은 국내 비판 세력의 확산과 더불어 세계 여러 나라들부터의 따가운 눈총이다. 부패 척결과 정치 민주화를 요구하는 소리가 어느 때보다도 높아질 것이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중국은 지금 큰 대가를 치르고 있다. 중국의 4류 정치에 국민들만 피멍이 들고 있는 것이다. 정치시스템을 바꾸지 않으면 삽시간에 폭발할 수 있다. 견제받지 못하는 권력, 자정능력 없는 일당독재는 필연적으로 이런 운명을 겪는다는 걸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더 이상 반복되면 안 될 역사다.

박영서 논설위원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