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 조합 힘겨루기 지속땐
공급 부족 불안감 더 커질듯
공급 부족 불안감 더 커질듯
[디지털타임스 박상길 기자] 올해 분양 시장 최대어로 꼽히는 둔촌주공아파트 등 서울 핵심지 분양 단지들이 정부의 깜깜이 고분양가 심사 기준과 총선 등의 여파로 '시계 제로' 상태에 놓일 전망이다. 정부와 분양을 앞둔 조합이 '분양가'를 두고 힘겨루기를 지속할 경우 공급 부족 불안감이 더 커지면서 서울 집값 불안 양상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1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측은 둔촌주공아파트 분양가를 3.3㎡ 당 평균 3000만원대로 책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조합이 요구하는 3.3㎡ 당 3550만원과 비교하면 턱없이 낮은 금액이다.
HUG측이 제시한 3.3㎡ 당 3000만원을 전용면적 84㎡로 환산하면 10억2000만원인데 작년 9월 입주한 고덕 그라시움 전용 84㎡ 매도호가인 15억∼17억원과 비교하면 최고 7억원 가량 차이가 난다.
1만2032가구인 둔촌주공아파트보다는 규모가 절반 수준에 그치는 송파 헬리오시티와 둔촌주공 가구 수의 3분의 1수준인 잠실 파크리오 아파트의 전용 84㎡ 매도 호가가 최고 20억원에 달하는 것과 비교하면 가격 차이는 더 벌어져 조합원의 불만이 고조될 전망이다.
HUG는 자체 고분양가 관리지역에서 구 단위로 1년 내 입지·규모·브랜드 등이 유사한 분양 단지가 있을 경우, 직전 사업장의 분양가 수준으로 분양가를 책정하도록 한다.
직전 분양 단지의 일반분양이 1년을 초과한 경우에는 이전 분양 단지의 분양가의 105% 이내에서 분양가를 책정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HUG가 동별 격차 없이 비교 대상을 해당 구에서 경직되게 운영해 공정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분양을 앞둔 단지 주변 시세보다 해당 구내 직전 분양가가 우선되다 보니, 일부 단지는 일반분양가가 조합원 분양가보다 싸지거나 거꾸로 동네 가치보다 분양가가 높게 책정되는 등 역차별 문제가 발생해서다.
오는 4월 말부터 분양가상한제 시행으로 공시지가가 상한제 토지비 산정의 핵심기준이 되는데, 현행 HUG 기준으로는 지역별 땅값 격차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형평성 논란은 더 거세질 전망이다.
HUG와 둔촌주공조합 간 분양가 협상이 지연되면서 분양가상한제를 피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일부 조합원 사이에서는 HUG와 분양가 협의가 안 되면 일부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후분양을 추진하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후분양이 추진될 경우 선분양 물량이 줄면서 인근 아파트값을 자극할 것으로 예상된다.
둔촌주공아파트 시공사 한 관계자는 "너무 낮은 분양가는 '로또 분양'으로 이어지게 되고 이는 '부동산=투기'라는 왜곡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며 "HUG가 분양가 현실화를 반드시 실현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 본부장은 "반포주공1단지 사례를 보면 비상대상위원회가 나오면서 갈등이 격화돼 사업이 결국 지연되면서 조합이 큰 손해를 보게 됐다"며 "조합원 분담금을 일반 분양으로 넘길 수 있는 상황도 아닌 만큼 양측이 원만히 합의해 분양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둔촌주공아파트 분양가 산정 결과에 따라 분양을 앞둔 단지들의 향배가 갈릴 전망이다. '강남권 대어'로 꼽히는 서초구 래미안 원베일리(2971가구)를 비롯해 동작구 흑석3구역자이(1772가구), 중구 힐스테이트세운(998가구) 등이 분양을 앞두고 있다.
박상길기자 sweatsk@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