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호 정경부장
![[박선호 칼럼] 확산 둔화 코로나19, 안심할 수 없는 이유](http://contents.dt.co.kr/images/202002/2020021702152269058001[1].jpg "[박선호 칼럼] 확산 둔화 코로나19, 안심할 수 없는 이유")
지난 15일 오전 TV뉴스 화면에는 '고생하셨습니다' 등의 플래카드를 든 주민들이 밝게 웃고 있었다.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과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의 풍경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 우한에서 귀국한 교민들이 격리생활을 마치고 퇴소하는 순간이었다.
화면 속 인파는 이를 축하하러 나온 주민과 교민들의 친인척들이었다. 교민 700명 가운데 366명(아산 193명, 진천 173명)이 이날 퇴소했다. 얼마나 고생했을까, 병도 병이지만, 그 못지않게 발병 뒤 여러 일들이 상념이 되고 걱정이 됐을 듯싶다. 가장은 남은 가족을 걱정하고, 경영자는 회사의 앞날이 두려웠을 것이다.
오는 18일로 한달째를 맞는 우리의 코로나19 방역 상황은 말 그대로 'Not Bad!'이다. 16일 닷새 만에 추가 환자 1명이 발생했지만 이웃 국가 일본보다 대처를 잘하고 있다는 평가다. 국내 확진자 가운데 이미 7명(1·2·3·4·8·11·17번 환자)이 완치돼 퇴원했다.
이웃 중국은 16일 0시 현재 6만8500명의 환자가 발생, 이중 1665명이 사망했다. 일본만 해도 같은 날 감염자 수가 330명을 넘었고 1명이 숨졌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세계 각국의 대처 역량을 보여주는 계기가 됐다. '독일의 방송'(중문판)은 지난 7일자 보도를 통해 독일과 프랑스 등 각국의 우한 교민 처리 방식을 사진과 함께 비교해 전했다.
프랑스는 역시 '낭만의 나라'였다. 마르세유 항구 서쪽 30㎞ 떨어진 '캐리르루에'라는 휴양지 펜션을 빌려 교민을 수용했다. 지금도 프랑스 우한 교민들은 장기 휴가를 나온 듯 일출과 일몰을 즐긴다고 한다.
뉴질랜드는 캠핑카를 가족마다 주고, 오클랜드 북쪽 군사기지의 땅에서 야영을 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비해 호주는 과거 중증 정신병 환자들을 수용했던 인도양의 외딴섬인 크리스마스 섬 수용시설에, 독일은 프랑크푸르트에서 120㎞ 떨어진 한 군사기지에 교민들을 수용했다.
차이는 있지만 그래도 여기까진 많은 나라들이 부러워하는 모습이다. 적지 않은 나라들이 어쩔 수 없이 자국민을 우한에 그대로 버려둬야 했다. 독일의 방송 보도에 따르면 파키스탄 유학생들은 자국 영사관에 협조 요청을 했지만 "중국 당국과 협조를 하겠다"는 답변을 한 뒤 지금은 연락조차 되지 않고 있다. 파키스탄 한 여학생은 독일의 방송에 이렇게 까지 말했다 한다. "아마도 우리가 바이러스를 가지고 귀국할까 정부가 두려워하는 것 같다."
나라의 역량에 국민의 생사가 달렸다. 우리 정부의 대응은 초기 허둥지둥 실수가 적지 않았지만, 다행히 지금까지 결과가 나쁘지 않다. 하지만 마음을 놓기에 아직 이르다. 아쉽게도 벌써부터 우리 정부와 여권 일각에서 코로나19의 전염추세를 잡은 양 반응하는 이들이 나온다. 지역사회 방역 태세도 느슨해지고 있다.
중국 내 감염사태에 밝은 홍콩 전문가들은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4,5월 절정에 이르고 7,8월쯤에야 진정될 것이라 분석하고 있다. 이제 겨우 2월 중순이 지나고 있다. 사망률이나 발병률이 낮은 편이지만 15일 오전 기준 우리의 확진자 대비 완치율은 0.25%에 불과하다. 호주가 0.474%이고 베트남이 0.438%이다. 태국과 말레이시아가 각각 0.364%, 0.368% 등이다. 가장 많은 이들이 사망한 중국도 완치율은 0.135%이다.
코로나19는 분명 치료가 쉽지 않은 병이다. 중국의 사망자가 많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어려운 치료를 받아야 할 환자가 갑자기 급증하면서 아예 제대로 된 치료 조차도 받지 못해 사망에 이르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과연 우리의 하루 최대 환자 치료 능력은 어느 정도일까? 우리는 하루 1000명씩의 환자가 발생할 경우 제대로 대처할 수 있는가?
안심은 아직 시기상조다. 어쩌면 이제 바이러스와의 진정한 싸움이 시작됐는지 모른다. 중국과 세계 각국에서 확진환자가 여전히 늘고 있지만 우리 인류는 아직 치료법을 모른다. 마지막 순간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
박선호 정경부장 sh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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