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확장적 재정정책, 이대로 좋은가

김윤경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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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2-13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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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확장적 재정정책, 이대로 좋은가
김윤경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연구실장
한국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돌입하고 대내외 불안요인이 확대되는 가운데 재정확대의 필요성이 커졌고 IMF 역시 이를 권고하기도 했다. 반면에 재정의존도가 증가하면서 재정적자 및 국가채무비율 역시 상승하면서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더 나아가 정부 일자리와 현금성지원 사업에 대한 찬반 논란은 재정정책의 낮은 실효성에 대한 지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중장기적인 재정확대를 발표하면서 확장적 재정정책 관련 논쟁이 점차 심화될 것이므로 보다 나은 재정정책을 위해 정책 방향에 대한 합의가 시급한 시점이다.

재정의 투입이 나라 경제의 해결책으로 작용할 수 없는 사례는 무분별한 복지정책의 실패를 나타낸 아르헨티나나 베네수엘라만이 아니다. 잃어버린 20년을 경험한 일본 역시 대표적이다. 일본은 1990년대 부동산과 주식시장의 거품 붕괴 이후 경기침체를 극복하는 방법으로 확장적 재정정책을 실시하였다. 1000조원 이상의 사회간접자본 투자와 대량의 현금 및 상품권 지급 등을 시행하였으나 경기부양에 실패하였다.

아시아개발은행은 재정지출 증가가 GDP에 미치는 영향을 나타내는 재정승수가 당시 2.5에서 1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그 결과, 기나긴 장기침체와 현재까지 200%를 크게 뛰어넘는 국가채무비율만이 남았다. 한국의 재정승수는 지속적으로 하락하여 연구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체적으로 0.4~0.6으로 추정된다. 국회예정처가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재정이 국내에서만 사용되지 않는데다 최저임금 인상과 실업급여 확대로 인해 노동 인센티브가 하락해 경제활동인구를 감소시켜 재정의 효과를 낮추고 있다고 지적한 것처럼 과거와 같은 재정의 경기부양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나라 경제의 성과에 정권의 성패가 달려 있기 때문에 재정지출 확대는 어느 정부에게든 유혹적인 선택지이다. 사실 문재인 대통령도 야당 대표시절 2016년 정부 예산안에 대해 비판하며 마지노선인 국가채무비율이 40%가 넘는다며 박근혜 정부 3년 만에 나라 곳간이 바닥나서 국민과 다음 정부에 떠넘기게 됐다라고 발언했다. 비단 이번 정부만의 문제가 아니라 언제든 정치적 입장 차이가 재정정책 기조에 반영되기 마련이다.

따라서 매년 소모적인 논쟁을 방지하기 위해 정권에 관계없는 재정건전성에 대한 규율 체계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이미 OECD 회원국 중 30개 국가는 재정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재정준칙을 시행하고 있다. 국가채무와 재정적자의 한도를 설정하여 재량적 재정지출을 통제해 나가야 한다. 이와 함께 세입감소가 예상되는 법안에 대해서는 재원조달 법안을 의무화하는 페이고(PAYGO) 원칙을 법제화하여 재정지출 증가와 세입 감소가 예상되는 법안들은 재원조달을 의무화해야 할 것이다.

재정지출에 대한 논의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보다 다측면적인 이해가 필요하다. 먼저 재정지출은 수입 없이 지속될 수 없음을 기억해야 한다. 확장적 재정정책 주장을 IMF의 권고안이 뒷받침해 왔다. 실제로 IMF는 경기부양을 위해 단기적 재정 지출 확대를 강조한 동시에 2019년 들어 처음으로 국가채무비율에 대한 지적과 함께 재정수입도 동시에 증가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과감한 재정투입에 앞서 과감한 지출구조조정과 세원인 조세정책의 전면적 개편이 필요하다. 또한 비효율적인 중복과 권력의 남용을 막기 위해서도 각 기관 사이의 균형과 견제가 효과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보다 근본적으로는 소통과 협력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더 나아가 최적의 정책조합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경기 둔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재정정책만이 아니라 통화정책 역시 면밀한 검토를 통해 유기적으로 연결되도록 해야 한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현 세대와 미래 세대 사이의 갈등을 방지해야 한다. 지속가능하고 포용적인 복지를 위해서는 구조개혁이 동반되어야 할 것이다. 경제 전반의 체질 개선과 생산성 향상이 없이는 확장적 재정정책은 그 힘을 잃을 수밖에 없다. 일본식 장기침체에 대한 우려만큼이나 그 원인인 구조적 문제 해결 대신 대증적이고 손쉬운 과다한 재정 투입에 대한 교훈도 실제적으로 반영되길 기대한다.

원문=동아시아재단 정책논단 13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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