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석의 건강수명 연장하기] 천의 얼굴 결핵

이현석 대한흉부외과학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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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2-13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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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석의 건강수명 연장하기] 천의 얼굴 결핵
이현석 대한흉부외과학회 부회장
이상, 김소월, 소설 '변신'으로 유명한 카프카, '폭풍의 언덕'의 작가 에밀 브론테, 성을 주제로 한 소설 '채털리 부인'으로 충격을 주었던 D.H. 로렌스, 그리고 소설 레미제라블의 주인공 코제트 엄마 판틴, 라보엠의 여주인공 미미, 춘희의 비올레타,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불행히도 모두 가난 속에서 어려운 삶을 이어가다 결핵으로 사망한 사람 혹은 주인공들이다.

결핵은 수 천년 동안 인류를 괴롭혀 온 질환으로 마이코박테리움이라는 독특한 세균에 의해 발생한다. 이 균은 지방성분이 많은 세포벽으로 감싸고 있어 건조한 곳이나 산, 알칼리에는 강하지만 열과 햇빛에 약해 직사광선에 수 분간 노출되면 죽게 된다. 신체 어느 부위에서도 발병할 수 있으나 산소를 매우 좋아하여 산소가 가장 풍부한 장기인 폐에서 85% 정도가 발생하기 때문에 과거에는 결핵을 폣병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일단 5세 이하의 소아에게 BCG접종을 하면 결핵균을 억제하여 균이 뇌와 신장 등 중요 장기로 퍼지는 것을 막을 수는 있다. 하지만 나중에 성인이 되어 폐결핵이 생기는 것까지 막아주지는 못한다. 다만 독일의 카우프만 박사 연구처럼 BCG 접종을 하면 폐결핵 환자와 같이 생활하는 경우에도 접종을 안한 사람보다 24% 정도로 결핵 발생이 적었다는 보고도 있다.

특히 결핵은 지역에 따라 편차가 매우 심해 선진국에서는 희귀질환이나 아프리카 같은 지역에서는 상당히 흔하다. 다시 말해 가난한 지역에서는 기존의 결핵 환자가 많은 상태에서 영양 상태도 나빠 면역기능이 떨어진 환자가 균에 노출되면 쉽게 발병하게 된다. 우리나라도 1960년 조사에서 80만명으로 조사되었고 그 후 전체인구당 비율은 조금 줄었으나 1980년대 중반까지 80만명을 유지하다가 1990년대 들어오면서 급격히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2013년 WHO 조사에 의하면 인구 10만 명당 143명의 환자가 있고 신규 환자는 97명, 사망 5.2명으로 높은 편에 속한다.

[이현석의 건강수명 연장하기] 천의 얼굴 결핵


보건복지부 통계로도 2001년에 비해 2005년 여성 환자가 10% 증가하였으며 신규 환자의 경우 20대와 30대가 무려 35%나 차지하여 그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실제로 필자 지인의 딸이 독일 유학 중 급격한 체중감소와 미열로 1년 이상 독일 병원에서 진찰받았으나 끝내 진단을 못 받고 귀국하였다가 국내 병원에서 결핵진단을 받고 완치된 경우도 있을 정도로 선진국에서는 진단하기 힘든 희귀한 질환이다.

결핵균이 우리 몸에 들어와도 면역 기능이 활발하면 병을 일으키지 않는 상태를 유지한다. 이를 잠복성 결핵이라고 한다. 면역기능이 떨어져 균이 활동성이 되어도 매우 천천히 증식하기 때문에 처음에는 증상이 없지만 시간을 두고 점점 다양한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가장 흔한 폐결핵의 경우 기침과 가래, 오한이 발생하며 입맛이 없어지면서 체중이 감소하고 기운이 없게 된다. 일단 뚜렷한 원인 없이 2~3주 이상 심한 기침과 가래 그리고 미열이 있으면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진단은 가래에서 균을 발견하거나 배양이 되면 확진이 되지만 실제로 균이 발견되기가 쉽지않아 보통은 3번 반복하여 검사를 하거나 X-ray 및 CT 소견에 의존하여 진단을 내리게 된다. 그런데 방사선 소견이 매우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어 천의 얼굴(방사선 소견)을 가진 질환이라고 불릴 정도로 진단이 까다롭다. 다행히 PCR이라고 하는 방식으로 미량의 DNA를 증폭시켜 검출하는 방법이 있어 도움이 되고 있다.

치료는 약물치료를 하게 되는데 일단 약을 복용하면 6개월 혹은 9개월 동안 지속적으로 투여해야 한다. 약의 부작용으로 환자가 힘들어서 스스로 약물 복용을 중단하는 경우가 치료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이다. 따라서 아무리 힘들어도 의사와 상의해서 꾸준히 약을 복용해야 한다. 일단 약을 복용하면 4주 후에는 다른 사람에게 감염시키지는 않는다. 그리고 완치되어도 드물게 재발하기도 하기 때문에 6개월에 한번씩 정기적으로 흉부 X-ray를 촬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만 고름주머니를 형성했거나 마치 암처럼 덩어리를 형성했을 때는 수술과 약물치료를 병행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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