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아카데미 휩쓴 `기생충`… 한국영화 융성 기폭제 되길

  •  
  • 입력: 2020-02-10 18:52
  • 프린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최우수작품상, 감독상, 국제영화상(옛 외국어영화상), 각본상을 안은 것은 한국 영화 101년 역사상 처음이다. 외국어 영화(자막이 달린 영화)가 작품상을 받은 것도 92년 아카데미 역사상 최초다. 전무후무한 대기록이다. 할리우드의 높은 벽을 뛰어넘었다는 것은 기념비적 사건이자 우리 영화계, 나아가 세계 영화계 전체가 축하할 일이다. 수상작으로 호명되자 현장에선 일제히 뜨거운 환호와 박수가 터져나왔다. 한참 동안 기립박수가 이어졌다. 영화 한편으로 새 역사를 쓴 봉 감독에 대한 놀라운 찬사가 담겨있는 것이다.

'기생충'은 양극화와 빈부격차를 다룬 블랙코미디다. 가난한 가족과 부유한 가족 간의 좁힐 수 없는 거리와 갈등을 봉 감독 특유의 유머와 휴머니즘 시각, 그리고 깨알 같은 디테일로 풀어낸 작품이다. 이는 세계인의 공감을 자아냈고 극찬을 받았다. 이런 측면에서 아카데미 수상은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었다. 이번 수상으로 봉 감독은 '월드 시네마'의 명실공히 거장으로 우뚝 섰다. 덩달아 한국 영화의 국제적 위상 역시 크게 격상됐다. 이를 보면 '기생충'의 이번 아카데미 수상은 여러모로 남다른 의미와 영향이 있다. 세계 주류 영화계에 한국 영화의 저력을 입증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동안 질과 양 모두에서 한국 영화는 상당히 성장했다. 마침내 아카데미의 장벽도 무너뜨렸다. 이제 중요한 것은 새로운 '기생충'을 계속 내놓는 일일 것이다. 하지만 성공신화를 이어가기에는 한국 영화계가 안고 있는 문제가 적지 않다. 스크린 독과점은 대표적이다. 관객의 선택권이 제한되면 한국영화 발전은 언감생심이다. 대기업이 영화 제작·투자·배급·상영을 좌지우지하는 구조는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 또한 봉 감독 같은 거장들의 뒤를 이을 차세대 감독들을 배출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드는 일도 중요해졌다. 세계 영화사를 바꾼 '기생충'의 아카데미 석권은 한국 영화의 새로운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과제를 남겼다. 이번 수상이 일과성 축제로 끝나서는 안 될 것이다. 이번 쾌거가 한국영화의 새 지평을 여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