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섭 칼럼] 우한폐렴 피해기업에 칼 겨눈 국민연금

최경섭 ICT과학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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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섭 칼럼] 우한폐렴 피해기업에 칼 겨눈 국민연금
최경섭 ICT과학부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공포가 빠른 속도로 확산하면서 국내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 골목상권의 소상공인들의 생존권까지 위협하고 있다. 특히 '세계의 공장'인 중국의 부품업체들이 생산을 멈추면서 현대자동차의 공장이 순차적 휴업에 돌입한데 이어 쌍용자동차, 현대모비스, 금호타이어 등 관련 기업들이 줄줄이 공장가동을 멈췄다.

전통 제조업 뿐만이 아니다. 관광, 유통, 항공 등 당장 내수업종들이 줄줄이 치명타를 입었다. 국내 대표 백화점인 롯데백화점과 면세점이 우한 폐렴 확진자가 다녀간 것으로 확인되면서 임시 휴업에 들어갔고, 대한항공, 아시아나 등 항공사와 해운업계도 관광객 및 물동량 감소로 당장 두 자릿수 이상의 매출둔화가 예고되고 있다.

중견·중소기업 상황은 더 심각하다. 중견·중소기업들은 지난해 극심한 내수침체에 역대 최고 수준의 최저임금 인상까지 더해지면서 사상 최악의 해를 보낸데 이어 연초부터 우한 폐렴 폭탄까지 더해지면서 사실상 회생불능에 빠진 기업들이 즐비하다. 특히 조달부품의 대부분을 중국에 의존해 온 중소 제조업체들은 중국 공장들이 언제 가동될지, 또 납품수량은 어느 정도 될 지 몰라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버텨 온 지역 내 소상공인들은 감염우려 때문에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기자 폐업기업들이 속출하고 빈 영업점들이 즐비하다.

대한민국 기업들이 불경기에 우한 폐렴 악재까지 겹쳐 말그대로 혹한기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기업 옥죄기' 기조는 여전히 변화가 없다. 과거 정부가 적법한 회계처리로 평가했던 삼성바이오로직스 문제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불법적인 분식회계로 뒤집어져 법리 공방이 한창이고, 과거 정권의 대가성 특혜지원 의혹으로 대기업 총수들이 내홍을 겪고 있다.

기업인들은 국내 기업들이 극심한 경기침체에 우한 폐렴까지 더해, 최악인 상황에서도 대기업을 '적폐' 대상으로 보는 현 정부의 시각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고 하소연이다. 가장 단적인 예가, 국민연금의 민간기업에 대한 경영개입 강화 움직임이다. 정부는 지난 2018년부터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 기준을 강화해왔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투자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나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한 장치지만, 정부가 막대한 투자재원을 거느린 국민연금을 앞세워 민간기업의 경영권에 개입하려 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기업들은 당장 오는 3월 정기주총을 앞두고 국민연금의 칼날이 오히려 과거보다 더 거세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 정부는 '5% 룰(주식대량보유 공시제도) 완화' 시행령 개정을 통해 국민연금 등 투자자가 개별 기업의 경영 참여 선언 없이 정관변경이나 대표이사를 포함한 주요 임원의 해임청구 등을 손쉽게 할 수 있도록 변경했다.

대주주의 지분구조가 취약한 국내 주요 대기업은 물론 중견중소기업까지 국민연금의 영향권에 들어갈 가능성이 더 커졌다.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코스피와 코스닥 상장사는 300여개에 이른다. 적법성 여부와 상관없이 최고경영자(CEO)의 도덕적 과오나 노조와 관계가 원만하지 않다는 이유로 경영권이 위협받을 수 있다. 주주들의 의사에 반해 회사의 중요한 정관이 바뀔 가능성도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실적부진을 이유로 CEO의 권한인 특정 임원의 해임을 요구하거나, 보수한도, 배당규모 등을 간섭할 경우, 정상적인 경영이 불가능해진다.

기업은 지금 비상상황이다. 세계적인 불경기 여파로 수출과 내수는 둔화되고,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근로제 시행 등 문재인 정부의 친 노동정책으로 경영여건은 악화될대로 악화된 상황이다. 여기에 우한 폐렴 사태는 휴업, 매출감소 등으로 확산되며 기업의 생존권까지 위협하고 있다. 기업이 생존을 걱정할 정도로 극한 위기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는 지금, 국민연금을 앞세운 정부의 기업 옥죄기와 길들이기는 당장 중단돼야 한다.

최경섭 ICT과학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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