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주차·미세먼지 문제 해결할
'부천형 시스템' 기업과 공동 개발
"기업에 필요한 것은 사업기회"
현대무벡스·LGU+ 대기업 참여
'부천형 시스템' 기업과 공동 개발
"기업에 필요한 것은 사업기회"
현대무벡스·LGU+ 대기업 참여
![[인터뷰] "스마트 기술로 도시문제 해결… 시민에 일자리 기회 열어줄 것"](http://contents.dt.co.kr/images/202002/2020020702101631650001[1].jpg "[인터뷰] \"스마트 기술로 도시문제 해결… 시민에 일자리 기회 열어줄 것\"")
"도시가 달라져야 미래가 바뀝니다. 주차, 교통, 미세먼지 등 도시 문제를 시민과 기업, 시가 함께 머리를 맞대 해결하고, 그 과정에서 기업은 시장, 시민은 일자리, 시는 산업기반과 세금 외 수익구조를 만드는 게 답입니다."
장덕천(사진) 부천시장은 "시는 이제 단순히 행정을 하는 곳이 아니다"라면서 "기업에 시장을 만들어주고 함께 첨단 솔루션을 개발해 함께 돈을 버는 구조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변호사 출신으로 2018년 7월 부천시장으로 취임한 장덕천 시장은 도시규모는 작은데 인구밀도가 높고, 교통과 주차, 미세먼지가 심각한 부천시의 숙제를 미래 사업기회로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방법은 시민, 기업과의 팀플레이다. 그 중에서도 공을 들이는 영역이 교통·주차·미세먼지 문제를 시민 참여와 첨단 기술을 통해 푸는 스마트시티 프로젝트다.
장 시장은 "부천이 미래형 젊은 도시로 확실히 자리매김하려면 첨단 교통체계 구현이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내년까지 기술투자를 집중해 세계 최고 수준의 도시도 도약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천은 이미 ITS(지능형교통시스템) 세계대회에서 '명예의 전당' 상을 받을 정도로 세계적 수준을 인정받고 있다.
교통문제가 오랜 과제다 보니 다른 어떤 도시보다 새로운 솔루션을 적극적으로 도입해 왔다. 버스정류장이나 차량 내 장치에서 버스 예상 도착시간 등을 알려주는 BIS(버스정보시스템)를 국내에서 가장 먼저 도입한 곳도 부천시다. 버스정류장 안내시스템 등 부천형 대중교통시스템을 몽골 울란바토르에 전수하기도 했다. 현지에 제어센터를 구축할 필요 없이 클라우드를 활용해 시스템을 제어하고 있다.
기업들과 손잡고 부천형 교통·주차시스템을 패키지로 만들어 시에 먼저 적용한 후 국내외 도시에 공급하는 게 장 시장의 구상이다.
그는 "세계 스마트시장은 약 700조원 규모인데, 해외에서는 주로 대기업들이 사업을 한다"면서 "우리는 작지만 기술력 있는 기업들이 있는 만큼 시가 혁신적 기술을 앞서 도입하고, 그 과정에서 기업들이 기술 개발과 사업화 기회를 얻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도시와 기업이 한 팀이 돼 국내·외 교통·스마트시티 시장에 진출해 수익을 공유하는 모델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먼저 내년까지 도시 전체 교차로에 실시간 신호제어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다. 실시간 교통상황에 따라 신호주기를 달리하면 교통흐름이 대폭 개선될 수 있다.
장 시장은 "해외 도시들도 부분적으로 도입한 게 전부로, 도시 전체에 적용한 곳은 우리가 세계 최초가 될 것"이라면서 "전문가 예측으로는 교통흐름이 30% 정도 빨라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시스템을 완성하려면 지능형 CCTV부터 센서까지 많은 요소기술이 필요하다. 시는 올해 사업자를 선정해 설계부터 진행할 예정이다. 특히 단순한 신호제어에 그치지 않고 지능형 CCTV, 휴대폰, 센서 등을 이용해 가능한 모든 데이터를 수집해 실시간 분석함으로써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기업과 공동으로 주차장 정산시스템도 개발했다. 장 시장은 "차량을 갖다 대면 정산기가 운전석 가까이 다가가는 획기적인 상품이다. 히트가 기대된다"면서 "올초부터 조달청 나라장터 쇼핑몰에서 판매를 시작하는데, 벌써 반응이 좋다"고 밝혔다. 시는 사업을 발주해, 카카오 등 몇몇 기업과 공동으로 시스템을 개발했다. 경차·장애인·국가유공자 등 주차료 감면항목을 시스템에서 자동 처리해 출차 시간을 줄인 게 특징이다. 행정안전부 DB와 연동, 차량번호를 인식해 감면계산을 자동으로 해주고, 사전결제도 가능하다.
장 시장은 "공영주차장 이용 차량의 출차 시간이 평균 1분30초 정도인데 이 시스템을 도입하면 7초면 끝나고 주차공간 사전예약도 된다"면서 "전국 어느 곳에 설치해도 우리가 클라우드를 이용해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개발했다"고 말했다.
빅데이터와 블록체인, AI(인공지능)를 결합한 주차장 공유시스템 사업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국토교통부 스마트시티 챌린지 공모에 선정돼 삼정동 일대에서 기업, 대학 등 12곳과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장 시장은 "시가 매년 300억원을 들여 주차장을 건설하지만 주차문제는 해결이 요원하다. 시 전체 주차공간 확보율이 96%에 달하지만 일부 원도심 지역은 50%가 안 되는 곳이 있을 정도로 지역별 편차도 크다"면서 "다른 해법이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디지털 기술과 공유를 키워드로 실험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삼정동 상살미마을은 주차장 확보율이 60%가 안 된다. 시는 카카오, 모두의주차장 등과 협업해 주민들이 쓰지 않는 주차공간을 다른 이들에게 개방하고, 수익을 얻는 생태계를 만들었다. 주차 후 이동수단으로 킥보드, 대리주차, 전기셔틀 등도 제공한다. 마을 주민들도 마을기업을 설립해 시스템 운영에 참여한다.
장 시장은 "심각한 주차난과 시의 예산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성공적으로 끝나면 시 전역으로 확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주차장 확보 방식도 바꾸기 시작했다. 시가 부지를 매입해 직접 주차장을 조성하는 대신 원도심 재건축 사업에 시가 일원으로 참여해 주차장 건축비용만 부담하는 방식이다. 직접 확보하면 한 면당 평균 1억2000만원이 드는데 이렇게 하면 비용이 3분의 1로 줄어든다. 정비지역을 둘러싼 마을들의 주차문제도 해결된다.
기업들과 손잡고 자율주행 주차로봇도 개발 중이다. 운전자 대신 로봇이 차를 들어올려 주차를 하는 방식이다. 주차 후 문을 열고 내리지 않아도 돼 차를 훨씬 촘촘히 주차할 수 있고, 차량 회전반경도 줄어들어 공간을 절약할 수 있다. 세계적으로 프랑스, 독일, 중국 등이 주차로봇 도입을 추진하지만 모두 초기 단계다.
장 시장은 "로봇을 도입하면 주차장 공간효율을 30% 정도 높일 수 있다. 로봇 도입·운영비용이 들겠지만 땅값보다 훨씬 적게 든다"면서 "신기술을 이용해 시 주차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시가 기업과 함께 돈을 버는 구조를 만드는 게 장 시장의 구상이다. 주차로봇 개발 아이디어를 내놓은 사람도 장 시장이다. 시장 취임 후 지역 로봇기업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 제안이 개발로 이어진 것. LG유플러스, 현대무벡스 등 대기업도 개발에 참여했다. 완제품 제조는 중소기업이 맡는다.
장 시장은 "사실 필요한 기술은 다 나와 있고, 시장을 만들어 주는 게 중요하다"면서 "아이디어를 들은 기업들이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해서 본격적인 사업화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상반기 중 개발을 끝내고 실증을 시작할 예정인데, 벌써 주문을 하는 곳이 있다. 장 시장은 "목표는 로봇 발레파킹 수준까지 가는 것"이라면서 "도로 곳곳에 포켓 주차존을 만들어, 운전자가 차를 갖다 대면 로봇이 가까운 주차장으로 옮겨주고 다시 가져다주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주차로봇은 100% 국산 부품을 쓰고, 그중 부천산 부품이 70%다. 지역 내에 센서, 모터 등 로봇 부품산업이 발달한 덕분이다. 공급할 시장과 자금 부족으로 기술투자를 못 했던 기업들은 시 사업을 통해 R&D 기회도 얻었다.
미세먼지도 기업·시민과 함께 문제를 해결하면서 성장기회를 찾고 있는 영역이다. 장 시장은 "같은 지역에서도 도로 주변은 미세먼지가 30~50% 많고, 그 중에서도 버스정류장은 30% 정도 높다"면서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중국과학원, 국내 입자에어로졸학회 등과 협력해 몇가지 시범사업을 하고, 미세먼지대책관실도 따로 만들었다"고 밝혔다.
지하철역, 버스정류장 등에 공기를 흡입해 정화하는 실외정화기를 도입하고, 지하주차장, 터널, 지하차도 등에 미세먼지를 빨아들이는 집진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국토부 스마트도시 특화단지 공모사업에 선정돼 미세먼지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도 진행 중이다.
장 시장은 "미세먼지가 어떤 경우 상공 2㎞까지 올라가는데 지상 외에는 데이터가 별로 없고, 계절별 발생요인과 농도도 다 다른데 관련 데이터도 부족하다"면서 "미세먼지 대책은 발생원인과 지역에 맞게 세워야 하기 때문에 체계적인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식물, 태양광 등을 활용한 미세먼지 정화기술도 연구 중이다. 공장의 버려진 굴뚝을 미세먼지 정화시설로 만드는 프로젝트도 추진 중이다. 지역 내 열병합발전소의 쓰지 않는 굴뚝을 활용할 예정이다. 장 시장은 "구체적인 방안은 논의 중인데, 잘 되면 굴뚝 하나로 수년 내에 큰 효과가 기대된다"면서 "과거에 배출가스를 뿜어내던 곳이 배출가스를 정화하는 시설로 바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중국 시안에서는 이미 비슷한 시설이 가동 중이다. 중국과학원이 미국 대기과학자들과 손잡고 반경 10m, 높이 60m가 넘는 대형 공기정화탑을 이용해 미세먼지를 정화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탑 안에서 태양광으로 가열된 공기가 위로 올라가면서 필터를 통과해 정화되는 방식으로, 2년간 연구를 통해 반경 10㎞ 내의 미세먼지 농도가 20% 낮아졌다는 결론이 나왔다. 반경 7~8㎞ 정도에 면적은 53㎢ 정도로 작은 도시인 부천의 미세먼지를 한 번에 낮춰줄 해법으로 기대하고 있다.
도시문제를 미래 성장기회로 연결하는 과정에서 장 시장이 중시하는 것은 시민 참여다. 도시의 문제를 가장 잘 아는 이들이 직접 문제 해결에 참여하고 일자리를 얻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상살미마을 주차시스템 시범사업에 시민들이 마을기업을 세워 참여한 사례를 다른 영역에도 적용할 계획이다. 보건복지부 지역사회 통합돌봄 선도도시에 뽑혀 지역 주민들이 경증치매 노인들과 텃밭 농사를 하는 '케어팜'을 운영하는데, 여기에도 마을기업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돌봄이 필요한 사람을 도와주는 과정에서 시민들이 일자리를 얻도록 한 것.
장 시장은 "케어팜 운영효과와 반응이 좋아 규모를 확대하려 한다"면서 "시 곳곳에 주민이 참여하는 마을기업을 세워 일자리를 늘리고 도시와 주민 삶을 개선하는 사례를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도시 규모에 비해 택시가 많은 것도 해결과제인데, 주차공유 사업을 통해 해법을 찾을 계획이다. 개인택시 운전자들이 택시 처분 후 벌이를 이어갈 수 있도록 공유주차장에서 운전자 대상 셔틀을 운영하는 기업에서 일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부천시 특화 산업인 문화콘텐츠 분야 글로벌 허브를 조성하는 상동영상문화산업단지 개발도 역점 사업이다. 사업자로 선정된 GS건설 컨소시엄이 4조원을 투입해 2025년까지 영상, 애니메이션, 만화, 게임, 공연, 전시 기반을 조성할 계획이다. 영화, 게임, AR(증강현실)·VR(가상현실) 제작 인프라도 들어선다. 영화 제작·배급사인 소니픽쳐스, 3D영상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iP2엔터테인먼트, 할리우드 문화체험관 개발회사인 퓨어이미지네이션, 위치기반 엔터테인먼트 제작·유통회사인 마블익스리피언스 등 11개 해외 기업을 포함해 28개 기업이 입주할 예정이다. 웹툰 작가 등 예술인들의 활동공간과 예술인주택을 짓고, 각종 스토리텔링센터도 만든다.
장 시장은 "세계 콘텐츠 산업은 연 10% 이상 커지고 있고, AR·VR 산업은 연평균 50% 성장해 2023년 400조원 규모에 달할 전망"이라면서 "문화콘텐츠 산업과 관련한 알파부터 오메가까지 집약시키고, 작지만 앞서 나가는 국내 기업들의 역량을 모아 세계적인 콘텐츠 산업 메카로 만드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문화·콘텐츠 거점과 관광을 연계하고, 주변 도시들과 협업해 부천을 관문으로 주변 지역까지 효과가 확산되도록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부천도시공사는 역할을 키워 교통, 주차 등 부천형 시스템의 국내외 공급을 맡도록 할 계획이다.
작년말 정부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한 GTX-B 노선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GTX-B 노선은 설계·건설을 거쳐 2026~2027년 완공될 예정으로, 7호선 부천종합운동장역이 환승역으로 바뀐다. 종합운동장역 주변 역세권을 R&D 중심의 지식산업단지로 조성해 기술기업들이 사업을 펼치도록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대장동 신도시에는 외부 첨단기업들을 유치해, 이들 기업이 로봇·조형·금형·세라믹 등 지역 기업들과 협업하는 클러스터를 조성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굴뚝산업 이후의 신산업 성장 기반을 만들기 위해서다.
장 시장은 "상동영상문화산업단지와 종합운동장 일원 지식산업단지, 대장동 첨단산업단지를 잇는 산업벨트를 조성해 미래 성장 기반을 다질 것"이라고 말했다.
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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