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해 발생한 ESS(에너지저장장치) 화재사고 주요 원인을 '배터리 결함'으로 결론 내렸다. 화재 원인을 배터리 자체의 결함이 아닌 운영·관리상의 문제로 판단한 1차 조사 결과와 달라진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정부는 배터리의 높은 충전율을 발화 원인으로 보고 충전율 제한조치 등 추가 대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ESS 화재사고 2차 조사단'은 6일 작년 6월 발표된 1차 조사단의 분석을 토대로 실험검증과 현장조사를 거쳐 이 같은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대상은 지난해 8월 이후 충남 예산, 강원 평창, 경북 군위, 경남 하동, 경남 김해 등 사업장에서 발생한 5건의 ESS 화재다. 특히 강원 평창 풍력발전소 화재의 경우 과거 배터리 운영기록에서 충전과 방전 시 상한전압과 하한전압의 범위를 넘는 이상현상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배터리 보호기능도 동작하지 않았던 점도 확인됐다.
나머지 3곳 역시 배터리 이상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다만 경남 하동 태양광발전소에서는 배터리 자체의 이상이 아닌 외부 이물 접촉으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해 23건의 ESS 화재를 조사한 1차 조사단은 정확한 화재 원인을 지목하지 못했고, 이후 5건의 화재가 추가로 발생해 비판을 받았었다. 2차 조사단은 "시스템·배터리 운영기록, 절연감시기록 등 보존된 정보를 활용해 지난 조사위보다 배터리 이상과 화재 발생 간의 관련성을 명확하게 규명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번 달부터 신규 설치되는 ESS 설비의 경우 설치장소에 따라 충전율을 80% 또는 90%로 제한하는 대책을 시행하기로 했다. 이미 설치된 설비에도 같은 수준으로 충전율을 하향하도록 권고하기로 했다. 단 낮아지는 충전율로 가중되는 업계의 부담을 덜기 위해 재생에너지 연계용 ESS 운영기준 및 특례요금 개편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일반인이 출입할 수 있는 건물 내에 설치된 ESS 설비에 대한 추가 안전대책도 마련했다. 기존에 발표했던 소방시설 설치 및 방화벽 설치 등 안전조치를 이행하기 어려운 경우 옥내 ESS 설비를 옥외로 이전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은진기자 jineun@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