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관문 통과한 400여명 참여
교수 없이 혼자 해결 방법 찾아
"공부시간 늘려 본교육 통과할것"
교수 없이 혼자 해결 방법 찾아
"공부시간 늘려 본교육 통과할것"
![[르포] 연휴·주말 잊고 SW과제 몰입·… "14시간 공부해도 부족해요"](http://contents.dt.co.kr/images/202002/2020020502101531650001[1].jpg "[르포] 연휴·주말 잊고 SW과제 몰입·… \"14시간 공부해도 부족해요\"")
이노베이션 아카데미 제공
이노베이션 아카데미 집중교육 현장 가보니…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개포동 개포디지털혁신파크 2층. 수십명의 학생이 생각에 잠긴 채 앞에 놓인 대형 모니터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몇몇은 심각한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이들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기획평가원이 서울시와 협력해 지난달부터 운영하는 SW 개발자 양성 프로그램 '이노베이션 아카데미' 교육생들이다.
이노베이션 아카데미는 교수와 교재, 학비를 없애고, 학생 스스로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SW 실력을 키우는 프랑스 '에꼴42' 프로그램을 도입해 2년 비학위 과정으로 운영된다.
이달말부터 2년간의 본교육을 앞두고 약 400명의 예비 교육생들이 지난달 20일부터 4주간 일종의 테스트 과정을 거치고 있다. 총 1만1118명의 신청자 중 1차 관문인 온라인 시험을 통과한 3270명 중 약 400명이 대상이다. 이 과정을 통과한 약 250명은 이달 24일 정식 입학하게 된다.
김수보 이노베이션 아카데미 상근멘토는 "교육생 중 IT 전공자는 약 30%이고 나머지 70%는 비전공자"라면서 "전공자들도 개발을 해봤지만 학부 전산학과 3~4학년 정도 수준으로 실력이 높지 않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AI(인공지능) 전문가, 디지털 콘텐츠 크리에이터 등 저마다 다른 꿈을 가지고 이노베이션 아카데미의 문을 두드렸다. 누군가가 가르쳐 주는 대신 스스로 배워가는 과정이다 보니 적응과정은 쉽지 않다. '실패를 통해 배운다'는 에꼴42의 철학을 가져와, 학생들은 멘토나 사무국 직원들의 도움 없이 철저히 온라인 공간에서 스스로 배우거나, 동료 교육생과 도움을 주고 받으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멘토의 역할은 교육생 지도가 아니라, 에꼴42를 보완하는 단위 교육과정이나 외부협업 프로그램 등을 개발하는 것이다.
김수보 멘토는 "매일 주어지는 과제는 실력이 있어도 혼자 해내기 힘든 문제들"이라면서 "그 사실을 깨달은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서로 물어보고 가르쳐주며 동료학습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 보니 교육장은 늘 긴장감 속에서도 활기와 생동감이 넘쳤다.
먼저 시스템을 도입한 프랑스, 미국, 일본 등에서는 이 기간을 잘 소화하고 최종 입학하는 비율이 절반 이하다. 심지어 하루 만에 그만두는 이탈률도 높다. 한국은 그보다 낫지만 시스템과 맞지 않아 중도 이탈하는 이들도 있다.
김수보 멘토는 "가르쳐주는 사람 없이 매일 과제를 하는 게 쉽지 않은 게 사실이지만 희망적인 것은 우리나라 대학 수준이 높은 편이라는 것"이라면서 "합격자 수가 다른 나라의 1.5배는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밝혔다.
어렵지만 시스템에 적응해 가며 문제해결 능력을 키운 이들은 어느 순간 실력이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린다고 한다.
김 멘토는 "SW 개발은 시도와 실패를 거듭하며 스스로 체득하는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일주일 교육 후 치른 지난주 테스트에서 코딩경험이 없는 문과 졸업생이 일주일 만에 전산학과 2년차 수준까지 따라잡은 것을 보고 성공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기초를 쌓은 교육생들이 다양한 실전경험을 쌓도록 가이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대학에서 공공정책학을 전공하고 이달 졸업하는 최강훈 씨는 "공무원이나 공기업 직원보다 더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어 혼자 프로그래밍을 공부하다 도전했다"면서 "개발자의 꿈을 이루기 위해 공부시간을 최대한 늘려 본교육 관문을 통과하겠다"고 말했다.
지방 출신인 최씨는 교육장 근처 고시원에서 생활하고 있다. 프로그래밍 생초보가 아님에도 과제를 풀면서 끊임없이 좌절감을 느낀다는 그는 "매일 아침 8시부터 13~14시간씩 공부하고도 시간이 부족해 주말에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설 연휴에도 귀성을 포기했다. 하루 종일 SW만 공부하니 짧은 기간임에도 실력이 늘어난 게 느껴져 뿌듯하다는 최 씨는 "중앙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해 주는 블록체인이 미래 삶을 바꿀 수 있을 것 같아 매력을 느낀다"면서 "이노베이션 아카데미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블록체인 전문가로 성장하고 싶다"고 밝혔다.
강현숙 이노베이션 아카데미 대외협력팀장은 "지금 과정은 물에 던져 스스로 헤엄쳐 나오는 사람만 입학시키겠다는 의미에서 '라 피신'(프랑스어로 수영장)으로 불린다"면서 "설날 당일 오후에도 300명 가까이 시스템에 접속해 있었을 정도로 모든 교육생들이 주말, 연휴도 잊고 SW 세상에서 수영하는 방법을 익히고 있다"고 말했다.
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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