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장 구매에 8만 5600원 요구
소비자원 민원 나흘간 44배↑
단속규정 없어 처벌도 어려워
文정부는 실효성 없는 대책만
소비자원 민원 나흘간 44배↑
단속규정 없어 처벌도 어려워
文정부는 실효성 없는 대책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가 확산하면서 마스크를 구하지 못한 소비자 불만이 폭주하고 있다. 정부가 합동 단속반을 꾸려 시장 점검에 나섰지만 졸속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동안 현행법 상 마스크 사재기를 제재할 근거가 없다는 점도 문제였다. 이에 따라 정부는 부랴부랴 마스크 매점매석 금지 고시를 마련해 5일부터 시행키로 했다.
4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마스크 가격이 급등하거나 판매자가 판매를 일방적으로 취소하면서 마스크 관련 민원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12건이었던 민원은 29일 75건, 30일 217건, 31일 532건으로 크게 늘었다. 불과 나흘 만에 44배 늘어난 셈이다. 28일부터 3일까지 접수된 총 민원 건수만 879건에 달한다.
온라인에선 마스크를 구매하려는 소비자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품절로 마스크를 구매하지 못하는 사례나, 판매자가 판매를 취소한 경우가 다반사다. 구매 건수별로 배송료를 붙이는 일반적인 방식 대신 마스크 주문 개수 당 배송료를 책정하는 식의 기상천외한 '바가지' 상술이 판을 치고 있다. 실제 서울 성동구의 한 맘카페에는 마스크 20장을 구매하는 데 배송비만 6만원을 내야 했다는 사연이 올라오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정부는 5일 공포하는 '마스크 매점매석 행위 금지 고시' 외에 별다른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은 기획재정부 장관이 고시를 통해 지정한 매점매석 행위자를 2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히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 등과 단속반을 꾸려 지난달 31일부터 시작한 현장 점검은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태다. 단속반에 속한 한 부처 관계자는 "요동치는 시장 상황에 대응하는 상징적인 조치"라고 말했다. 단속이 실효적으로 이뤄지기 힘든 상황임을 언급한 것이다.
이같은 반응이 나오는 근본적인 원인은 부처별로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제한적이라는 데 있다. 공정위 입장에선 마스크 제조·유통업체 간 담합이나 카르텔을 포착해야만 본격적인 조사에 임할 수 있지만, 내부적으로 회의적인 반응이 나온다. 마스크 업계가 독과점적 성격을 띠는 시장이 아니라는 점도 문제다. 공정위 관계자는 "작은 업체들 사이에서 담합 행위를 찾아내기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국세청에선 단속반에 파견된 공무원 수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윤승출 국세청 조사기획과장은 "(단속 인원은) 5개 권역 30개 조라고 알고 있고, 각 조에 청 직원이 1명씩 들어가는 것으로 안다"면서도 "정확한 것은 식약처에 확인해 달라"고 말했다. 앞서 식약처는 120명 규모의 현장 단속반을 운영 중이라고 밝혔다. 김달환 식약처 대변인실 연구관은 "식약처와 공정위, 국세청,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각각 30명씩 배정돼 120명의 인원이 4인 1조로 전국의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준기자 blaams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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