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 창당을 준비 중인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의원이 4일 "정치를 통해서 강남 빌딩을 사려고 하는 사람이 있다면, 정치를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안철수신당(가칭)'을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기존 정치권과 차별화하겠다는 의지를 '강남 빌딩'으로 표현한 것이다.
'강남 빌딩' 발언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교수를 정조준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최근 정 교수 재판에서 정 교수가 동생에게 '내 목표는 강남에 건물을 사는 것'이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는 사실을 공개한 바 있다.
안 전 의원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일하는 국회 개혁방안'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한민국 정치에서 꼭 필요한 것 한 가지를 꼽으라면 바로 공공성의 회복"이라며 "기득권 정당들이 국민 세금으로 자기 편 먹여 살리는 데만 골몰하는 구태정치에 단호하게 반대한다"고 했다. 안 전 의원은 "신당을 만든 이유, 신당이 하고자 하는 것은 한 마디로 국민 이익의 실현"이라고 강조했다.
안 전 의원은 안철수신당을 일하는 국회의 표본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안 전 의원은 "일하지 않고는 버틸 수 없는 국회를 만들겠다"며 "상임위원회·소위원회 자동개회 법제화, 국회의원 출결상황 공개 및 무단결선 패널티 부과,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상설화 등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안 전 의원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등을 골자로 한 공직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검·경 수사권 조정안 등을 처리한 '4+1 협의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에도 비판적인 시각을 보였다. 안 전 의원은 기자회견 이후 기자들과 만나 "소위 '4+1'이라는 것에 대해 아주 비판적"이라며 "서로가 가진 정책적 방향에 대해 타협하고 함께 힘을 모아 관철하는 것이 정당 간 협력의 정상적 모습이나 '4+1'에는 그런 모습이 전혀 없었다"고 지적했다. 안 전 의원은 "가장 큰 책임은 정부·여당에 있다"고 덧붙였다.
안 전 의원은 오는 9일 안철수신당 발기인 대회를 연 뒤 다음 달 1일 중앙당 창당대회를 여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당명에 혼선을 줄일 수 있게 안철수신당이라는 명칭을 유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안철수신당은 이날 이태규·김경환 창당추진기획단 공동단장 주재로 1차 창당준비위원회를 열고 장환진 전 국민의당 기조위원장을 부단장으로 임명했다. 공동부단장을 추가로 선임할 예정이다.
안철수신당은 특히 바른미래당에 남아 있는 안철수계 비례대표 의원들이 합류할 경우 더 큰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바른미래당은 현재 당권파인 이찬열 의원이 탈당한 데 이어 안철수계인 권은희 의원도 탈당을 예고한 터라 안철수계 비례대표 의원들의 일명 '셀프 제명'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바른미래당 당규를 보면 국회의원 제명은 의원총회에서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으면 가능하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신당 창당을 준비하는 안철수 전 의원이 4일 국회 정론관에서 국회 개혁방안을 발표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