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소액거래를 실시간으로 처리하는 소액결제시스템을 한은이 직접 구축·운영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3일 한은은 '미 연준의 실시간총액결제방식 소액결제시스템 구축 추진 배경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한은이 이 시스템을 직접 운영하면 금융리스크와 금융기관의 담보증권 제공 부담이 줄고 국가 간 지급결제시스템 연계에도 대응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금융결제원이 차액결제방식의 소액결제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우리나라 소액결제시스템은 1980년대 이후 5대 국가기간전산망(행정·금융·교육연구·국방·공안전산망) 구축 차원에서 단일망으로 추진됐다. 현재 한국의 결제 시스템은 거래가 발생하면 금융기관이 우선 수취인에게 돈을 지급하고, 다음 영업일에 중앙은행 당좌계좌를 통해 타 금융기관으로부터 자금을 지급받는 방식이다.
하루 뒤에 최종결제가 완료되는 만큼 금융기관들은 그사이 신용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이 리스크를 보완하기 위해 금융기관은 한은에 차액결제용 담보증권을 제공해야 한다.
금융기관이 제공하는 담보제공액은 한도의 70% 수준으로 37조원(2019년 12월 기준)에 달한다. 2022년 국제기준에 따라 그 비율이 100%로 올라가면 담보제공액은 50조원을 넘어 금융기관 부담은 더욱 커진다.
한은은 중앙은행이 실시간총액결제방식 소액결제시스템을 직접 운영하면 금융리스크와 금융기관의 담보증권 제공 부담은 없어진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또 이 시스템을 도입하면 국가 간 지급결제시스템 연계에도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페이스북의 암호화폐 리브라 발행 계획 발표를 계기로 최근 국제결제은행(BIS) 지급결제위원회(CPMI) 등은 각국 중앙은행 지급결제시스템 간 연계를 강화하는 논의를 진행 중이다.
윤성관 한은 금융결제국 전자금융조사팀장은 "최근 국제기구 등에서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국가 간 지급결제시스템 연계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중앙은행의 소액결제시스템 도입 움직임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앞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도 소액결제시스템인 '페드나우(FedNow)를 2023∼2024년까지 구축한다고 발표했다. 미국은 민간기관인 TCH가 결제시스템을 이미 운영하고 있지만, 21개 금융기관만이 참가해 서비스 이용이 제한돼 있다. 이에 연준은 금융기관의 접근성을 확대하기 위해 관련 시스템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심화영기자 dorothy@dt.co.kr
미국 민간기관인 TCH가 운영 중인 RTGS 방식의 소액결제시스템(RTP 공동망)에는 일부 은행(2019.12월 기준 21개)만이 참가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연준은 미국 전체 예금취급기관(약 1만1000개)에 FedNow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한국은행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