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박상길 기자] 정부의 규제에도 서울 아파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가운데 계속되는 규제로 사실상 서울 아파트 구매가 어려워지자 '실속파' 실수요자들이 빌라나 단독주택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아파트값 상승세와 재개발 투자 수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12·16 대책 등이 '풍선효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3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작년 11월 누적 기준 서울 지역 다세대·연립주택 거래량은 4811건으로 전년 동기 2725건과 비교해 77%(2086건) 늘었다. 2018년 9월 5012건 이후 가장 많이 거래된 수치다. 작년 12월 누적 거래량도 4538건으로 전년 동기 2955건과 비교하면 54%(1583건) 늘었다. 작년 12월 거래량은 실거래 신고기한인 60일 이내를 감안하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단독·다가구 역시 거래량이 증가했다. 작년 11월 누적 거래량은 1259건으로 전년 757건과 비교하면 66%(502건) 불어났다. 2018년 8월 1441건 이후 최대치다. 작년 12월 누적 거래량 역시 746건으로 전년(602건) 거래량을 웃돌고 있다.
다세대·연립주택은 작년 11월 누적 기준 은평구가 439건으로 거래량이 가장 많았고 강서구 438건, 강북구 334건, 양천구 274건, 성북구 271건 순이었다. 단독·다가구 주택은 같은 기간 성북구가 156건으로 가장 많았고 용산구 90건, 동대문구 75건, 은평구 70건 순이었다.
빌라나 단독주택 거래량이 늘면서 매매가격도 뛰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지역 연립주택 매매가격지수 변동률은 작년 7월 -0.05%에서 8월 0.01%로 반등한 뒤 같은해 12월 0.36%까지 올랐다. 단독주택 매매가격지수 변동률은 같은 기간 0.34%에서 0.48%까지 증가했다.
빌라나 단독주택 거래량이 급증한 이유는 규제의 풍선효과 때문이다.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이 사상 첫 9억원을 돌파하면서 서울 아파트 절반이 고가주택 규제 대상에 포함됐다.
시가 9억원 초과 주택에 적용되는 첫번째 대출규제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다. 9억원 이하분까지는 LTV 40%를 적용하지만 9억원 초과분에 대해서는 LTV를 20%까지만 설정해준다. 대출한도가 1억원 이상 줄어드는 셈이다. 시가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해서는 주택구입용 주택담보대출이 전면 금지됐다.
12·16 대책은 시가 9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담보대출의 경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예외 없이 적용하도록 했다. 9억원 초과분에 LTV 20%를 적용한 대출 한도는 4억8000만원, 여기에 DSR 40%까지 적용하면 대출한도는 3억2000만원이 된다. LTV에 DSR 규제까지 적용하면 대출한도가 아파트 가격의 5분의 1수준으로 떨어지는 셈이다.
정부의 강력한 규제로 서울 아파트값은 상승세가 6주 연속 주춤하다. 특히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구) 아파트값이 2주 연속 하락한 가운데 낙폭도 커졌다. 다만 비강남권은 9억원 이하 실수요나 투자수요가 움직이면서 지난주보다 오름폭이 커진 곳이 적지 않다.
부동산 업계는 서울 주택 시장이 조정기에 진입한 만큼 빌라나 단독주택으로의 반짝 수요는 있을 수 있으나 빌라나 연립주택의 가격이 계속해서 오르면 풍선효과가 지속되긴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대출 규제의 풍선효과로 거래량이 늘고 가격도 일시적으로 올랐지만 일정 수준까지 차오르면 수요자들이 부담을 느낄 것이란 분석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전체 주택시장이 조정기에 진입한 만큼 단독주택이나 빌라로 '반짝 수요'가 생길 수 있으나 크게 늘어나긴 힘들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박상길기자 sweatsk@dt.co.kr
정부의 규제로 서울 아파트 구매가 사실상 어려워지자 빌라나 단독주택 등으로 수요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서울 마포구 일대 주택 지역.<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