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을 탈당한 안철수 전 의원이 2일 "실용적 중도주의 정당을 만들겠다"며 4번째 신당 창당을 공식화했다. 안 전 의원이 기성정당의 틀과 관성을 깨고 중도층 표심을 끌어모아 4년 전 국민의당 돌풍을 다시 한번 일으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안 전 의원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대한민국이 이대로 가면 안 된다는 소명 의식으로 이번에 창당하는 신당을 기존 정당과는 완전히 다른 정당으로 만들고자 한다"며 "이념과 진영의 정치를 극복하고 기존 정당의 틀과 관성을 앞장서서 파괴해 무책임한 정치를 퇴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 전 의원이 제시한 신당의 지향점과 차별점은 △작은정당 △공유정당 △혁신정당이다.
안 전 의원은 먼저 탈이념, 탈진영, 탈지역을 기치로 산업화와 민주화의 정신을 올바르게 계승하는 실용적 중도, 투쟁하는 중도 정당의 비전을 제시했다. 안 전 의원은 "어떤 한 가지 옛날 이념·생각에만 사로잡혀 그것만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현시점에서 최선의 해결 방법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대화·타협하고 합의를 실행해나가는 것이 실용적 중도"라며 "실용적 중도가 모호하다는 주장은 그 자체로 무식하거나 혹은 기득권 정치를 보호하려고 하는 궤변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안 전 의원은 이어 "중도는 그렇게 편한 길이 아니다. 중심을 잡는 것이고 그 길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건지 다들 알 것이다. 어려운 길을 신념을 위해, 우리나라 미래를 위해 가고자 하는 것"이라며 "그렇기에 투쟁이 필요하다. 워낙에 뿌리 깊은 양극단 정치세력들, 자기 정치 세력 먹여 살리기에만 관심 있는 곳에서 끊임없이 공격이 들어온다. 올바른 길을 가기 위해서는 투쟁하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안 전 의원은 이 자리에서 작은정당·공유정당·혁신정당이라는 목표를 실현해 일하는 정당, 일하는 국회로의 정치 개혁을 이뤄내겠다고 약속했다.
우선, 작지만 유능한 정당이 될 수 있도록 민간 연구소나 및 정책현장 전문가와 협업하고, 국민정책 개발 공모전 등을 열어 국민과 접점을 튼튼히 하기로 했다. 또 각 정당이 받는 국고보조금을 현재의 절반으로 줄이는 등의 정당법 개정에 나서겠다고 공언했다. 공유 정당은 모바일 플랫폼을 통해 당원들이 당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국민 간 이견이 있을 수 있는 쟁점이나 이슈를 해결함으로써 실현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혁신 정당은 블록체인 등의 시스템을 동원해 국고보조금 사용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방식으로 지향하겠다고 했다. 안 전 의원은 "일 안 하고는 못 버티는 국회를 만들고자 상임위원회 자동 개의, 출결 상황 실시간 공개, 결석 시 세비 삭감 등의 패널티 부과 등도 생각하고 있다"며 "특히 신당 국회의원들은 장외 투쟁에 참여하기보다 국회 내에서 열심히 투쟁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안 전 의원이 구상하는 구체적인 신당 창당 시기 및 당명은 3일 이후 공개될 전망이다. 안 전 의원은 "3일쯤 신당창당추진위원회를 맡을 분을 발표할 계획"이라며 "신당추진위를 중심으로 구체적 일정을 하나씩 말하겠다"고 했다. 총선에서 목표하는 의석 수를 놓고는 " 전체적인 지형이 짜여야 목표하는 바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며 "4년 전 국민의당을 창당했을 당시에도 3월 정도에 말씀드렸다"고 말을 아꼈다.
안 전 의원은 바른미래당을 떠나 신당 창당에 나선 것을 두고는 "기존의 낡은 정당에서 새로운 일을 하기가 불가능했다. 물론 투쟁을 하면서 만들어 나가는 것도 하나의 선택이지만 지금은 시간이 없다"며 "오히려 처음부터 새로 만드는 것이 훨씬 더 빠른 방법이고 제대로 정치를 바꿀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안 전 의원은 "20대 국회가 최악이라고 하는데 21대는 바뀌어야 하지 않겠나"라며 "이념과 진영의 정치를 극복하는 길이 어렵다는 것을 알지만 옳은 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어려운 길을 마다하지 않고 가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안 전 의원이 4·15 총선판을 크게 뒤흔들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 호남 민심이 이전 같지 않고, 안 전 의원의 지지율도 크게 두드러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안철수계 비례대표 의원들이 의원직 상실 등을 이유로 아직 바른미래당에 남아 있는 점도 신당 컨벤션 효과를 떨어트릴 수 있는 요인이다.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안철수 전 의원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정치혁신 언론인 간담회에서 신당 추진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