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박상길 기자] 정부가 12·16 대책 이후 9억 이하 아파트를 중심으로 풍선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밝힌 것과 달리 설 이후 이들 아파트값은 상승폭을 더 키운 것으로 나타났다. 설 연휴 이후 강남권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비강남권 주택 시장의 분위기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지난 2주간 강남 3구는 매수·매도자 간 눈치 보기로 대체로 관망세가 우세한 반면, 비강남권은 상대적으로 덜 올랐다고 저평가된 지역 위주로 설 연휴 직후에도 실거래가와 호가가 수천만원씩 뛰는 '풍선효과'가 이어졌다.
2일 강남 3구 일대 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비강남권은 9억원 이하 중저가 주택의 가격 상승폭이 확대됐다. 서울 노원구 월계동 한진한화그랑빌 전용 59.94㎡는 11일 6억1500만원에서 설 연휴 직후인 28일 6억1950만원으로 손바뀜했다.
인근 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현재 시세는 6억2000만∼6억3000만원까지 뛰었으며 매도 호가가 6억5000만원인 물건도 있다.
한진한화그랑빌 바로 옆에 있는 단지인 월계동 풍림아이원은 작년 12월 14일 7억원에 거래된 전용 84.303㎡가 설 연휴 직후 7억3000만원으로 상승한 가격에 매매 계약됐다.
월계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호가와 실거래가의 변동이 빠르고 크다"며 "사람들이 여긴 가격이 내려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 전체에서 3.3㎡당 평균 매매가격이 가장 낮은 금천구의 상황도 비슷하다. 시흥동 시흥베르빌 전용 84.94㎡는 설 연휴 직후인 지난 28일 6억9000만원에 팔렸다. 작년 10월 중순 거래된 5억8800만원과 비교하면 1억원 넘게 상승한 금액이다.
시흥동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신안산선 개통이라는 교통 호재와 정부 대책에 의한 풍선 효과로 평형별로 호가와 실거래가가 3000만∼5000만원씩 뛰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남권 매매시장은 저렴한 매물만 찾는 매수자와 가격을 내리지 않으려는 매도자 간 눈치 보기 장세가 뚜렷해졌다.
다만 12·16 대책으로 재건축과 고가주택의 급매물이 나오면서 기존 매도자 우위 시장에서 매수자 우위 시장으로 분위기가 바뀌었다.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12차 전용면적 55.45㎡는 대책 발표 직전인 작년 12월 14일 14억4000만원에 매매됐지만, 대책 발표 이후인 같은 해 12월 27일 10억원으로 가격이 4억4000만원 하락했다. 현재 13억원에 나온 물건이 있지만 팔리지 않고 있다.
부동산 업계와 전문가들은 12·16대책에서 발표한 한시적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조치와 공동주택 공시가격 예정가가 공개되기 직전인 다음달 초부터 강남권을 중심으로 매물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강남권에 집을 두 채만 가지고 있어도 연간 보유세가 수천만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정부가 올해 초고가 아파트의 공동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최대 80%까지 끌어올릴 예정이어서 공시가격이 30∼40% 이상 급등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박상길기자 sweatsk@dt.co.kr
초고강도 대책으로 불리는 12·16 부동산 대책 후 약 한 달을 맞은 지난달 12일 오후 서울 강동구의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9억이하 주택 매물 정보가 붙어 있다.<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