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오는 4일부터 중국 후베이성을 14일 이내 방문하거나 체류한 적이 있는 모든 외국인의 국내 입국을 전면 금지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확진자가 급증하고, 전 국민적으로 감염공포가 확산되면서 입국금지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2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중앙재난안전상황실 서울상황센터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응 확대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확산되는 중국 위험 지역에서의 입국을 제한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또한 정 총리는 "우리 국민의 경우, 입국 후 14일 간 자가 격리 하겠다"면서 "제주특별 자치도와 협의하에 제주특별법에 따른 무사증 입국 제도를 일시적으로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전까지만 해도 입국금지 조치가 방역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외교적으로 논란의 소지가 크다며 반대 입장을 피력해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국내 확진자가 급속히 늘어나고, 특히 접촉자에 의한 2차, 3차 감염이 현실화되면서 출입금지라는 강수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는 2일 하루에만 3명이 추가돼, 전체 확진자는 15명으로 늘었고, 확진자와 접촉해 감염우려가 큰 모니터링 대상자만도 683명에 달한다. 상황이 악화되면서 중국인 입국을 금지해야 한다는 국민청원에 동의한 사람이 1일 저녁 7시 기준 62만명에 달했다. 의료계도 중국 입국 제한, 검역강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대한의사협회는 1일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감염 위험이 높은 지역에 대한 입국 제한, 항공 운항 중단 조처 등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중국 우한, 항저우 등 6개 지역을 지목했다.
이에 앞서, 지난 1일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도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브리핑을 통해 "최근 미국, 일본, 이탈리아 등에서 중국이나 또는 후베이성에서 입국한 외국인의 입국을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조치 등이 도입되고 있는 중"이라 면서 "국제사회의 대응을 현재 지속적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방역상의 필요성, 위험에 대한 평가 등을 통해서 질병관리본부와 감염전문가 등의 의견을 수렴해 앞으로 대응토록 하겠다"고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현재 전 세계 주요 국가들이 중국인 또는 중국 방문객들에 대한 입국금지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최근 2주간 중국을 다녀온 외국 국적자에 대해서 미국 입국을 잠정 금지키로 했고, 일본 정부도 앞서 지난 1일부터 최근 14일 이내에 중국 후베이성에 체류한 적이 있는 모든 외국인 입국을 전면 차단하고 나섰다. 이외에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에서도 방역당국이 비슷한 조처를 내놓고 있으며, 중남미의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등 세계 곳곳에서도 중국발 입국 금지 조치가 확산되고 있다.
보건당국과 의료계는 특히 발병지인 중국 뿐만 아니라 제3 국가에서 처음으로 사망자가 나오면서, 전 세계적으로 중국 출입을 제한해야 한다는 여론이 더 거세질 것으로 보고 있다. 프란시스코 두케 필리핀 보건부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중국 우한 출신 44세 남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으로 숨졌다고 발표했다.김수연기자 newsnews@dt.co.kr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15명으로 늘어나면서 감염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 1일 서울 중구 명동거리에서 마스크를 쓴 관광객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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