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안위, 원자력연 내 자연증발시설서 오염수 방출 '결론'
시설 운영자 필터 교체 시 규정 안 지켜 발생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방출된 세슘 등 방사성 물질은 연구원 내 방사성폐기물 처리시설에서 유출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방사성폐기물 처리 과정에서 시설 운영자가 규정을 어긴 채 필터를 교체하다가 실수로 방사성물질 오염수가 외부로 유출됨에 따라 시설 운영 및 안전관리에 구멍을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 사무처는 31일 '제114회 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한국원자력연구원 방사성물질 방출사건 중간 조사 결과'를 위원회에 보고했다.
중간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 21일 원자력연은 극저준위 액체 방사성폐기물 처리시설인 '자연증발시설'에서 세슘 137, 세슘 134, 코발트 60 등 인공 방사성핵종이 주변 우수관으로 유출돼 토양 시료의 방사선량이 일시적 증가 현상을 뒤늦게 확인했다.
원안위는 원자력연으로부터 이런 내용의 보고를 받고, 원자력 규제기관인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사고조사팀을 파견해 정확한 원인 조사를 벌였다.
KINS 사건조사팀은 세슘 137 농도가 가장 높았던 원자력연 내 우수관과 덕진천이 만나는 지점부터 우수관(600m)을 따라 맨홀 10개의 토양 시료에 대한 방사선량을 측정한 결과, 자연증발시설에 가장 근접한 첫 번째 맨홀에서 가장 높은 세슘 173(3만1839Bq/㎏), 세슘 134(101Bq/㎏), 코발트 60(192Bq/㎏) 등을 검출했다.
이는 원자력연 내 핵연료를 다루는 시설에서 유래됐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사건조사팀은 연구원 내 각 시설의 액체 방사성폐기물 처리과정, 배관 안전성 등을 확인해 자연증발시설에서 발생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자연증발시설은 연구원 내 각종 시설에서 모아진 액체 방사성폐기물 중에서 방사능 농도가 리터당 185베크렐 이하인 극저준위 액체 방사성폐기물을 이송받아 지하 저장조에 저장한 후, 이를 여과기에 통과시켜 태양열 등을 이용해 증발시키는 시설이다.
사건조사팀은 지난해 9월 26일 자연증발시설에서 시설 운영자가 저장조 내 필터 교체 작업을 밸브 상태를 점검하지 않은 채 하다가 방사성물질 오염수가 바닥으로 넘쳐 시설 외부로 방출됐다는 사실을 CCTV 영상과 각종 기록, 관련자 진술 등을 통해 확인했다. 시설 운영자는 전임자 퇴직으로 지난해부터 새로운 직원이 작업을 맡아왔다.
원안위는 이번 조사에서 원자력연이 자연증발시설의 필터 교체 때마다 오염수가 50ℓ씩 유출된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지난 30년 간 2년 주기로 13회에 걸쳐 필터를 교체했다고 가정하면, 총 650ℓ 가량의 오염수가 배출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원안위는 자연증발시설 운영 과정에서 안전조치가 미흡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해당 시설에 대한 사용정지 명령을 내리고, 관련 조사를 지속할 예정이다.
또 자연증발시설 등에서 방출된 방사성물질이 외부 환경으로 유출되지 않도록 토양 제염과 밀봉 조치 등 감시를 강화키로 했다.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