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계 동반 탈당도 줄이어
연합뉴스
바른미래당을 탈당한 안철수 전 의원이 30일 탈당 후 첫 행보로 필립 르포르 주한 프랑스 대사와 면담을 택했다. '마크롱식' 실용적 중도정치를 신당 창당의 가치로 내세우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안 전 의원은 이날 주한 프랑스대사관을 방문해 르포르 신임 주한프랑스 대사와 비공개로 대화를 나눴다. 이번 만남은 르포르 대사가 안 전 의원을 초청해 성사됐다. 안 전 의원은 지난 2018년 9월과 11월월 2차례 프랑스를 방문해 당시 프랑스 상원과 하원, 프랑스 전략연구소, '에콜 42', 소르본느대학, 아브르시(市) 등지에서 상·하원 의원들 및 싱크탱크 관계자 등을 만났다. 안 전 의원은 프랑스 방문에서 △실용적 중도정치 △페이스메이커 정부 △선제적이고 치밀한 국가전략의 중요성 등을 배웠다고 자신의 저서에서 밝힌 바 있다.
안 전 의원은 이날 르포르 대사와 만남에서도 프랑스 방문에서 체득한 사회 전 분야에 걸친 개혁 체계와 전략에 관해 폭넓은 의견을 교환했다. 안 전 의원은 "르포르 프랑스 대사와 이야기를 나눴다. 프랑스도 거대양당이 서로 민생문제 해결보다는 자기 정치세력 먹여 살리는 데만 관심을 두고 서로 싸우기만 했다고 했다. 마치 이익집단간의 권력투쟁의 모습들에 신물이 난 프랑스 국민들이 야당을 다 처벌해 새로운 정부가 탄생하고 실용적인 중도정부를 세울 수 있었다고 한다"고 대화 내용을 전했다. 안 전 의원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처음 했던 일이 좌우이념에 휘둘리지 않고 좌든 우든 능력 있는 사람들을 대거 중용해 문제를 해결한 것"이라며 "어렵지만 신념을 가지고 실행에 옮기다 보니 이제 어느 정도 성과가 나타나고 프랑스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는 평가를 받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실용 정치란 한 마디로 제대로 일하는 정치"라고 했다. 안 전 의원은 르포르 대사와 면담 이후 한상진 서울대 사회학과 명예교수와 만나 신당 창당을 논의했다. 한 명예교수는 안 전 의원의 정치적 멘토로 꼽힌다.
안 전 의원이 탈당 이후 곧바로 신당 창당의 포석을 까는 행보에 속도를 내자 바른미래당 내 안철수계의 동반 이탈이 두드러지고 있다. 안철수계 바른미래당 소속 구의원과 지역위원장, 당원 400여명이 동반 탈당했다. 당원 10여명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 전 의원이 어제 바른미래당을 떠나 다시 광야에서 홀로서기를 시작했다"며 "그 뜻을 함께 하기로 했다"고 신당 합류 의사를 밝혔다.안철수계로 꼽히는 이동섭 원내대표 권한대행도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정책회의에서 "안 전 의원이 탈당해 바른미래당이 회생할 수 있는 마지막 희망은 사라졌다"면서 "당 조직도 마비되고, 당의 기둥인 평당원의 탈당이 줄 잇고 있다"고 했다.
이 권한대행을 비롯해 안철수계 의원들은 대부분 비례대표여서 탈당 행렬에 동참하지는 않았다. 이들은 당분간 바른미래당 의원직을 유지하며 안 전 의원의 신당 창당을 도울 생각이다. 이 권한대행은 기자들과 만나 "현재 안철수계 의원 7명 중 권은희 의원을 뺀 6명이 비례대표여서 (탈당으로) 의원직이 상실되면 정치활동에 어려움이 있다"면서 "의원 신분을 유지하면서 안 전 의원과 함께 새로운 정당을 창당하고, 그 이후 탈당해 신당을 출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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