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세 칼럼] 저금리, 경제에 藥인가 毒인가

권혁세 단국대 경영대학원 초빙교수·前 금융감독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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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1-29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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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세 칼럼] 저금리, 경제에 藥인가 毒인가
권혁세 단국대 경영대학원 초빙교수·前 금융감독원장

지난해 세계금융시장은 미중 무역전쟁으로 성장과 무역이 크게 둔화되어 한 때 미국채의 장단기 금리역전현상에 따른 'R(경기침체)의 공포'가 금융시장을 엄습하여 금이나 미국국채, 달러와 같은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증대하였다. 하지만 미국을 중심으로 세계 각국 중앙은행이 금리 인하를 추진하면서 다시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 선호로 복귀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이로 인해 세계 주식시장은 실물 경제 위축에도 불구하고 그 어느해보다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미국의 3대 지수인 다우,나스닥, S&P500 지수가 연초대비 각각 22%, 35%, 29% 상승했고 무역전쟁으로 타격을 입은 중국의 상하이 지수도 22%, 유로스톡지수와 일본 니케이지수도 각각 25%, 18% 상승했다.우리나라 코스피지수는 이들 국가보다 훨씬 낮은 7.7%상승률을 기록했으나 이마저도 저금리시대 예금 금리 수준(1~3%)보다는 매우 높은 수익률이다.

세계 부동산시장도 그 동안 각국의 저금리정책으로 인해 글로벌 주택가격지수가 2017년 4분기에 160으로 상승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수준(159)을 넘어서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우리나라 서울은 물론, 런던, 파리, 뉴욕, 도쿄 등 선진국의 주요 대도시는 초저금리의 영향으로 최근 5년새 주택 가격이 30~60% 가량 폭등했다. 세계 각국의 저금리정책이 경기 침체를 막는 불가피한 선택으로 받아들이더라도 실물 경제는 별반 회복되지 않으면서 가계와 기업의 부채는 눈덩이처럼 늘어나고 주택가격 급등과 같은 자산시장의 버블만 커지고 있는 지금의 상황은 문제가 있다. 이는 지난 수년간 세계 각국이 추진해온 저금리정책의 효율성이 크게 떨어지고 오히려 이로 인한 부작용이 커지고 있음을 반증한다.



금리 정책의 성공 여부는 크게 3가지 요소, 즉 시의성(timely), 적합성(속도), 중앙은행의 독립성에 좌우된다. 그동안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는 미연준의 금리 정책이다. 역대 연준의장들은 정부와 독립적으로 금리 인상이나 인하를 시의적절하게 구사함으로써 시장에 확실한 시그널(신호)을 보냄으로써 경제 주체들의 행동 변화를 유인해 경기 침체를 탈출하거나 경기 과열을 억제했다.

이런 이유로 그린스펀이나 버냉카, 앨런 등 역대 미연준 의장들은 세계 경제 대통령으로 불리웠다. 그런 점에서 작금의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추진하고 있는 저금리 정책이 상기 3가지 요건에 부합하는지는 의문이 든다 금리 정책은 어떤 의도와 방법으로 운용하는지에 따라 경제에 '약'이 되기도 하고 '독'이 되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올해 11월 대선을 앞둔 트럼프 미대통령의 연준에 대한 금리 인하 압력성 발언은 우려스럽다. 초저금리 국가인 일본이나 유럽의 경우 저금리 장기화로 인한 부작용이 긍정 효과를 상회하고 있는 조짐이 벌써 나타나고 있다. 초저금리에도 불구하고 투자나 소비는 늘지 않고 오히려 저축이 증대하고 있어 일부 은행들은 예금에 수수료를 받고 있고 이자 수익에 노후를 의존하는 고령층이 많은 국가들은 소비 감소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저금리 정책의 가장 큰 부작용은 자원 배분의 왜곡 초래다. 시장경쟁에서 도태되어야할 부실 좀비기업들이 저금리에 편승해 구조조정되지 않고 버팀으로써 산업의 효율성과 경쟁력을 떨어뜨린다. 또한, 회수기간이 긴 기업의 설비투자보다 단기간에 높은 수익을 주는 주식이나 부동산, 그리고 비우량채권 같은 고수익 위험 자산에 자금이 몰려 금융시장의 위험을 증대시킬 수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서도 세계적인 저금리정책으로 글로벌 고수익, 고위험 채권(투기등급)발행 규모가 10년만에 1조달러에서 2조5000억 달러로 급증함에 따라 부채발 글로벌 금융 위기를 경고한 바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한국은행이 2차례 기준 금리를 인하해 미국보다 0.5% 낮은 1.25%로 역사상 최저 수준을 보이고 있다. 금리 인하는 이론적으로는 가계와 기업의 금융비용을 낮추어 기업의 투자와 가계 소비를 촉진하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그동안 나타난 경제통계를 보면 기업의 설비투자나 민간의 소비는 오히려 감소하고 가계 부채 증가와 집값 상승과 같은 부작용만 증대하고 있다. 또한 대다수 중산·서민층은 주가 상승에도 손실을 보고있고 집값 상승으로 세금이나 전·월세 상승과 같은 피해를 보고 있다.

최근 발생한 금리연계파생상품인 DLF나 라임 펀드 피해 사례도 저금리가 초래한 역습이다. 특히 집값 상승의 경우 문재인 정부 들어 계속된 고강도 종합규제대책에도 불구하고 진정되지 않는 근본 이유는 시장 수급 원리에 반하는 규제와 저금리로 인한 과다 유동성에 기인한다. 최근 15억 초과 주택대출 금지와 9억 초과 주택대출 규제로 주택가격 상승세가 꺾이는 조짐을 보이고 있으나 수도권과 지방 곳곳에 풍선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저금리는 마치 흐르는 물처럼 수익이 있는 곳이면 정부의 규제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기 마련이다. 금리 정책의 궁극적 목적은 침체된 실물 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돈이 생산적인 투자와 소비로 흘러가게 하는데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규제 완화와 각종 인센티브 부여로 돈의 흐름을 가로막는 장벽을 없애고 물꼬를 터주는 노력도 병행해야한다. 또한 좀비기업 구조조정과 같은 구조개혁도 필요하다.

캐나다, 스웨덴 같은 국가는 금리 인하를 추진하고 있는 다른 국가와 달리 저금리 장기화로 인한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 최근 저금리 정책을 포기한 바 있다. 또 한가지 주시해야할 점은 지난해 세계 금리 인하를 주도한 미국 연방준비은행이 올해 11월 대선이 끝나고 나면 통화·금리 정책의 정상화를 다시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이 경우 달러강세 전환으로 인해 부채 문제나 외환 문제가 취약한 국가를 중심으로 금융위기가 재발할 가능성도 있는 만큼 이에 대비할 필요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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