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이 29일 서울 중구 을지로 본점에서 취임식을 가졌다. 임명 27일 만이다. 이른바 '낙하산 인사' 논란으로 기업은행 노조와 갈등을 빚어온 윤 행장의 출근길이 마침내 열린 셈이다. 앞서 노조는 '노조추천이사제' 등이 포함된 노사 공동선언문을 채택, 윤 행장의 출근 저지 투쟁을 풀었다.
윤 행장은 이날 취임사를 통해 "IBK를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초일류 금융그룹으로 만들어나가고자 한다"며 "혁신금융과 바른경영으로 경쟁력을 높이고, 이를 실행으로 옮기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신뢰·실력·사람·시스템 등 4가지 요소도 꼽았다. '고객 중심의 업무방식과 조직문화로 신뢰받는 은행'이 되려면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실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직원 여러분이 실감할 수 있도록 인사 관행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투명하고 공정한 인사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다짐했다. 학연, 지연 등 인사청탁에 대해선 반드시 불이익을 주겠다는 선언이다.
윤 행장은 또 "시스템을 업그레이드 하겠다"며 "의전과 형식주의를 걷어내고, 의사결정 속도를 높여 조직의 유연성을 더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직원들의 의견을 모아 경영평가 제도를 개선하고, 합리적인 보상이 돌아가도록 하겠다"며 "위기 관리와 내부통제 시스템을 선진화해 투명도도 높이겠다. 그래야만 은행에 대한 신뢰가 훼손되지 않고 (기업은행의) 자부심도 높아진다"고도 피력했다.
윤 행장과 김형선 노조위원장은 지난 설 연휴 기간 다섯 차례 단독 면담을 가졌다. 연휴 마지막 날에는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은성수 금융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희망퇴직 문제 조기 해결 ▲노조가 반대하는 임금체계 개편 추진 중단 ▲정규직 일관전환 직원의 정원통합 노력 ▲임원 선임절차 투명·공정성 개선 등 공동선언문을 도출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노동이사제'와 비슷한 맥락의 '노조추천이사제'를 도입하는 데 노사가 함께 노력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날 환영사에 나선 김 위원장은 "(윤 행장) 임명 과정에서 청와대나 민주당, 정부의 많은 인사를 만났다"며 "윤 행장이 대통령의 바람대로 혁신을 이끌어내는 은행장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취임식 후 기자들과 만난 윤 행장은 "희망퇴직 문제는 수출입은행이나 산업은행 등 다른 국책은행과의 형평성 문제가 있다"며 "다만 기업은행만의 특수성이나 다른 기관과의 차이도 있어 최대한 풀어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취임식 후 정상적인 업무에 들어간 윤 행장은 상반기 정기인사와 임기가 만료된 계열사 대표 등 인사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부행장급 이상 임원 5명의 임기가 한 달도 남지 않은 데다, IBK연금보험, IBK투자증권 등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임기도 이미 지난달 만료돼 연장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동준기자 blaams89@dt.co.kr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이 29일 오전 서울 중구 IBK기업은행에서 열린 제26대 은행장 취임식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종원 IBK 기업은행장이 29일 오전 서울 을지로 기업은행 본점에 첫 출근, 환영인사를 나온 임직원들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