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차현정 기자] 증권사들의 '언택트 마케팅'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 빠르게 늘어나는 비대면 투자자를 잡기 위한 것으로 기존 서비스를 새롭게 재편하는 것은 물론 경품 제공 이벤트까지 선보이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카카오증권과 토스증권의 신규 등장이 증권사 간 마케팅 경쟁를 심화시킨 불쏘시개 역할을 하고 있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내달 5일 정례회의를 열어 카카오페이의 바로투자증권에 대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안을 최종 의결한다. 최근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정례회의에서 이런 내용의 심사안을 통과시켰다.
모바일 특화 증권사를 목표로 내건 토스증권의 등장도 뒤따른다. 금융위는 조만간 토스의 증권사 설립 예비인가안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특히 카카오의 자회사인 카카오페이가 바로투자증권 인수를 통해 증권업에 진출하면 증권업 판도변화는 피할 수 없게 된다. 절대적인 방문자수를 보유한 카카오의 증권사 진출이 몰고 올 파장은 예상보다 클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카카오 플랫폼과 모바일 거래 특화라는 무기를 장착한 이들 신규 증권사들의 설립에 탄력이 붙으면서 비대면 고객 확보를 뺏기지 않으려는 증권사 움직임도 분주해졌다. 이른바 언택트 마케팅이다. 사람과의 접촉 없음(언(un)+콘택트(contact))을 의미하는 신조어로 고객과 직원의 대면을 최소화해서 심리적 부담을 줄여주는 방법이다.
미래에셋대우는 해외주식과 선물전용 거래앱인 'm-Global'을 리뉴얼했다. 금융정보업체인 에프앤가이드와 제휴로 고객들이 미국과 중국, 홍콩, 일본, 베트남, 인도네시아 리서치 자료와 해외기업 투자정보 서비스를 볼 수 있게 했다. 제공되는 리서치자료는 약 2000여개로, 한글번역이 돼 있다. 해외기업의 실적 예상치와 데이터의 동시 비교 분석이 가능하도록 55개국에 위치한 600개 이상의 증권사들로부터 취합한 추정치를 기초로 산출한 종목 실적 예상치와 해외주식 뉴스 등 다양한 데이터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하나금융투자도 최근 비대면 계좌개설 절차를 개편했다. 하나금융투자 비대면 계좌를 개설하는 손님은 계좌개설 어플리케이션과 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MTS) 어플리케이션을 별도로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 9단계였던 계좌개설절차는 5단계로 대폭 축소됐으며, '설치하기' 기능이 추가돼 절차상 편리를 추구했다. 비대면 계좌개설 리뉴얼 오픈을 기념한 이벤트도 진행한다. 내달 15일까지 비대면으로 계좌를 개설하는 손님에게 배달앱 요기요 쿠폰 1만원, 계좌를 개설하고 주식을 거래하면 추가로 요기요 쿠폰 1만원을 준다.
비대면 고객 전용 디지털상담팀까지 꾸리는 등 일찌감치 언택트 트렌드를 소화한 삼성증권은 최근 '자기주도형 투자' 서비스를 출시했다. 지점 방문 없이 계좌개설부터 투자정보 활용과 상품선택과 투자, 사후관리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스스로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금융에서도 확대되고 있는 언택트 서비스와 시간은 부족하지만 투자에 관심이 높은 직장인이나 전문직 종사자와 같은 '자기주도형' 투자자들이 확산되는데 맞춰 디지털상담팀과 디지털지점을 신설했다"며 "전화와 채팅 등으로 고품질의 투자정보컨설팅과 고객 업무처리까지 입체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라고 말했다.
이밖에 증권사들도 현재 개인 소비자를 타깃한 앱 편의성과 접근성을 높이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제 막 시동을 건 카카오증권이나 토스증권 등이 전통적인 투자금융(IB) 부문에서 당장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만큼 리테일 고객 확보에 공격적으로 나설 것이란 관측에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카카오라는 초대형 플랫폼을 가진 기업이 증권업에 진출하는 것인만큼 창의적인 서비스를 다양하게 시도할 것으로 본다"며 "리테일 서비스 분야에서의 경쟁력 강화는 필수인 만큼 준비도 철저히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카카오톡'이라는 온라인 플랫폼을 기반한 인터넷은행 카카오뱅크가 미친 파급력을 경험한 증권업계는 카카오증권의 등장을 두고 '메기의 등장'이라고 비유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미꾸라지를 운송할 때 물탱크에 메기 한 마리를 넣어두면 미꾸라지가 도망 다니느라 끝까지 생기를 잃지 않고 되려 팔팔하게 살아남는 것처럼 카카오증권의 출현이 리테일 시장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