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文정부 `설레발` 외교안보 고립 부른다

강원식 외교안보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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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1-27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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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文정부 `설레발` 외교안보 고립 부른다
강원식 외교안보평론가
청와대는 북한 개별관광에 대한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의 언급을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해리스 발언은 "향후 제재를 촉발할 수 있는 오해를 피하려면 한미 워킹그룹을 통해서 다루는 것이 낫다"는 원론적 수준이었다. 그런데도 민주당 송영길 의원과 유시민씨는 '조선총독'을 언급하고, 통일부 대변인은 "대북정책은 대한민국의 주권"이라 말했다.

대북제재는 유엔 결의 사항이다. 제재 위반 가능성이 있다면 마땅히 국제협의가 필요하다. 유럽연합(EU)도 21일 북한 개별관광이 제재대상은 아니지만 유엔의 대북제재를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정부여당도 유럽연합(EU)에는 '주권 간섭'이라 반발하지 않았다.

지난 연말 북한이 협상 시한을 정하자 미국은 전략자산을 전개하며 '화염과 분노' 강경 대응으로 맞섰다. 결국 북한의 추가 도발 없이 지나갔다. 그러나 연초 이란이 이라크 주둔 미군기지 2곳을 폭격해도 미국이 이란을 공격하지 못하자 북한의 입장이 강경화하고 있다. 미국의 계산된 선택을 북한은 트럼프의 유약함으로 보았다. '늙다리'의 허풍이라는 것이다. 북한은 이란보다 재래식 무기도 강력하고 핵무기도 보유하고 있어 미국이 어쩔 수 없다고 판단한다.

김정은 생일은 1월 8일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침 백악관을 방문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게 생일축하 메시지를 전해달라 했고, 우리 정부는 긴급통지로 이를 북측에 보냈다. 그런데 11일 북한은 "남조선당국이 숨가쁘게 흥분에 겨워 온몸을 떨며 대긴급통지문으로 알려온 미국대통령의 생일축하인사"를 이미 직접 전달받았으며, 남한이 김정은-트럼프 친분관계에 "중뿔나게 끼여드는 것은 좀 주제넘은 일"이며 '설레발'을 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워싱턴은 서울보다 14시간 늦다. 트럼프·정의용 면담시간에 생일은 이미 지났고, 미국은 북한의 반응을 이미 알고 있었을 수도 있다.

설레발은 '몹시 서두르며 부산하게 구는 행동'이다. 북한의 눈에 문재인 정부의 조급함이 보인 것이다. 조국 내로남불, 유재수 감찰무마, 울산시장 하명수사, 검찰 인사 등이다. 그래서 황교안 대표가 "대통령의 마음속엔 오직 조국과 북한밖에 없었다"고 비판하듯 청와대는 총선 전 김정은 방한 실현의 묘수 짜기에만 골몰하는지도 모른다.

개별관광은 북한의 환심을 사려는 것이다. 그런데 개별관광에 나설 우리 국민은 얼마나 될까. 미국 비자 발급이 막힐 수도 대북제재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신변안전 보장조치도 없다. 2008년 박왕자씨는 '신변안전관련 합의서'에도 불구하고 금강산에서 북한군 총탄에 피살되었다. 정부는 국민 세금으로 이산가족 개별관광도 추진한다지만 방북했다 억류될 가능성조차 배제할 수 없다. 상황이 이런데 북한 관광에 나서는 사람이 있다면 친북·종북이라는 비난을 면하기도 어렵다. 방북 숫자가 적으면 대북제재 우회 효과는 거둘 수 없다. 더구나 우한폐렴이 얼마나 확산될 지도 북한의 국경폐쇄 조치가 언제 풀릴지도 가늠하기 어려운데 문재인 정부만 설레발이다.

문정인 대통령특보는 지난 6일 미북관계 진전이 없으면 한국은 미국과 같이 갈 수 없다고 말했다. 여차하면 결별하자는 것이다. 이미 한미동맹은 심각하다. 특히 '주권 침해'와 '조선총독' 운운은 매우 자극적이다. 핵보유를 집착하는 북한과 핵폐기를 관철하려는 미국이 군사위기로 충돌하게 되면 이런 발언들이 반전·반미운동의 씨앗으로 될까 섬뜩하다.

북한은 쉽게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북핵 폐기를 이룰 수 있는 길은 '최대압박'뿐이다. 전쟁하자는 것이 아니다. 북한이 핵을 버리도록 대북제재의 고삐를 조이자는 것이다. 청와대의 대북제재 우회 구상은 북한의 핵집착 망상을 방조하고 미국의 강경대응을 초래할 수 있다. 군사적 긴장과 반미·반전 시위로 우리 사회가 혼란에 빠지면 대통령과 정부여당은 그 책임을 피할 길이 없다. 평화와 번영은 결코 설레발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냉정하게 사태를 살펴 현실적으로 행동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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