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원 칼럼] 강남집값 잡고 싶다면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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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1-27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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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원 칼럼] 강남집값 잡고 싶다면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명예회장
정부는 강남 집값을 잡을 때까지 부동산정책의 강도를 높이겠다고 한다. 3년 전 가격으로 되돌리겠다고도 하는데, 어느 지역이 대상인지 분명하지 않지만 아마도 강남일 것 같다. 그 이전에 오른 것은 괜찮다는 것인지, 다른 지역이 오른 것은 좋다는 것인지 궁금한 점이 많지만, 집값 안정을 넘어서 떨어뜨리겠다고까지 하는 것을 보면 결심이 단호한 것 같다.

강남이라고 해서 수요를 억제하고 공급을 늘리는 것 이외에 값을 떨어뜨릴 수 있는 길이 따로 있지 않을 터이니 수요를 억제하고 공급을 확대하는 것이 얼마나 가능할지 하나씩 짚어 보고자 한다. 부동산 가격의 상승은 지금 세계적인 현상인 것 같다. 지표에 의하면 세계적으로 2000년대에 들어서 두 배 정도 올랐다는 것인데, 평균이 그런 것이니 투자가 몰리는 지역은 훨씬 더 올랐을 것이다. 모든 나라의 정부가 경기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 경쟁적으로 완화적 재정금융정책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 원인이다.

먼저 금융정책을 보면 각국의 중앙은행이 마이너스까지 금리를 내려도 소비와 투자가 일어나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이자 소득에 의존하는 은퇴노인들이 많은 선진국들은 금리가 낮아지면 소비가 늘기는 커녕 오히려 줄 수도 있다. 일본이 전형적인 예다. 미국만 소비가 늘고 투자로 연결되고 있는 것 같다. 신흥국들은 사회보장제도가 미비해서 금리가 내리면 저축을 더 하는 수 밖에 없으니 소비가 늘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두 가지 요인이 다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 소비가 별로 안 늘어도 혁신 투자로 일자리를 만들면 소비 진작의 실마리를 풀 수도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각종 규제와 경직적인 노동시장에 막혀서 이런 투자도 일어나지 않는다. 타다와 배달의 민족이 사회적 비난을 받고, 네이버가 일본 자회사인 라인을 통해 일본에서 원격진료 사업을 시작했다. 혁신투자는 아무래도 다른 나라에 가서 하는 것이 상책이라고도 한다. 돈이 부동산으로 몰리는 정도가 우리 나라가 제일 심한 이유다. 요즘 우리 나라처럼 '무력'으로라도 부동산 가격을 떨어뜨리면 부동자금을 해외로 내쫓아서 국내 수요를 줄이는 데에는 적지 않게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 돈으로 남의 나라 주식과 부동산 값을 올려주고 있어서 배가 아프기는 하지만.

재정지출을 늘려 SOC 투자를 확대하는 것은 건축이 아니고 토목이라고 "경제활성화를 부동산 경기에 의존하지 않겠다" 말하지만 부동산을 자극하는 효과가 크다. SOC 사업비 대부분은 토지보상비인데 팔리지 않고 있던 임야, 농지를 현금화시켜 주는 효과가 있고 그 돈은 대부분 인근의 땅이나 서울의 '똑똑한 아파트 한 채'로 가고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부동산을 가지고 큰 돈을 번 사람이 다른 데에 투자하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한마디로 수요억제책만으로 목적을 달성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서울, 특히 강남 3구의 아파트를 중심으로 열여덟 차례에 걸쳐 퍼부은 초과이익환수제, 분양가상한제, 종부세와 양도세 중과, 은행 대출 제한 등은 분명히 수요를 줄이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수요를 줄이는 것은 길게 보면 공급도 같이 줄이는 효과가 있다. 강남이나 그에 대항할 수 있는 지역에 공급을 늘리는 일을 병행하면 훨씬 더 효과가 클 것이다. 강남에 더 이상 땅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대로변을 제외하면 아직도 2층짜리 단독주택까지 있는 저개발 상태이다. 재개발, 재건축 규제를 풀고, 건폐율, 용적률 규제도 풀어서 홍콩이나 맨해튼 수준으로 고밀도 개발을 하면 공급을 늘릴 수 있다. 거기에 들어가 살고 싶은 사람이 호되게 비싼 시장가격을 치르게 해야 공급을 늘리고 수요를 줄일 수 있다. 비싼 집을 싸게 살 수 있게 해주겠다는 분양가상한제와 같은 조치는 반대로 가는 일이다. 배 아픈 문제는 초과이익환수제 등으로 해결해야 한다.

그린벨트 해제 지역에 보금자리주택이라는 서민주택을 주로 공급한 것도 강남 집값을 떨어뜨릴 절호의 기회를 허비하고 서민주택 공급만 늘려서 집값 격차만 더 벌려놓은 결과가 되었다. 서민도 자기 집값이 오르는 것을 원한다. 서민주택 공급만 늘리면 서민주택 값은 안 오르고 강남 집값만 오를 것이다. 강남 집값을 내버려 두는 것이 강남 집값을 잡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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