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김아름 기자] 국산 맥주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지고 있는 일본 맥주 불매운동의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 하이트진로의 히트작 테라와 수제 맥주들이 판매가 90% 이상 감소한 일본 맥주의 빈 자리를 메우며 시장 점유율을 크게 끌어올렸다.
올해부터는 주세법 개정으로 국산 맥주도 '4캔 1만원' 등의 행사가 가능해지면서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27일 편의점 세븐일레븐에 따르면 올해 1월 국산 맥주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8.2% 증가했다. 2017년 이후 점유율이 역전됐던 국산 맥주와 수입 맥주의 매출 비중도 다시 국산 맥주(52.5%)가 앞서기 시작했다.
'4캔 1만원'으로 대표되는 수입맥주의 공세에 밀려 힘을 쓰지 못하던 국산 맥주가 반등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7월 시작된 '일본 맥주 불매운동'의 영향이 컸다. 불매운동이 시작되면서 전체 수입맥주 매출 1위를 달리던 일본 맥주 매출이 급락했기 때문이다. 불매운동 첫 달인 7월에 50% 이상 급감한 일본 맥주 매출은 8월 이후부터는 감소율이 90%를 웃돌았다. CU에 따르면 일본 맥주 판매량은 7월 -52.2%로 절반 이상 떨어진 이후 8월 -88.5%, 9월 -92.2%, 10월 -91.7%, 11월 -93.1%, 12월 -93.8% 매출이 감소했다.사실상 시장에서 퇴출된 셈이다.
전체 수입맥주 매출의 15% 이상을 차지했던 일본 맥주의 빈 자리는 테라로 대표되는 국산 맥주가 채웠다.
하이트진로가 지난해 3월 출시한 테라는 기존 국산 라거와 차별화된 맛과 디자인으로 출시되자마자 품귀현상을 빚었다. 여기에 일본 맥주 불매운동이 시작되며 '맛있는 국산 맥주'를 찾던 소비자들이 테라로 몰려들었다. 연말까지 팔린 양만 4억5600만병이 넘었다. 최근에는 하이트진로의 대표 맥주인 하이트를 넘어 맥주 시장 2위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다양한 국산 수제맥주의 등장도 국산 맥주의 상승세를 거들었다. 광화문·해운대 등 국내 지명을 붙여 눈길을 끄는가 하면 국내 맥주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던 스타우트, IPA 등 새로운 타입의 맥주도 선보였다.
실제 CU에서 수제맥주 매출 증가율은 7월 159.6%, 8월 200.4%, 9월 207.1%, 10월 284.9%, 11월 290.1%, 12월 306.8%로 전년 대비 껑충 뛰었다. 이에 따라 국산맥주에서 차지하는 수제맥주의 매출 비중도 2018년 1.9%에서 2019년 5.6%로 큰 폭으로 올랐다.
올해에는 수입맥주에 맞서 4캔 1만원 행사 등을 진행하며 점유율을 더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종량세 전환으로 인해 그 동안 대량 생산이 힘들어 생산 단가가 높았던 수제맥주도 차츰 가격경쟁력을 갖춤으로써 더욱 공격적인 마케팅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CU는 현재 퇴근길 필스너, 강한IPA, 흥청망청 비엔나라거 등 12종의 수제맥주를 1캔 3500원 균일가, 3캔 99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세븐일레븐도 오는 2월 수제맥주 '4캔 1만원' 행사와 '3캔 9000원' 행사를 진행한다.
이승택 BGF리테일 음용식품팀 MD는 "주류 과세체계의 개편으로 그 동안 수입맥주의 그늘에 가려져 있던 국산 맥주가 다양한 맛과 종류의 신제품들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며 "국산 맥주의 라인업이 더욱 늘어나고 가격도 점차 낮아지는 만큼 관련 시장도 앞으로도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아름기자 armijjang@dt.co.kr
일본 맥주 불매운동 이후 국산 맥주의 시장 점유율이 크게 오르고 있다. 사진은 한 편의점에서 소비자가 국산 맥주를 구매하는 모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