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박상길 기자] 서울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구) 주택 시장에 '마이너스' 그림자가 나타났다. 문재인 대통령의 '집값 원상회복' 선언 이후 청와대의 "강남 1차 안정 목표", "주택 매매거래허가제" 등 강경 발언이 쏟아진 영향이다. 문재인 정부가 임기 반환점을 돌 동안 강남 3구 주택 시장을 맴돌았던 마이너스 그림자가 본격적으로 시장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27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강남 3구 아파트값은 강남구 -0.02%, 송파구·서초구 각 -0.01% 등으로 일제히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작년 5월 말∼6월 초순 이후 7개월여 만에 하락 전환했다. 재건축 단지뿐만 아니라 일부 인기 신축 등에서까지 수억원 하락한 급매물이 출현했지만 짙어진 관망세로 거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섰다. 민간 통계 기관인 부동산114 통계상에서는 아직 강남 3구 아파트값이 하락하지 않았지만 현재의 흐름으로 봐서는 강남 3구 아파트값 하락이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전용면적 84㎡와 76㎡ 모두 매도 호가가 2억원 가량 하락했다. 대치동 일대 한 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전용 84㎡는 매도호가가 24억5000만원까지 올랐다가 22억원 이하까지 떨어졌다. 전용 76㎡는 저층(2층)에서 20억원 이하의 매물이 등장했다.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부동산 공인중개업소끼리 호객 행위를 하기 위해 매도 호가가 수억원 하락한 급매물이 있다고도 홍보하고 있지만 아직 3억원까지 하락한 매물은 보지 못했다"며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서자 설 연휴 중에 사겠다는 문의 전화가 걸려 오고 있다"고 말했다.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전용면적 84㎡는 27억∼30억원에 매물이 나온다. 최저 매물을 기준으로 매도 호가가 4억원 이상 급락했다.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27억원에 거래된 매물은 작년 연말 다주택자였던 집주인이 올해 내야 할 양도세를 아끼겠다는 결심으로 낮은 가격에라도 판 것"이라며 "이 가격이 래미안퍼스티지 집주인들의 심리적 마지노선"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워낙 학군 등이 잘 갖춰진 인기 단지라 사정이 급해도 급매물이 나오지 않아 가격이 더 떨어지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강남 주택 시장은 매수 심리도 확 꺾였다. 12·16 대책 한달여 만인 지난 26일 기준 강남 3구를 포함한 서울 한강 이남 아파트의 매수우위지수는 99.5로 기준선인 100을 밑돌았다. 작년 10월 14일(95.8) 이후 석 달 만에 처음이다. 집을 살 사람보다 팔 사람이 더 많아졌다는 뜻으로 매도자(집주인)가 집을 팔려면 매수자들이 원하는 만큼 호가를 낮춰야 한다는 뜻이다.
매수 심리가 꺾인 것은 12·16 대책으로 고가 아파트 대출이 전면 금지된 데다 공시가격 인상, 세율 조정으로 종합부동산세 부담이 커진 영향이다. 강남 3구에서는 최근 1년새 주택 증여 건수도 30% 이상 급격히 줄었다. 특히 강남구의 경우 아파트 증여 건수가 이 기간 2286건에서 1263건으로 반 토막 났다.
부동산 업계는 역대급 규제 대책에도 버티기를 유지했던 강남 3구 집값이 다소 조정기를 거칠 것으로 예상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규제가 집중된 강남권은 매수세 위축으로 이어져 곧 약세로 진입했다"며 "강남권 약세는 적어도 상반기까지는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박상길기자 sweatsk@dt.co.kr
지난 20일을 기해 12·16 부동산 대책 중 전세대출 규제방안이 시행됐다. 핵심은 시가 9억원을 초과하는 고가주택과 전세대출이 양립 불가하다는 것이다. 전세대출 대책 세부 내용을 보면 20일부터 시가 9억원을 넘는 고가주택 보유자가 SGI서울보증의 전세대출보증을 받을 수 없다. 사진은 서울 시내의 부동산 중개업소 모습.<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