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권의 트렌드 인사이트] 도쿄디즈니랜드에 풍선 사라진 이유

김인권 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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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1-22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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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권의 트렌드 인사이트] 도쿄디즈니랜드에 풍선 사라진 이유
김인권 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
작년 12월24일 크리스마스 이브 때 일본 치바현에 있는 도쿄디즈니랜드에서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일이 생겼다. 어린이가 있는 가족이라면 누구나 하나씩은 구매해서 들고 다니는 캐릭터 풍선을 당분간 판매중지를 하겠다는 안내문이 디즈니랜드에 걸린 것이다. 이유인즉슨, 풍선 안에 주입돼 풍선을 공중으로 가볍게 띄워주는 역할을 하는 헬륨가스가 전국적으로 부족현상이 일어났기 때문이었다.

흔히 헬륨가스는 파티에서 장식용으로 천장을 풍선으로 가득 메운다든가, 테마파크나 유원지 등에서 하늘 높이 띄워놓은 대형 애드벌룬 등에 주입되는 용도로 쓰인다든가, 또는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 출연자들이 벌칙으로 헬륨가스를 마시고 독특한 목소리를 내어 시청자들에게 큰 웃음을 주는 용도로 활용되는 정도가 일반적으로 아는 상식이었다. 그런데 이번 '디즈니랜드 사건'을 계기로 이 헬륨가스가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소재로 활용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게 된 것이다.

주로 무언가를 냉각할 때 사용된다는 헬륨가스는 폭발 위험성이 높은 수소와 대조되며 매우 안전한 소재로 각광받고 있다. 예를 들어 반도체를 만들 때 냉각하기 위해 사용되거나 5G와 같은 고속통신의 광섬유 생산 공정 등에도 사용되고 있고, 자기부상열차 등 다양한 제조 연구현장에서도 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런데 이 헬륨가스가 최근 1년간 50% 이상 가격이 급등하고 있고 올해도 30~40% 추가인상이 예고된 상황이다. 급기야 일본 물리학회가 거국적 차원에서 헬륨가스 수요확보를 위한 호소문 형태의 성명까지 발표했다. 이러한 수요공급체계 붕괴를 야기한 이상급등 배경에는 중국과 미국의 무역분쟁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김인권의 트렌드 인사이트] 도쿄디즈니랜드에 풍선 사라진 이유


전 세계적으로 헬륨가스 생산국은 미국과 카타르 정도인데, 작년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압박카드 중 하나로 헬륨가스 수출중단 내용이 포함되면서 중국업체들이 수출중단 전에 비싼 가격으로 무차별적 사재기를 한 게 가장 큰 원인이다. 산업분야에서도 사용이 확대되면서 가격이 급등하게 된 것이다.

그 중 우려가 심각한 곳은 의료기기 분야다. 정밀검사 필수장비인 MRI(자기공명 영상장치)와 간질을 진단하는 장비인 MEG(자기 뇌파 검사장치) 등 자기(磁氣)를 활용한 첨단장비의 정기적 충전재로 헬륨이 쓰이고 있다. 헬륨가스 품귀현상이 자칫 의료기기 사용제한이라는 위험한 상황에 이를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한다.

헬륨 부족현상은 우리나라 산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반도체 웨이퍼 생산에 있어 헬륨 가스가 꼭 필요한데 향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항공우주업계도 헬륨 가스 수급 및 가격 급등에 걱정스러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헬륨 없이 항공기 엔진 시험 과정을 진행할 수 없어서다. 국내 한 디스플레이 제조회사는 일부 제조 공정에서 쓰이는 헬륨을 질소로 바꾸기도 했다.

뒤늦게 러시아에서 천연가스내의 헬륨가스를 따로 추출하는 프로젝트를 가동하기로 결정했지만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2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돼 앞으로 몇 년간은 품귀현상과 가격인상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작년에 반도체 생산에 필수로 쓰인다는 불화수소 등의 수입제한 문제로 한 동안 관련기사가 지면을 도배하다시피해 한국에서도 일반인이 관심을 두지않던 '소재 산업'의 중요성이 대두됐다. 이에 정부가 주도해 대대적인 투자계획까지 발표하면서 주요 산업 소재 국산화에 박차를 가했다. 최근 그 결실이 일부 뉴스로 소개되고 있어 매우 반가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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