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소재·부품·장비 산업 활성화를 위해 기술개발 투자를 대폭 확대한다. 역대 최대규모로 편성된 2조원의 예산도 이달부터 신속하게 집행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7월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를 계기로 그동안 수입에 의존하고 있던 소재·부품·장비 산업 자립화에 속도를 내겠다는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2일 '제3차 소재·부품·장비 경쟁력위원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소재·부품·장비 대책 시행계획을 보고했다. 위원회는 해당 산업을 총괄하는 범부처 컨트롤타워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위원장을 맡고 있다.
정부는 올해 소재·부품·장비 산업에 편성된 예산 2조1000억원 중 70%를 상반기에 집행할 계획이다. 수출규제에 포함된 3대 품목을 비롯해 100대 품목에 대한 공급 안정성을 조기에 확보하기 위해 기술개발에 1조2000억원을 집중적으로 투자한다.
또 오는 3월 경희대·수원대·대구대 등 3개 대학에 '소부장 상생형 계약학과'를 신설한다. 대기업 협력사(중소기업)들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대학과 대기업이 협업하는 형태다. 경희대는 삼성전자, 수원대는 현대자동차, 대구대는 KT와 계약을 체결하고 교육과정을 공동으로 구성한다.
중소기업에 1조원 규모의 보증 등 정책자금 지원도 확대한다. 기업 지원을 위해 산업부 1000억원, 중소벤처기업부 1000억원, 금융위원회 4000억원 등 '소부장 투자펀드'도 본격 운용한다.
위원회는 이날 6건의 협력사업을 추가로 승인했다. 지난해 8월 발표한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대책'에서 다양한 협력 활동에 예산·자금 등을 지원하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이번에 승인한 협력사업 대상은 반도체 전(前) 공정과 이차전지용 소재, 불소계 실리콘 소재 등으로 현재 전량 또는 상당액을 해외에 의존하는 품목이다. 협력 방식은 수요-공급기업 간 공동 연구개발이나 시제품 테스트 수준의 협력을 넘어 국내외 기업·연구소와 기술 제휴·이전, 해외 M&A, 대규모 투자 등 품목별 특성을 반영한 다양한 형식을 채택했다.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소재·부품·장비 특별조치법은 4월1일부터 시행된다. 이에 맞춰 개정한 시행령은 △핵심전략기술 선정 △특화선도기업 선정 △수요-공급기업간 협력모델 지원 △특별회계 신설 등 소부장 경쟁력 강화 대책을 추진하기 위한 세부내용과 절차를 담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여전히 일본 수출규제 조치에 변화가 없고, 핵심 소재·부품·장비에 대한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며 "올해 정부와 산업계는 확실한 수급 안정성 확보를 위해 연내 가시적인 변화를 창출할 수 있도록 관련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은진기자 jineun@dt.co.kr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일본 수출규제 대응 당정청 상황점검 및 대책위원회 5차 회의에서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