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화 칼럼] 사이다 좌파, 사이비 우파

이규화 논설실장

  • 프린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이규화 칼럼] 사이다 좌파, 사이비 우파
이규화 논설실장
추잉 껌은 윤나는 은박지에 싸여있다 입으로 들어가 씹히면 흐물흐물한 '천연고무'로 변한다. SNS '만담가'로 화려하게 데뷔한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각 당의 인재영입을 일회용 추잉 껌으로 비유해 화제다. 단물 빠지면 버려지는 소모품으로 이용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섞여 있다. 그런데, 진 전 교수의 비유가 말로 끝나지 않을 낌새다.

최근 어느 당의 인재영입 대상으로 선정된 한 지인은 원래 보수·진보 이념적 경향이 짙은 사람이 아니었다. 그래도 예상 밖의 당으로 간 걸 보고 깜짝 놀라 알아봤다. 그가 지닌 '상품성'을 탐내 각 당이 경쟁적으로 영입 제안을 해왔단다. 지인의 선택기준은 이념과 정강이 아니었다. 먼저 제안이 들어온 곳, 좀더 적극성을 보인 곳을 택했다고 한다. 이념이 혈연도 갈라놓는 '이판사판' 나라에서 준비도 없이 뛰어든 것이다. 정권의 비리·불법 혐의를 수사하고 있는 검찰 간부들을 모조리 좌천시킨 인사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잘했다'는 응답이 43.5%나 나오는 '판단력 유실 사회'의 실체를 그 영입인재는 모르고 있었다. 이후 각 당들의 행보를 보면 반짝 영입 쇼는 진짜 일회용으로 끝나가는 듯하다. 진 전 교수의 추잉 껌 비유가 절묘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좌파 지식인들이 뒤돌아서서 자기 진영을 향해 쏘아대는 말들은 요즘 어떤 비평보다도 '사이다'다. 대표적 좌파 논변가 진중권 교수가 작년 조국사태가 불거진 때부터 페이스북에 '발표'하는 글들은 좌파 여권 실세들의 위선, 이중성, 뻔뻔스러움을 헤집어 놓는다. 엊그제는 유재수 감찰무마 사건에서 조국 전 장관의 무혐의를 주장한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에 대해 "추미애 장관이 방부제를 놔야 할 자리에 곰팡이를 앉혀 놨다"고 품평했다. 수십 가지 혐의를 받고 있는 조국 전 장관의 언행에 대해서는 '조만대장경'급이라며 유네스코 등록을 추진할 만하다고 풍자했다.

자기 진영을 향해 폭탄에 가까운 말을 처음 털어놓기 시작한 이는 아마 김경율 전 참여연대 집행위원장일 것이다. 그는 조국사태가 한창일 때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2년 반 동안 적폐청산 컨트롤 타워인 민정수석의 자리에서 (조국이) 시원하게 말아드셨다"고 했다. 당시에는 무엇을 말아들었다는 건지 몰랐으나 최근 유재수 감찰무마 수사가 진전되며 '말아드신 건데기'도 드러나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은 "시민사회에서 입네하는 교수, 변호사 (중략) 이 위선자 놈들아!"라고 퍼붓고는 참여연대를 박차고 나왔다.

참여연대 양홍석 부위원장도 검경수사권 조정 법안이 처리된 후 사표와 함께 한 마디 던졌다. 검경수사권 조정이 경찰수사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의미가 있으나 수사절차에서 검찰의 관여 시점, 범위, 방법을 제한 것은 국민기본법 보장 측면에서 부당하다는 것이다. 사법부에서도 좌파의 직설이 타져나왔다. 진보좌파 모임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의 김동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는 '1.8 검찰 대학살' 인사를 '정권비리 관련 수사팀 해체'로 단정해버렸다. 그는 2014년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댓글사건 재판에서 무죄판결을 받자 비판했다 중징계를 받았던 골수 좌파다.

우파는 좌파 지식인들의 잇따른 비판을 '사이다 좌파'라며 즐기고 있다. 요즘 진 교수의 페이스북 읽는 재미에 산다는 사람이 적잖다. 반면 좌파는 누구 하나 그의 말에 설득력 있는 논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꿀 먹은 벙어리가 아니고 강력한 서치라이트에 잡힌 도둑고양이 모습이다. 좌파 지식인들의 진영을 떠난 비판은 문재인 정부가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상식, 보편성, 양심이 더 이상 억눌려 있지 못하고 삐집고 나온 것이다.

그렇다면 우파는? '사이다 우파'는 기대할 수 없는가. 기득권 지키기 선수, 파벌 짓기 명수, 원칙을 훼절하고 이념을 팔아먹은 배신자 '사이비 우파'가 얼마나 많은가. 모두 눈이 뻘건 지금은 잘 모른다. 그러나 수영장에 물이 빠지면 누가 발가벗고 있는지 드러날 것이다.

이규화 논설실장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