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도 이종업종 플랫폼과 결합할 수 있고, 기존 서비스와 다른 새로운 금융 비즈니스 모델을 고민해야 할 때다. 더 늦추면 테크핀의 세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21일 서울 중구 신한DS 본사에서 만난 조영서 신한DS 신임 부사장은 올해 CES를 둘러본 소회를 이 같이 밝혔다. 조 부사장은 지난 3년간 신한금융지주 디지털전략을 총괄하다 이번에 승진 부임했다. 조 부사장의 올 목표는 금융지주 자회사의 인프라를 관리하던 IT자사회 신한DS를 디지털전략플랫폼으로 환골탈태시키는 것이다.
직원수 900여명에 달하는 신한DS의 전문성을 키워 자체 생존이 가능할 정도로 역량을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신한DS가 신한금융 디지털의 최전선에 설 것"을 강조해 왔다. 은행·카드 등 전통적인 금융 계열사뿐 아니라 디지털·인공지능(AI) 등 신사업의 입지를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동안 금융권은 CES나 MWC와 같은 테크 전시회 참가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러나 금융업계의 디지털전환 분수령이 될 올해 리딩 금융그룹 임원들이 테크기업 동향 파악에 속속 나서고 있다. 조 부사장은 "CES2020에서 혁신의 방법으로 업의 경계를 없애는 새로운 생태계 조성이 화두였다"면서 "혁신의 방법론은 혼자 하는 게 아닌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이종산업과 기술제휴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조 부사장은 "이번 CES2020에선 AI가 모든 기술과 산업 영역에서 가장 핵심적이고 필수적인 기술로 자리매김했다"고 전했다. 스마트헬스·스마트뷰티 등 다양한 개인 맞춤형 서비스는 물론 이를 집이나 자동차에 구현한 스마트홈·스마트카 나아가 스마트시티까지 AI가 적용되지 않은 사례가 없었다는 것.
조 부사장은 "새로운 시대의 트렌드에 대응하기 위해 업권을 넘나드는 새로운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는 점은 금융권에도 시사점을 준다"면서 "AI가 이종산업 간의 데이터 결합을 통해 산업 간 경계를 빠르게 허물고 있는 만큼 AI 기반의 상품과 서비스는 금융사도 마땅히 가져야 할 무기가 됐다"고 조언했다.
조 부사장은 업의 경계를 허무는 글로벌 기업들의 현주소를 전하며 '금융' 역시 생존을 위해선 마찬가지 선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조 부사장은 "현대자동차는 세계 최대 차량공유 플랫폼인 우버와 손잡고 미래형 교통수단인 플라잉카를 선보였다"고 소개하면서 "모빌리티도 스마트시티라는 하나의 총체적 설계 속에서 도심과 도심을 연결하는 컨셉"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빅테크를 비롯한 다양한 기업이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게 될 텐데, 기존 금융사들이 안주하면 고객 접점을 상실하고 자칫 상품의 제조자로 그 역할이 축소될 수 있다는 것. 조 부사장은 "인도네시아는 인구의 절반가량이 신용카드는커녕 은행계좌 조차 없는 척박한 금융환경에서 전통적인 은행지점을 뛰어넘어 역설적으로 인도네시아를 '핀테크 강국'으로 만든 고젝이 탄생했다"고 예를 들며, "CES에서 느낀 혁신이 '금융에 스며들도록 신한이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