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호르무즈 파병 압박을 청해부대의 작전범위를 확대하는 '독자 파병' 방식으로 해결한 것은 여러모로 '예상'했던 시나리오다.
공개적으로 파병 압력을 가해오는 미국과 '단교' 등 협박성 발언도 서슴지 않는 이란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를 피하려면 최선이자 유일한 선택이었던 셈이다.
전문가들 역시 정부가 장고 끝내 내놓은 '독자 파병'이 합리적 결정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다만 당장은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진전 국면을 보이고 있지만 언제든 다시 악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만큼 추후 변동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파병 결정 시점은 탁월, 이란과의 교감 더 신경써야 "=박원곤 한동대학교 국제지역학 교수는 21일 디지털타임스와의 전화인터뷰에서 "파병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서 미국 연합체에 가지 않고 독자적으로 파병하기로 한 것은 최선의 선택을 한 것"이라며 "중동의 여러 가지 불확실성에 대비하기는 독자 파병이 훨씬 좋다"고 평가했다. 특히 박 교수는 "일본처럼 호르무즈 해협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바깥에 위치를 정한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이 통제하고 있고 매우 좁은 지역이라 우발적 충돌 가능성이 존재한다"면서 "작전 범위를 호르무즈 해협 바깥으로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박 교수는 파병 결정 시점에 대해서도 "이란이 우크라이나 여객기 격추로 인해 정신이 없는 상태"라며 "파병을 결정한 시기로는 이란이 다른 대외적인 현안에 덜 집중할 수 있는 시기를 잘 고른 것 같다"고 긍정적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이란 정부와 사전교감이 충분했는지에는 의문을 표했다. 박 교수는 "일본은 아베 신조 총리가 이란을 방문하고,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을 일본을 초청할 정도로 이란으로부터 양해를 구했으니 우리는 그렇지 못했다"면서 "이란 측이 '단교' 등 부정적인 이야기를 꺼낸 뒤 파병을 하게 됐으니 이란이 유쾌하게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독자 파병으로 최악을 피했으니 이제부터라도 이란에 잘 설명하고 양해를 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이란 갈등 악화 시 추가파병 요구 나올 수도"=익명을 요구한 안보 전문가 A 연구원은 정부의 파병 결정을 "우리나라 교민과 선박의 안전, 자유 등을 우선으로 고려한 판단"이라고 좋은 점수를 줬다. A 연구원은 "만약 미국 연합군으로 합류하는 파병을 한다면 이란 내 교민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며 "여러 가지를 고민해 합리적인 형태로, 이란의 반발을 최대한 누그러뜨린 노력을 했다고 평가한다"고 했다. A 연구원은 향후 미-이란 갈등이 악화할 가능성을 짚었다. 그는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갑자기 확대되거나 한다면 (미국 측이) 지상군 파병을 요구할 수도 있다. 가능성이 크지는 않지만 아예 배제하기는 어렵다"면서 "충분히 생각하고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A 연구원은 또 정부의 파병이 한미 간 방위비분담금 협상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A 연구원은 "우리 정부가 단독 작전 형태의 파병이라는 것을 분명히 했기 때문에 미국 입장에서는 파병 자체는 긍정적이나 적극적인 동참이냐는 측면에서는 의문점을 가질 수 있다"면서 "우리 정부가 분담금 협상에서 파병을 전략적 수단으로 활용하느냐가 중요하다"고 했다.
◇"이란과의 경제협력 끈은 유지해야"=정재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아프리카중동팀장은 "외교·안보와는 별개로 이란과의 경제적 협력 채널을 어떻게 유지할지 고민해야 한다"며 경제적 관점에서 파병을 진단했다. 정 팀장은 "미국이 주도하는 연합체가 아니라 단독 파병을 하기로 한 것은 정부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결정을 했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란과도 어느 정도는 협의를 한 상황이라 하니 외교적 마찰 등을 줄이려 노력한 것으로 보인다. 의미가 있다"고 분석했다. 정 팀장은 파병이 한국과 이란과의 경제협력에 미칠 영향을 주목했다. 정 팀장은 "미-이란 갈등 이후 이란산 원유수입이 어려운 상황이고, 원유수입을 바탕으로 이란에 수출했던 원화결제 시스템도 중단됐다"면서 "미국의 대이란 제재가 워낙 심하니 앞으로 제재가 더 강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정 팀장은 "좀 더 장기적으로 이란과의 경제협력 끊을 놓지 않도록 정부가, 제재 대상이 아닌 비제재품목 거래라든지, 교육·문화·스포츠 등 민간기관 협력이라든지 최소한의 협력관계를 유지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