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위법적 `5%룰` 완화는 공정경제 빙자한 `연금사회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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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1-20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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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민간기업 경영개입, 과잉규제"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상법과 자본시장법의 시행령 개정을 밀어붙이고 있다. 이미 차관회의를 거쳤고 국무회의에서 확정될 예정이다. 정부가 입법예고한 시행령 개정안은 상위법인 상법과 자본시장법을 위반한다는 지적이 줄곧 제기돼왔다. 시행령으로 규정할 사안이 아니라 국회에서 본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문제없다고 고집하고 있다.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이 민간기업 경영에 깊숙이 개입할 수 있고 이사회 구성까지 제약하는 법 규정이 어떻게 국회 입법이 아닌 시행경 개정 사안인가.

자본시장법에 규정된 '5%룰'은 원래 기업의 경영 안정성을 위해 마련된 것이다. 투자자가 상장사 주식을 5% 이상 보유하게 되거나 이후 1% 이상 지분 변동이 있는 경우 5일 이내에 보유 목적과 변동 사항을 상세 보고·공시하도록 돼 있다. 개정 시행령은 이 5%룰을 완화해 공적연기금·기관투자자들의 보고의무 항목을 줄이고 보고 기한을 늘려줬다. 이를 테면 국민연금이 투자 회사의 정관 개정을 요구하더라도 경영 개입으로 보지 않는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정부와 시민단체, 정치권 등이 기업 경영에 간섭할 수 있는 수단이 늘어나는 것"이라며 강력 반대했다. 경총은 5%룰 완화는 상위법 개정 사항이고 투기자본의 경영권 공격의 길을 터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외이사 임기를 6년으로 제한하는 상법 시행령도 명백한 민간기업의 경영개입이다. 대주주 견제와 투명경영의 명분을 내세우지만 민간의 자율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위헌적 요소가 있다.

5%룰이 완화되면 국민연금이 마음먹기에 따라 기업경영을 좌지우지 할 수 있다.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상장사가 300여개에 달한다. '연금사회주의'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정부는 연기금의 스튜어드십코드 강화를 이미 예고한 바 있다. 상장사협의회에 따르면 시행령이 개정되면 당장 올봄 교체해야 할 사외이사 수가 718명에 이른다고 한다. 정부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기업 상황을 감안하면, 그 상당수는 친여권 사람들로 채워질 것이다. 사외이사 임기 제한이 친여 인사들 일자리용이라는 조소가 결코 과하지 않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공정경제를 빙자한 상법과 자본시장법의 시행령 개정을 재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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