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암호화폐) 거래로 번 소득에 과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로선 로또 당첨금이나 강연료처럼 일시적 소득으로 간주해 '기타소득세'를 매기는 방안이 유력해 보인다.
20일 기획재정부 등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근 가상화폐 과세 방안을 검토하는 기재부 내 주무 과가 재산세제과에서 소득세제과로 변경됐다.
재산세제과는 양도·증여세 등을 총괄하고, 소득세제과는 근로·사업·기타소득세, 연금·퇴직 소득세 등을 다룬다.
이에 따라 정부가 가상화폐 소득에 기타소득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본격 검토하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현행 소득세법상 기타소득은 영업권 등 자산·권리를 양도·대여하고 받는 소득, 고용관계 없는 강연료, 일시적 문예창작 소득, 공익법인 상금, 로또 등 복권 상금, 서화·골동품 양도 소득 등이 해당한다. 대체로 기타소득의 60%가 필요경비로 제외되고 나머지 소득 40%에 20%의 세율로 세금이 부과된다. 또 2%의 주민세도 붙는다. 예를 들어 비트코인 거래로 1억원의 소득을 올렸다면, 60%를 제외한 4000만원의 20%인 800만원에 주민세 2%인 80만원이 부과돼 모두 880만원의 기타소득세를 내야 한다. 또 필요경비를 제외한 기타소득이 300만원을 넘으면 종합소득에 합산돼 최소 6%에서 최대 42%의 세금을 부과할 수 있다.
앞서 지난해 11월 국세청은 국내 비거주자(외국인)의 비트코인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하고, 원천징수의무자 빗썸(가상화폐 거래소)을 통해 간접적으로 세금을 징수했다.
정부가 실제 가상화폐 과세에 나서면 논란은 커질 전망이다. 가상화폐 거래로 이익을 낸 경우는 물론 손실을 본 경우에도 최종 출금액에 기타소득세가 부과되기 때문이다. 일례로 1억원을 투자해 5000만원의 손실을 보고 5000만원을 출금한 경우에도 440만원의 세금을 내야 한다. 이에 따라 국내 가상화폐 거래자와 가상화폐거래소들이 크게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에선 미국, 호주 등이 가상화폐 매각 소득을 양도소득세로 과세하고, 일본은 기타소득세로 과세하고 있다. 미국은 1년 미만 보유한 가상화폐 소득의 최대 37%, 호주는 최대 45%를 부과한다. 김승룡기자 srkim@dt.co.kr
